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수채물감 May 13. 2022

나는 멈추지 않는다.

거창한 제목이지만 그저 계속 써보겠다는 말이다.


며칠째 하늘에 먹구름 같은 것이 잔뜩 꾸물거리지만 비소식은 없고, 열어둔 창문으로 습한 바람이 들어온다. 오늘은 일을 하지 않겠다고 근거없이 당당하게 내뱉고 났더니, 일거리를 쏘아보면서도 손이 가질 않는다. 그래서 서랍 속 읽다 만 책을 떠들어보다가 붓펜을 들어 낙서를 해보다가 마이너스 숫자가 사정없이 떨어져가는 주식잔고를 뚫어보다가.. 이런저런 것들을 해도 시간이 가질 않는다. 할 일을 미뤄놓고 딴짓을 하려 해서 그런가 보다.


친구에게 커피라도 한 잔 하자 했더니 에세이를 쓰느라 바쁘다한다. 직원들의 글을 모아 책으로 엮어야 한다는데, 이건 또 무슨 말인지...후배들 쓰는 걸 보고 나만 아니면 되지 하였더니 기어이 자기까지 차례가 왔다는 거다.  


글을 쓰는것은 참으로 쉽지 않은 일.. 내가 크게 맘을 먹고 브런치를 하겠다 하였으나 결과는 이지경인 것은 글쓰는 것이 쉬이 결과물을 낼 수 없음을 깨달은 바이다. 늘상 글짓기 숙제를 하던 학창시절도 아니고 억지로 써내야 하는 글이 몇줄이나 써질까 싶어 답답한 그 마음을 내가 모를까. 월급쟁이가 위에서 시키면 하는 것이라, 잠재되어 있던 능력이 자신도 모르게 발휘될 수도 있으리라.


그러나 누가 시키는 것도 아니고 마감이 있는 것도 아닌 나는 또 오랜만에 브런치에 들어온다. 일기 쓰듯 매일 몇자라도 끄적여보겠다던 다짐은 어느새 사라지고, 한 주일이 한 달이 이리도 빨리 지나간다. 이러다 금새 한 해가 지나갈 터이다.

나의 내면은 여전히 스무살 꽃띠인데 현실은 사십대 후반 아줌마이고, 여기까지 오는 길의 이십년은 어디로 사라진 건지 타임머신이라도 타고 날아온 것 같다. 깜빡증은 날로 심해지고 딸들과의 약속을 잊어버릴 때마다 '엄마가 늙어서 그래' 하며 이해해 달라는 말에 나의 이쁜 딸들은 '엄마 안 늙었어' 라고 다독여준다.  


화장이 피부를 건조하게 한다는 핑계로 게으름을 감추며 베이비로션 하나 바르고 나오면 다행이었던  나, 충동구매 화장품은 늘 후회로 끝났다. 오십이 넘어도 아직 30대로 보이는 여배우들의 얼굴에 각성을 하던 차에 지금까지 이런 제품은 없었다며 호들갑을 떠는 홈쇼핑 화장품에 낚였다. 썬크림인지 비비크림인지 모르는... 하나로 다 해결된다는 제품을 사서 발랐으나, 제품이 자랑하는 광채는 부담스럽기만 하고 30대로 돌아갈 리 없는 거울 속 얼굴은 이십년을 훌쩍 뛰어넘어와 나를 당황시킨다.


그러나 나는 멈추지 않겠다. 지치지 않고 광채 나는 크림을 바르고 출근할 것이며, 브런치를 쓰지 못하고 한 달이 지나더라도 그 때 또 다시 글을 쓰겠다. 지금이 다시 시작이며, 과정이어야 한다. 그렇게 생각하는 한 포기한 것이 아닐 테니 말이다.  브런치의 발행글이 오십 개가, 백 개가 되는 날이 아주 오래 걸리더라도 내가 멈추지 않고 계속하고 있는 것은 틀림없어야 하니까.

작가의 이전글 꽃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