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수노래방 살이
울릉 한달살이를 시작하는데 시작부터가 난항이다.
난항이라기보다는 조금 불편한 상태인데, 그렇다고 또 편하지는 않은 그런..
원래는 17일에 후포항에서 울릉도로 입도할 계획이었으나 동해의 바닷바람이 심상치 않아 배가 뜨지 않았다. 후포뿐만 아니라 포항에서도 배가 뜨지 않아서 울릉도에 가는 수가 전혀 없는 상황이다.
20년 전 드라마에서나 나올 법한 ‘배가 안 떠서..’라는 변명이 아직도 유효한 곳이 울릉도다.
울릉도는 내가 원한다고 맘대로 갈 수도, 나갈 수도 없다. 대자연에 굴복한 삶.. 이게 인생이지 (?)
아무튼 임시방편으로 펜션을 하나 찾았다. 바람이 계속 나빠서 후포면에서 이틀을 더 머물러야 했으므로..
옮긴 숙소는 크기는 큰데, 나 어릴 적 유행했던 수노래방에서 나던 향기가 난다
자연에서는 절대로 맡을 수 없는 수준으로 달달한 장미향에 담배 쩐내가 섞인 냄새랄까?
창문을 잠깐 열어두는 것으로는 냄새가 전혀 빠지질 않는다. 꽤나 추워진 날씨인데도 창문을 닫을 수가 없다.
어젯밤에는 서울에서 가져온 고급 이솝 핸드크림을 코와 인중에 누덕누덕 바르고 잠에 들었다.
어차피 백수라 울릉도에 가는 게 며칠 늦춰져도 상관없는데도 냄새로 이렇게까지 불평하고 있다니..
나는 불편을 참을 수 없는 도시 깍쟁이였던 걸까?
아니다. 나는 도시의 쩐내에 지쳐 자연과 여백을 찾아 울릉도로 온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나 오래 수노래방 냄새를 맡고 있으니 화가 나는 것이 당연하다.
중요한 것은 울릉이건 울진이건 나는 수노래방 냄새 속에서는 행복할 수 없다.
이러한 불편도 울릉의 삶에 포함되는 부분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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