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는 목표와 관련이 있어야 합니다
맛집을 잘 아는 멋지고, 유능하고, 다행히 나와 친한 언니와 협재로 떠났다. 덕분에 잘 먹고, 삶에 대한 이야기도 나누고, 내게 큰 위로를 얻었다. 몹시 덥고 습한 날이었지만 내가 언니에게 짜증을 낼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렇게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다 주차장으로 가는 길을 찾지 못했다. 예상을 벗어나는 일을 불안해하는 원래의 나로서는 당장 지도 어플을 켰겠지만, 혹시나 멋쩍을 소중한 언니를 위해 억지스러운 위롯말을 찾았다.
"괜찮아. 제주에서는 길 안 잃어! 크크."
그러자 멋지고, 유능한 언니는 멋지고 유능한 위로를 건넸다.
"진짜 괜찮아. 방향을 아니까!"
언니 얼굴에는 멋쩍음도, 부끄럼도 없었다. 당찬 그 모습이 엄청 멋졌다. 나는 스스로에게 내 불안을 가라앉히기 위해 '그래도 ~했잖아.'라는 식의 위안을 건네곤 했다. 목표와는 상관없지만 그래도 얻은 게 있겠지, 인생 어딘가에 쓸모가 있겠지 하는 불투명하고도 막연한 위로들. 나의 이런 습관으로 인해 나는 타인에게도 그런 억지스러운 위로를 건네고 있었다.
언니가 말한 방향의 끝에는 주차장과 내가 좋아하는 란타나가 있었다. 원래의 나였다면 목표와 상관없던 란타나를 보며 "그래도 란타나를 봤으니까 괜찮아!"라고 했겠지만, 방향을 알고 목표 근처에 있었기에 란타나도 눈에 들어온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삶에 도움이 되지 않는 경험은 없다지만 인생은 스토리텔링 아니겠는가. 길을 잃었을 땐 방향을 찾자. 엉뚱한 란타나보다는, 이왕이면 나의 스토리텔링에 도움이 되는 란타나들이 가득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