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는 모두 걸맞은 조명이 있습니다
엄마 가게 앞으로 보이는 건물입니다. 제가 아는 한 이 건물은 29년 이상이 되었습니다. 그 때깔을 보자면 좀 더 나이가 들었을 것 같습니다. 관리를 잘 못해서 노안이 된 사람처럼 말입니다. 그런데 그날따라 건물이 썩 괜찮아 보였습니다. 깨끗하고 단단해 보였습니다. '에스테틱을 받았나'하는 생각이 들 무렵, 숨길 수 없는 목주름 같은 건물의 왼쪽 편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저 건물에겐 쨍하고 맑은 하늘 배경과 약간 노르스름한 오후의 햇빛이 퍼스널컬러, 아니, 빌딩컬러일까요. 뭐 어찌 됐건 건물에게도 조명발이 필요하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저 역시 비슷합니다. 쨍한 햇빛 아래서는 저의 갈색 빛의 머리칼과 눈동자가 유난히 예뻐 보입니다. 저만 아는 제 아름다움을 사진에 담고 있자면 왠지 기분도 좋고 꽤 괜찮은 사람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것이 외모뿐일까요. 초등학교의 오래된 형광등 아래 저는 멋진 선생님이 됩니다. 술집의 어둑한 불빛 아래서는 세상 솔직하게 모든 걸 털어놓는 사람이 되죠.
모든 사람에게는 때마다, 상황마다 걸맞은 조명이 있습니다. 그 조명발아래서 각자답게 제일 원하는 모습으로 빛나면 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