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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채물감 Feb 01. 2023

30년 전의 나 30년 후의 나

서른이 된 자신의 모습을 적어보라던 대학 교양수업 강의가 문득 생각난다. 스무 살에게 10년 후 서른 살의 모습을 상상하라니, 20년 인생의 절반에 해당하는 10년 후란, 스무 살에게는 아주 멀게 느껴졌을 것이다. 게다가 무엇을 해야 할지도 모르고 할 수 있는 것이 많지도 않은 이제 갓 스무 살에게 서른은, 마치 무엇이라도 크게 이루었을 것 같은 그저 막연한 미래일 뿐이다.

드라마 '나의 아저씨'에는, 밤길 귀갓길을 동행해 주면서 '우리도 이십 대였을 때가 있었어요, 이렇게 나이들 생각하니 끔찍하죠'라고 하는 어른들 앞에서 아이유가 내뱉은 귀여운 대사가 있다.

'전 빨리 그 나이 됐으면 좋겠어요. 인생이 덜 힘들 거잖아요.'

......................

어른들의 당혹스러운 반응, 내 마음이 그 마음이었다.

어른이 되어도 나이가 들어도 인생이 결고 쉬워지지 않는데. 오히려 어깨는 더 무겁고 고난이 깊어지던데.

고달픈 스무 살(극 중 아이유 나이를 정확히는 모르겠다)이 보기에 마흔 살, 쉰 살이 되면 삶이 더 쉬워질 것처럼 보였을 것이다. 나 역시 그랬다. 마흔쯤 되면 인생이 적당히 안정되고 아등바등할 일이 없을 것 같은.. 그런 근거 없는 생각에 어서 어른이 되고 싶었다.

갈수록 버거운 인생을 아직 알지 못하는 소녀의 아픔을 이해한다.

그리하여 그 어른은 말한다.

'생각해 보니 그렇다. 어려서도 인생이 안 힘들진 않았어.'


나도 모르게 어느새 어른이 되었어도

서른이 되어도 마흔이 되어도

이제 곧 쉰이 되어도

걱정은 새롭게 태어나고 의문은 폭발하며

머릿속은 번뇌가 가득하고 앞날은 여전히 불안하다.


퇴근시간을 앞두고 유난히 걱정이 많은 서른네 살 S가 내게 묻는다.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그냥 이렇게 살아도 될까요

나중에 나이가 들고 일도 못하게 되면 저는 어떻게 되는 걸까요  


욕심도 없고 열정도 없는 소시민이 그대에게 무슨 도움이 되겠느냐마는


노령화가 가속화되는 사회에서 노인 일자리는 더 늘어날 것이고 나라가 복지를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라..

지금 열심히 일하고 있는 그대가 너무 걱정할 일은 없을 것이라고

인구가 줄고 나를 먹여 살릴 연금재원이 줄어도 어떻게든 방법은 찾을 거라고..


내 인생 한 치 앞도 보지 못하는 나는 고작 십몇 년 더 살았다는 이유로 S에게 막연한 희망의 메시지를 전한다.


더 버릴 욕심이 없을 것 같은데도

더 버려야 나를 지킬 수 있을 것처럼 기운이 빠지는 날

나 자신에게도 그런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

괜찮다. 지금 이대로여도 괜찮다. 이 정도면 잘 살고 있다...라고...





30년 전에 내가 타임머신 타고

30년 후의 지금 나를 본다면

실망할까

자랑스워할까

수고했다 말할까

고마워할까

너의 부푼 꿈들을 가득 품어줄

하늘이 되고 싶어

새롭게 다시 태어나

빨간 꽃잎 날릴 수 있어

파랗게 빛나는 지구여

나에게 숨 쉬는 이유가 되어줘

새롭게 다시 깨어나

그 누구라고 될 수 있어

하얗게 많은 날들이

운명처럼 널 기다리고 있어


                   이승환  [30년] 가사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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