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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채물감 Jan 16. 2024

날로 먹으려 하지 말자

점핑으로 땀을 빼는 것보다 두 배의 효과를 볼 수 있다는 말에 혹했다. 트램펄린을 힘들게 뛰고 난 후 건식 반신욕 나무통에 들어가 앉아 있다 보면, 한쪽 구석방에서 문을 열고 나오는 사람들이 있다.  셀온테라피라는 온열찜질방에서 찜질을 하고 나오는 것이다.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로 수건으로 땀을 닦으며 찌뿌둥했던 몸이 개운하다고 한다.

아무리 그래도 뛰는 것만 하겠어.

운동은 땀을 흘려야 하는 것이고 땀은 운동으로 빼야지.

그러다 가만히 앉아서 두 배의 효과를 볼 수 있다는데 한번 해볼까 싶어, 오늘 찜질방을 들어가 보기로 했다.

목디스크로 점핑이 어렵다는 후배 H도 함께 하였다. H는 이번이 두 번째다.

관장님은 사람한테서 나오는 열도 상당하므로 둘이 들어가면 더 효과가 좋을 거라 했다.

기대를 품고 찜질방으로 들어가 앉았다. 작은방에 네모난 온열기 4개가 벽에 붙어 있었고 방향을 조절할 수 있었다. 각자 2개씩의 온열기를 사용하기로 했다. 방향을 틀어가며 어깨 쪽에 가까이 댔다가 일어서서 허리 쪽을 댔다가 누워서 양발을 댔다가 자세를 바꿔가며 열심히 30분간 찜질을 했다.

땀을 한 바가지 흘릴 각오로 두꺼운 기모가 들어간 한겨울 트레이닝복까지 입었으나,

어쩐 일인지 기대한 것보다 땀이 많이 나질 않았다. 땀을 닦으라고 받은 수건도 쓸 필요가 없을 정도이다.

찜질을 마치고 나오면서 서로의 모습을 확인해 본다. H 역시 마찬가지다.

H는 점핑을 같이 도 다른 사람들보다 훨씬 땀이 덜 나는 편이다. H는 내 모습을 보고 '점핑한 것보다 땀이 안나죠, 지금 머리도 뽀송뽀송하시네요.' 하며 웃는다.

어찌 이런 일이...

우리의 반응을 보고 관장님은 적잖이 당황한 표정으로 '오늘 날이 추워서 그런가 봐요' 하며 멋쩍어한다.

다음엔 점핑을 하고 나서 찜질을 해보는 것으로 결론을 짓고 나왔다.

돌아오는 길 H에게 말한다.

편하게 땀을 빼보려 했는데, 역시 날로 먹으려 하면 안 되는 거였어.

H가 맞다고 크게 웃는다.

큰아이 S에게 공부는 조금 하고 성적이 잘 나오기를 바라는 것을 나무라며 내가 늘 했던 말이 '날로 먹으려 하면 안 되는 거다'였다. S가 육회 생선회 이런 날음식을 좋아하기에 '넌 날로 먹을라 하는 게 문제다'라며 웃곤 한다.

고통 없좋은 결과를 쉽게 얻으려 하지 말아야 함을 다시 깨닫는 순간이었다.

개인차가 있을 것이고 오늘의 어떤 조건이 영향을 미친 건지는 정확히 모르겠으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나의 목적은 편하게 땀을 빼는 것이었다. 그 출발점에서부터 문제가 있었다.

준비 없는 행운, 노력 없는 행복을 바라지 말아야 한다.

그러니 다음에는

열심히 뛰고 또 뛰어서 에너지를 태우고 정직하게 땀을 흘리기로 다짐한다.

 더 땀을 흘리고자 한다면 두 배 더 열심히 뛰는 것이 당연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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