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번 주 화요일에는 호야가 다니는 어린이집에서 학부모 상담이 있었다. 선생님과 무슨 대화를 나누게 될지 기대 반 걱정 반으로 정해진 시간에 어린이집으로 갔다. 호야가 아직 기저귀를 떼지 못했기 때문에 그 이야기를 주로 하겠구나 그런 예상만 하고 있었다.
선생님은 나의 근황을 물으며 이런저런 가벼운 대화로 상담이 시작됐다. 그리고 호야에 대해서 운을 뗀 선생님의 말씀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저 그런데... 호야가 생활 습관이 안 잡혀 있어요."
나는 당황해서 눈동자가 흔들렸고 호흡이 가빠졌는지 마스크 위로 쓴 안경이 뿌예지기 시작했다. 선생님 말씀으로는 호야가 혼자 신발을 신거나 손을 씻거나 밥을 먹을 때 혼자 하는 생활 습관이 안 들어 있다고 했다. 개월 수가 적어도 지금쯤은 생활 습관이 들어야 된다고, 12월생인 아이가 한 명 더 있는데 그 아이는 혼자서 할 수 있다고 했다. 아직은 큰 문제가 되지 않지만 5세 반에 올라가도 혼자 못하고 있으면 친구들과 어울리는 데도 문제가 된다고 했다.
배변훈련 때문에 머리가 아팠던 나는 그보다 심각한 문제가 있으리라고는 전혀 짐작도 못하고 있었다. 호야가 신발을 신거나 손을 씻거나 밥을 먹는 일들을 혼자 하는 게 당연한 나이인 줄도 몰랐다. 네 살이라고는 해도 12월생이라 아직 만 두 살이기 때문에 아직 아기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내가 챙겨주는 게 당연한 줄 알았다. 그러다 보니 호야가 혼자 하도록 기다려주지 못하고 항상 조급하게 행동했던 것 같다.
돌이켜보면 혼자 하는 생활 습관을 들이려고 노력한 일이 아예 없는 건 아니었다. 밥 먹는 습관 같은 경우는 돌 무렵에 호야 혼자 해보도록 했고 호야 혼자 밥을 먹은 적도 몇 번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호야의 편식이 시작되면서 밥을 떠먹여 주더라도 먹어주기만 하면 고마운 시기를 몇 달 지나면서 호야가 혼자 먹기보다 내가 먹여주는 게 익숙해지고, 그때부터 아무 생각 없이 그 생활을 이어왔던 것 같다.
부랴부랴 인터넷을 찾아보던 나는 유모차도 슬슬 안 탈 나이라는 걸 이제야 알았다. 짧은 거리도 습관처럼 유모차를 타고 다녔던 기억이 났다. 이것도 밥 먹는 습관을 들일 때랑 비슷한 패턴이다. 두 돌 무렵에 유모차 없이 다녀보려고 몇 번 시도했지만 자꾸 다른 길로 새려고 하고 안아달라고 해서 몇 번 고생한 이후로는 데리고 다니기 편하다는 이유로 유모차를 태워 다녔다.
배변 훈련은 또 어떤가. 이것도 몇 번 시도했지만 쉽지 않다는 이유로 기저귀를 찾지 않았던가.
'언젠간 하겠지.'
'알아서 크겠지.'
이런 안일한 생각이 호야를 성장하지 못하게 한 것 같다.
학부모 상담에서 크게 충격을 받은 나는 그날부터 호야에게 혼자 해야 된다는 의식을 심어주기 시작했다. 맨날 엄마가 해주다가 혼자 해보라고 하니 첫날은 호야의 반항이 심했다. 신발을 벗는 데 30분, 겉옷이랑 양말 벗는 데 30분은 걸린 것 같다. 밥을 먹는 것도 한 시간을 기다리니 그제야 겨우 혼자 숟가락을 들었다. 그런데 손 씻기는 혼자 물을 틀고 비누칠해서 손 씻고 물을 잠그는 것까지 혼자서 곧잘 했다. 결국 호야가 문제가 아니라 내가 문제라는 걸 확인한 순간이었다.
생활 습관을 들이기 시작한 지 일주일 지났을 뿐인데 호야는 생각보다 빠르게 상황을 받아들이고 적응하고 있다. 아직 조금 뜸을 들이고 미숙하긴 하지만 혼자 신발을 벗고 손을 씻고 밥을 먹는 일이 전보다 꽤 자연스러워졌다. 배변훈련도 아직 진행 중이긴 하지만 바지에 실수를 하는 일이 많이 줄고 화장실에 가려는 표현을 조금씩 하기 시작했다. 유모차 없이 다니는 날도 늘었다.
어쩌면 호야가 크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음도 있었던 것 같다. 계속 아기처럼 대한다고 아기로 남을 수 있는 것도 아닌데, 먹는 것, 입는 것 등을 아기 때처럼 다 해주려고 했다. 엄마로서 해야 될 일이 조금씩 달라지고 있는 걸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