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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채물감 May 25. 2022

딸 작곡 엄마 작사

아름다운 콤비이지 않을까요

매일 아침의 짜증은 이제 둘째 현에게로 바통이 넘어갔다. 올해 첫째 수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둘째 현이가 고등학교에 입학하였다. 아침마다 아빠나 엄마와 씻는 시간이 겹쳐 물이 잘 나오지 않은 것부터 시작해서 밥은 꼭 먹어야 하느냐, 체육복은 어디 있느냐.. 짜증의 이유는 매일 넘쳐난다.

교복 넥타이가 왜 안 보이냐고 또 짜증이다. 분주한 아침 가방 밑에 깔린 넥타이가 보이질 않은 모양이다. 엄마가 찾아줄게 하고 달려가서는 금세 찾아서 넥타이를 건네주자 현이는 민망함에 피식 웃음으로 모면하려 한다. 아침을 먹고 있던 수가 '엄마, 그렇게 다 받아주고 그러면 안돼. 버릇없어져.' 늘 그 짜증으로 엄마를 괴롭히던 수가 할 말은 아닌 듯도 한데, 나는 '바쁜데 넥타이 안 보이면 당연히 짜증 나지, 맞아 아니야' 하고 맞받아쳤다. 현이가 다시 만족스러운 웃음을 웃는다. '맞아 아니야'는 수가  버릇처럼 붙이는 말이라 어디 너도 한번 들어보란 식이었으니 말이다. 수는 어느새 엄마와 동생이 둘이서 한편을 먹고 저를 놀리냐며 어이없어하였다.


현이 등교를 하고, 남은 수가 한마디 한다. "쟤 맨날 왜 저래"

"작년까지 네 모습이다. 벌써 잊은 거니."

그러나 동생은 자기랑 다르다며, 공부하기 싫어서 저러는 거라고, 계속 저러면 어떡하냐고 걱정을 한다.

사실 수는 성적이 모자라긴 해도 하고 싶은 일이 있었고 가고 싶은 학교가 있었으나, 현이는 공부에는 통 흥미가 없어 보인다. 그렇다고 다른 것에 그다지 재능이 있다고 볼 수도 없고, 보통의 엄마로서는 그저 적당히 공부해서 일단 대학에 들어간 후에 하고 싶은 것을 천천히 찾기를 바란다. 우리 시대의 입시는 고등학교 시작부터 이미 진로를 정하고 그에 맞는 학교생활기록부를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지만, 앞으로 무한히 경험하면서 찾아가야 할 인생을 이제 십 대인 아이들에게 그렇게 빨리 선택하라는 건 정말이지 이해할 수 없다. 공부에는 동기와 목표가 중요함을 말하는 건 입만 아픈 일, 나의 아이에게는 참으로 서글픈 일이다. 노는 게 제일 좋은 뽀로로는 숲 속 나라에서 영원히 놀아도 되기 때문에 괜찮은 거다.


학기초 1인 1 동아리 의무가입이라 어느 동아리에 들어갈까 하더니 밴드부 보컬 시험을 보겠다 했다. 노래 부르는 것을 좋아하지만 집에서 늘상 부르는 그 노래 때문에 나는 어수선하다. 어차피 탈락할 테니, 그래 하고 싶은 거 시험 보고 오너라 하였다. 그런데 느닷없이 합격을 해왔다. 현이의 합격 소식에 수와 나는 몹시 당황하였다. 이건 아니지 않아??? 그 노래 실력으로 보컬이라니. 그래 다들 공부해야지 무슨 밴드부를 하려 하겠어. 현이 스스로 합격하리라고는 기대하지 않고 그저 테스트를 보는 데 의의를 두겠다 한 것인데, 우리 모두 예상치 못한 결과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그 보컬은 언제쯤 쓸 계획인지.. 5월이 지나가고 있지만 아직 밴드부 보컬 활동은 소식이 없다.


현이는 이제 작곡을 배우고 싶다 한다. 생각해 보니 실용음악과를 가면 안 되냐는 말을 한 적도 있었지. 나는 애초부터 예체능을 염두에 두지 않았으니 무시하고 말았었다. 간혹 부모의 반대를 무릅쓰고 가수가 되었던 이들이 어느 대학에 합격하면 하고 싶은 걸 하게 해 주겠다는 조건을 충족하고자 열심히 공부했다는 인터뷰를 보기도 했었는데, 현이에게도 그런 것이 통할 수 있을까 잠시 고민을 했다. 그건 모르겠다. 어쨌든 주말에라도 가까운 실용음악학원을 한번 알아보자 하였다. 추후 현이에게는 힘든 시간 숨구멍으로라도 의미 있는 일일지 모른다.

'현이가 작곡을 하고 엄마가 거기에 가사를 붙여도 될까?'  

'그거야 당연하지요'

어느새 작사가가 된 기분까지 들어 오히려 내가 기분이 들떠버리는 것은 또 어찌 된 일인지..

무엇을 하고 싶고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지금 하고 싶은 것이 나이가 들어서도 쭉 하고 싶을지, 아직 알지 못하는 무언가를 다가올 언제인가 갑자기 발견하게 될지,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엄마라고 딸의 인생을 책임져줄 수는 있는 것은 아니니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은 엄마인지 모르겠는 나는 오늘도 물음표만 여러 개 쌓아놓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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