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의 감정 - 부끄러움
우울한 나도 좋아해 줄 수 있는지 묻고 싶은 너에게
안녕, 오랜만이야. 안타깝게도 안부를 물으려고 쓰는 편지는 아니야. 그보단 좀 나무라는 내용이야. 미리 미안해.
그래도 너는 요즘 부쩍 너 스스로한테 관심이 많은 것 같아. 네가 진짜 원하는 게 뭔지, 정말 하고 싶은 게 뭔지 찾아서 애쓰는 모습이 조금 대견해. 돈 쓰는 게 겁나도 해외여행을 뭉쓰고 다녀오고, 네가 못 그린 그림도 예뻐해 주고, 좋아하는 책을 읽으며 글을 사랑하고 있지.
그런데 왜 나무라느냐고? 그건 네가 제일 잘 알 거야. 며칠 전 여느 술자리와 비슷한 곳이었어. 넌 술자리만 가면 무척 들떠서는 목소리도 더 크게, 표정도 더 과장되게 떠들어대. 그런 너를 보고 즐거워하는 사람들을 보면 너도 즐거운 것 같아. 문제는 말이야. 넌 그러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 왜 한숨을 쉬어? 즐거웠던 거 아니었어? 넌 그 이유를 몰라.
그러다 누군가 그러더라. ‘과장되게 너를 표현한다’라고 말이지. 내 짐작으로 넌 1초 정도 부끄러워했던 거 같아. 그러고 나서는 아닌 척 ‘원래 표현하는 거 좋아해요‘라고 다시 왁자지껄해졌지. 진짜야?
너 침대에 누우면 눈물이 주르륵 나잖아. 조용한 카톡창을 보면 겁먹잖아. 혼자 아무것도 안 하고 하루 종일 잠만 자고 싶다며. 영영 그 잠에서 안 깨고 싶다는 생각을 하잖아. 아무 말도 하지 않아도 그런 네게 어깨를 내어줄 사람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잖아. 근데 왜 그래.
답은 이미 명료해. 내가 네게 물어볼게. 우울한 나도 좋아해 줄 수 있어? 화려하게 빛나는 예쁜 나보다 사자머리를 하고서 침대에만 숨어있는 나를 좋아해 줄 수 있어? 아마 넌 아니라고 할 거야. 나도 그러니까. 우울한 히키코모리 옆보단 술과 남자를 좋아하는 또라이 곁이 더 가벼울 것 같거든.
그래도 너를 위해 나무랄게. 너 정말 너를 사랑할 준비가 된 거야? 너를 위해 살겠다는 각오는 진심인 거 맞냐고. 너를 위한다면, 있는 그대로 해. 우울하지만 술자리에 가고 싶다면 선택해. 침대에 들어가서 울지, 사람들에게 그런 너도 보여줄지.
그러니까 우울한 너도 사랑해 줘. 우울한 나도 좋아해 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