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혐오를 하는 사람에게 필요한 사람
문상훈 님의 에세이 중 ‘자기혐오’를 읽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주제라 너무 익숙해 도리어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 몇 안 되는 챕터였습니다. 그래도 아주 공감되는 한 줄이 있었습니다.
딱 그 심정입니다. 늘 물가에 서서 어느 쪽도 선택하지 못한 채 안절부절 서서 살아갑니다. 그래서 물이 차다며 손을 내미는 사람이나, 내가 얕은 물에서 허우적거려도 같이 물에 빠져주는 사람들을 좋아했던 것 같습니다.
뜨거운 품에 있노라면 마치 나도 처음부터 따뜻한 사람이었던 것 같은 착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그런 사람들이 홀연히 사라질 때면, 다시 손발이 시릴 때면 나는 다시 물가를 서성입니다.
차가우면 제게 온갖 미움을 받으실 테지요. 뜨거우면 축축한 저를 오롯이 안고서 식어가실 텝니다. 그러니 미지근하게 있어주세요. 물가에 서성이는 저를 쳐다만 봐주어도 충분합니다. 제풀에 지쳐 주저앉아 물속을 들여다보는 제게 물결의 모양만 물어봐주세요. 산만한 저는 금방 신나는 눈동자로 물결을 따라 그림을 그릴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