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햇살샘 Jan 03. 2023

2학년 꼬마 아이들의 호의

귀요미들의 사랑에 힘입어 살아갑니다

"안전 선생님, 안녕하세요?"

"안녕, OO아."

"길 미끄러지지 않게 조심하세요."

"고마워, 너도."


눈이 많이 내린 후 추운 날씨에 길이 꽁꽁 얼어붙었다. 얼어버린 눈을 조심 조심 밟으며 병원에 가던 길에 2학년 학생과 마주쳤다. 아이의 조심하라는 그 한 마디에 마음이 녹아버렸다. 그 아이의 말이 내 기억에서 사라질까봐 아이가 한 말을 되뇌며 내 카톡에 기록으로 남겨두었다. 


며칠이 지나, 2학년 학생들 보결 수업에 들어갔다. 통합교과 겨울을 공부하는 시간이었다. 학생들에게 겨울 방학 계획을 알려주며, 나는 기타 연습을 했다고 내 유튜브에 있는 영상을 보여주었다.


"어, 선생님, 이거 유튜브에요?"

"선생님, 유튜브하세요?"

"선생님, 채널명이 뭐에요?"


쏟아지는 질문에 당황했다. 아이들이 유튜브 영상인지 알다니 신기했다. 일부러 얼굴이 안나오고 기타만 나오는 부분을 보여줬는데, 자막이 있어서 알아차렸나보다. 아이들에게 가르쳐줘도 될지 말지 잠깐 고민한 후 흘리듯 "햇살샘tv 야."라고 말했다. 그 말을 들은 한 아이의 말에 웃음이 나왔다.


"(채널 이름으로) 안전샘이 더 좋겠어요."


내가 2학년 안전수업을 해서 안전샘이 익숙한가보다. 내 채널이름까지 걱정해 주는 아이가 너무 귀여웠다. 


[학생] "나 구독해야지."

[나] "아니야, 얘들아. 너희는 아직 가입이 안 되어 있어서 구독하지 마."

[학생] "부모님 핸드폰으로 구독하면 되요."

[나] "아니야."

[학생] (구독한다는 학생들에게) "선생님 부담스러워 하시잖아."

[나] "부담스러운 건 아니고, 고맙지. 아직 어려서 구독하지 않아도 돼."

[학생] "구독하면 돈 내야돼?"

[학생] "아니, 공짜야."

[학생] "나는 1000번 구독해야지."

[학생] "구독은 한번만 할 수 있어."


애들의 오고가는 대화에 웃음이 나왔다. 


[학생] "선생님, 구독자 몇명이에요?"

[나] 많지 않아. 447명이야.

[학생] "우와!"

[학생] "선생님, 저도 구독할께요."

[학생] "선생님, 곧 1000명 되겠어요. 아니 만명."

[학생] "억명 될거야."


그렇게 대화를 마무리하고 수업을 하다 겨울방학 계획을 쓰는 시간이었다. 방학동한 하고 싶은 것 한 가지를 골라 쓰기였는데, 한 아이가 "나는 햇살샘tv 구독하기 써야지."라고 말했다. 이렇게 유튜브가 파장을 일으킬줄이야.


예상치도 못한 환대와 응원에 어리둥절하기도 했고, 유튜브 얘기를 괜히했나 후회가 되기도 했다. 그렇지만 아이들의 따뜻한 마음에, 내 마음이 많이 뭉클했다. 조건 없는 응원... 그렇다. 6학년을 가르치면서 아이들에게 굉장히 많은 노력과 에너지를 쏟았고, 학생들의 반응은 내 노력만큼 뜨겁지 않을 때도 있었다. 그런데 2학년 아이들은 나의 작은 몸짓에도 이렇게 크게 반응하고 응원해주니 너무나도 고마웠다. 


순수한 그 마음, 그 마음에 내 마음이 녹는다. 


어디서 받기 힘든 뜨거운 환대, 너무나도 고마워, 얘들아.

작가의 이전글 날 꼭 닮은 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