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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까도녀쪼미 Feb 24. 2021

Seattle(시애틀)

Episode 6. 자전거 타기 좋은 공원

24살 대학교 졸업을 앞두고 난 고민이 많았다. 내가 뭘하고싶은지 내가 뭘할 수 있는지 결정을 해서 진로를 정해야되는데 딱히 뭘하고싶은지 이대로 내가 직업을 구할 수 있을지 겁이나 대학원 진학을 선택했다. 한번도 휴학하지 않아 다른 동기들 보다 조금 빨리 졸업을 해 석사 과정 2년동안 더 많은 준비를 해서 내가 정말로 하고싶은 일을 찾아 사회에 나가고싶었다. 2년이라는 시간은 짧은시간도 긴시간도 아니였지만 내 인생을 결정하는데 중요한 시기이였다. 여러군데 원서를 넣었고 기다린 결과 내가 대학원을 선택해서 갈 수 있게 되었다. 어릴 때부터 시골에 살아서인지 서울을 가면 더 나은 환경이 나를 기다릴꺼라는 막연한 기대로 같은 학교 진학을 포기하고 서울에 있는 대학원을 가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나의 기대와 달리 현실은 드라마같지 않았다. 많은분들이 잘해주셨지만 타학교 학생으로 인해 받는 소외감이 조금씩 생겼고 내가 원했던것과 다른 전공으로 인해 공부는 점점 재미가 없었고 학교생활은 하루하루 힘들어져갔다. 또한 내가 힘들게 했던 일도 남이 한일이 되고 열심히 하려고 하면 할 수록 남의 공을 세워주는 일만 늘어났다. 내가 하고싶은 일을 하려고 간 대학원이였는데 점점 내가 하고싶은 일과 멀어져갔고 계속 이어가야될지 후회되는날이 많아졌다. 그럴때마다 나는 낡은 자전거와 함께 한강에 갔다. 마치 고장난 브레이크를 고치러 정비소를 찾듯 내인생에 브레이크가 걸릴때마다 한강을 찾았었다. 아무생각없이 앞만 보고 달리다보면 어느새 도착해있는 한강, 꼭 목표지점 없이 무작정 앞만보고 달려온 내 인생과 같아 한강을 찾게 되었던거 같다. 하염없이 자전거를  타고 돌아오는 날이면 왠지 마음이 한결 가벼워지고 마음이 치유되는 느낌이 들었다. 자전거때문인지 한강때문인지 알 수 없지만 말이다. 시애틀에서 자전거를 봤을때 지금은 좋지도 싫지도 않은 그때의 기억이났다. 조금은 그때의 추억이 그리웠던거 같다.


“한번 달려볼까?”


아무생각없이 신나게 달리고싶어 자전거 타기 좋은 공원을 찾았다. 숙소 근처에 있는 올림픽 조각 공원은 길게 쭉 뻗어 있으며 엘리오트만을 따라 달릴 수 있어서 좋았다. 또한 군데 군데 보이는 조각품을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했다. 그중 당연 일품은 붉은 노을을 보며 자전거 타는거였다. 원래도 노을 보는걸 좋아했는데 자전거를 타면서 지는 노을을 바라보는건 색다른 매력이였다. 너무 신이나서 공원을 몇번이나 왔다갔다했는지 모르겠다. 몇 차례 왔다갔다 하고나니 해는 완전히 사라지고 없었다. 어둠이 내린 후, 왠지 모를 공허함이 느껴졌다. 앞으로 인생에 대한 고민을 아직도 하고 있는 내 자신이 조금은 한심하기도 했다. 내인생에 대한 고민은 평생의 숙제일텐데 말이다.



다음날 벚꽃 핀 캠퍼스가 보고 싶어 워싱턴대학교를 갔다. 내가 다녔던 대학교도 벚꽃 피는 봄이 되면 캠퍼스 곳곳이 너무 이뻤었다. 그래서 다들 공강 시간만 되면 나와서 사진찍고 했었는데 아마 그때 기억이 떠올라 가고싶었던거 같다. 너무 늦게 갔었던 걸까 벚꽃이 많이 떨어져 제대로 구경 할 수 없어 너무 아쉬웠다. 다른데 가야되나 고민하고 있었는데 문득 자전거가 생각이 났다. 아무 생각없이 자전거에 집중해서 자전거를 타고싶었다. 워싱턴 대학교에서 10분정도만 달리면 게스 워크 파크를 갈 수 있었다. 게스 워크 파크는 다운타운에서 멀리 떨어져있어서 덕투어때 본걸로 만족하고 일정을 취소하려고 했는데 자전거 타고 가기 좋을꺼같아서 가기로 했다. 워싱턴대학교에서 게스 워크 파크까지 자전거 길이 잘되어있었다. 자전거 길을 따라 달려 안전하게 게스 워크 파크에 도착할 수 있었다. 낮에 본 시애틀의 풍경은 색다른 느낌이였다. 맑은 하늘, 공원과 바다, 호수가 어울러져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무엇보다 신나게 달리다 멈춰 풍경을 감상하고 내가 쉬고싶은 곳에서 잠시 쉬었다 갈 수 있어 너무 좋았다. 이런 여유로움은 내가 나에게 주는 생일선물과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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