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했던 사무실이 사바나로 변했다
오후 3시경, 중요한 일은 끝냈다. 여유롭게 마우스를 깔짝거리면서 동료와 함께 이야기를 하는데, 갑자기 가슴이 저릿했다. 익숙한 몸의 신호에 덜컥 겁이 났다. '어라? 사무실에서는 처음인데?' 예기 불안이 찾아온 것이다. 흉부의 저릿함, 숨이 잘 쉬어지지 않는 답답함, 흉부의 저림이 팔과 목으로 퍼져나가는 느낌은 공황을 겪기 전, 예고편처럼 나타나는 증상이다.
'사무실에서 발작하면 안 되는데, 비상약도 안 챙겨 왔는데, 뭐가 문제지? 일단 사무실에서 나가야겠어. 근처에 약국에서 약을 살 수 있을까? 약국까지는 혼자 갈 수 있겠지?' 온갖 걱정으로 머릿속은 이미 비상상태. 하지만 이곳은 회사이므로, 아무 일도 없는 듯 동료의 이야기에 고개를 끄덕거렸다. 태연한 척해야 하는 이 상황이 나를 더 숨 막히게 했다. 대화를 어영부영 마무리하고, 회사 근처의 약국을 돌아다니면서 자나팜을 찾았다. 그날의 동료와의 대화는 하나도 기억나지 않는다.
공황을 겪는 환자의 몸은 치타에게 쫓기는 가젤의 몸과 같다고 한다. 전속력으로 뛸 수 있도록 근육으로 피가 쏠려 심장이 저릿하고, 심장은 빨리 뛰어 숨이 가빠지며, 시야는 좁아지고, 다른 생각은 할 수 없다. 위험을 마주하면 나오는 자연스러운 신체반응이다. 문제는 이곳은 사바나도 아니고, 나를 쫓아오는 치타도 없는 2023년 삼성역 한복판의 평화로운 사무실이라는 것이다. 굳이 따지자면 사무실의 사람들은 맹수보다는 초식동물에 더 가깝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