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나타내는 오브제를 찾아나서다
늘 일기같은 글을 끄적이는 나이다.
작가의 글과 일기의 글의 차이는, 보편적 관념을 나타낼 수 있는 오브제의 유무일 수 있다고 했다. 음.. 많은 이가 공감하는 글을 쓰는 것도 어렵고, 요즘은 글 자체를 쓰는 게 어렵다. 글쓰기에 대 자신감이 떨어진다. 그럼에도 좋은교사 1월호 원고를 써야하고, 계속 글을 써야 한다.
"내가 글을 쓸 자격이 있는가?"
이 질문 앞에서 참 작아진다. 글을 쓰는 자격이랄 것 까지 없지만, 그래도 많은 이들이 읽는 곳에 글을 쓸 필력이 있는지 늘 의문이다. 그럼에도 이렇게 시간을 내어 글을 쓰는 것은, 내 속에 얽히고 섥힌 생각들을 쏟아낼 공간이 필요한 것이겠지.
10월부터 여러 일들이 폭풍같이 몰아쳤다. 췌장 염증으로 복부 CT를 찍었고, 논문 마무리에 정신이 없었다. 게다가 코로나까지 걸려 이주일 동안은 거의 혼이 나간 듯 생활을 했다. 그 와중에 마감일이 있는 보고서를 써 내고 나니, 11월이 훌쩍 지나가 있었다. 그나마 끄적이던 브런치에는 글이 멈춰있다. 10월 좋은교사 원고를 제외하고는 브런치에 글을 올리지 않았다. 아니, 못했다. 아니, 않았다.
글을 쓰지 않다보니, 자신감이 더 줄어들었다. 게다가 다른 이들의 깊이 있는 멋진 글들을 보니, 내 글이 더 쪼그라져 보였다. 그럼에도 글을 쓰는 나는 도대체 누구인가? 어떤 신념으로 이렇게 글을 써 나가는 것인가?
11월 월간 김태현에서는 '자화상'에 관한 시를 쓰도록 했다. 지난 금요일, 작은 아버지께서 소천하셔서 급히 서울에 다녀왔다. 슬픔과 피곤이 한데 섞인 상태에서 목포에 도착했다. 피곤한 상태에서 zoom에 참석했고, 나에게는 시를 쓸 힘이 남아있지 않았다.
선생님들의 보석같이 빛나는 글들을 읽어보며, 조금 에너지가 올라온 지금 시간을 내어 글을 쓴다. 나를 나타내는 오브제를 찾아 헤매면서 말이다.
오브제 ([프랑스어]objet)
1. 초현실주의 미술에서, 작품에 쓴 일상생활 용품이나 자연물 또는 예술과 무관한 물건을 본래의 용도에서 분리하여 작품에 사용함으로써 새로운 느낌을 일으키는 상징적 기능의 물체를 이르는 말. 상징, 몽환, 괴기적 효과를 얻기 위해 돌, 나뭇조각, 차바퀴, 머리털 따위를 쓴다.
2. 꽃꽂이에서, 꽃 이외의 재료.
- 네이버 국어사전
일기같은 글에서 벗어나고자 오브제를 찾지만, 마땅한 것이 떠오르지 않는다. 나를 나타내는 단어는 무엇일까? 사물은 무엇일까? 후보를 떠올려본다.
별?
- 별을 생각한 이유는, 어두운 밤에 빛나는 별이 예쁘고, 그렇게 어두운 상황 속에서도 빛을 꺼뜨리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나이기 때문에?
눈물 방울?
- 잘 우니까?
연필?
- 진한 볼펜과 달리 연하게 자신의 흔적을 남기지만, 그림도 될 수 있고 글도 될 수 있기에. 그리고, 결국은 흐트러져 사라지는 연필재들의 집합처럼.. 유한한 존재이기에.
달빛?
- 옆에 앉으신 부장님이 달빛같다고 하셔서.
거북이?
- 좀 느린 나이기에.
구멍?
- 구멍이 많음. (완벽하지 못할 때가 많음)
레몬
- 시큼하지만 단 맛이 있는 레몬처럼 내 인생도 시큼할 때도 있지만, 그래도 달콤함도 있고 맛있는 레몬차도 만들어낼 수 있으니?
초딩스러운 발상이 막 떠오른다. 여기에서 어떻게 시를 쓰면 될까? 시를 패러디하는 것도 필력을 키우는데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 내 마음에 드는 구조나 내용을 담은 시를 찾아야 한다.
아니면, 그냥 내 시를 써도 좋고...
그렇게 생각하다 생각하다 나온 시는...
방울 방울
- 박선영
때로는
강아지 방울처럼
땡땡거리며 존재감을 알리려고 소리를 낸다.
가끔은
눈물샘의 따뜻한 방울이
나의 슬픔의 길을 따라 뺨을 타고 내려온다.
어쩔 땐,
내 꿈의 방울 방울이
거품처럼 터지고, 빈 손으로 돌아선다.
그럼에도
인생의 순간 순간을
기억의 방울 속에 간직하려,
글을 끄적인다.
소박한 글이
내 마음을 담아
방울 방울 빛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