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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oda Nov 25. 2024

내키는 것을 하는 일상

울릉에 온 이유

퇴사를 한지 3주가 되어가는 지금. 나는 내키는 것만 하는 일상을 보내고 있다.

정말로, 그야말로, 문득. 내키는 것을 하는 일상이다.

이렇게나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한 일이라도 조금 머리가 아파질 것 같으면 냉큼 포기한다.

아무 계획도 계산도 하지 않고 시간을 쓰는 것이 얼마나 사치스러운지, 또 얼마나 달콤한지.

이 시간을 위해 5년간 직장인의 삶을 살았구나 싶다.


내키는 일로 채워진 나의 일상은 다이나믹 하면서도 미적지근하고 늘어지는 듯 하면서도 분주한 묘한 템포를 가지고 있다. 일단 울릉도에 내려와서 한달살이를 시작했다. 순수 이동시간은 9시간 반이고, 경유한 시간과 배가 뜨지 못해 기다린 시간을 다 합하면 70시간이 넘는다.


그렇게 힘들게 울릉도에 와서 하는 일이라고는.. 집콕이다. 느즈막히 일어나서 밥 해먹고, 치우고, 떠오르는 글을 조금 쓰고, 만화도 그리다가, 요가를 하면서 시간을 보낸다. 

그거 하러 울릉 갔냐는 말이 절로 나올 법한 일상이다. 물론 외출도 함. 근데 한 5분쯤..?


오늘은 노을이 지는 5시 즈음 마당으로 나왔다. 

제멋대로 무성하게 자란 천부의 야생초와 송곳봉이 어우러져 신비한 분위기 자아낸다.

그 위를 붉게 물든 하늘이 아련한듯 아름다워 넋을 놓고 바라보았다.

그래 나는 이 사치를 누리고 싶었던 거다. 하루 웬종일 뒹굴거리다가, 두세걸음에 대자연을 누리고, 또 두세걸음에 안락한 침대에 뛰어드는 그런 사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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