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햇살샘 Jan 25. 2023

시험관 시술 후유증일까?

서울 아산병원까지, 서울 나들이

병원 대기 시간은 브런치 글을 쓰게 하는 묘한 힘이 있다. 소셜미디어를 끄적이다가, 결국 나의 손가락은 브런치로 향한다. 뭐라도 끄적이자.


“네 아픔은 타인에게 말하지 말아라. 네 약점이 된다.”


최근 인간관계 유튜브를 보면서 철학자들이 한 말 중에 이런 골자의 이야기가 많았다. 하, 나는 거꾸로 살고 있었다. 어려움을 이렇게 브런치에 쏟아놓고 있었으니.


이제는 다른 종류의 글을 쓸 필요가 있다고, 숨길 건 숨기고 나 자신을 포장할 필요도 있다고 날 설득한다.


그렇지만, 난 여전히 어려움과 싸우고 있다. 무엇을 포장하겠는가? 병원 대기의자에 앉아있는 난, 말 그대로 건강을 지키기 위해 나름 치열하게 전투 중이다.


여덟 차례의 시험관 시술을 하는 2년 동안, 내 건강보다는 아기를 가지는 것이 먼저였다. 시험관 결과가 실패로 나올 때마다 마음을 추스르느라 애썼다.


그러던 중 작년 복통으로 응급실을 다시 찾게 되었다. 의사 선생님께서는 위내시경을 권유해 주셨다. 위내시경, 대장내시경, 피검사까지 했고, 검사 결과 췌장염 수치가 나온다고 했다. 황달 수치까지. 황달과 췌장염 수치를 인터넷에 검색할수록 나는 공포에 빠졌다.


다행히 황달수치는 정상으로 돌아왔지만, 아밀라아제와 리파아제 수치가 정상치보다 살짝 높았다. 복부 CT를 찍고 나서, 다행히 췌장염이고 췌장이 부어있다는 소견을 들었다.


보통 술을 마시거나 담석이 있을 때, 췌장염이 생기는데, 나는 원인불명이라며 의사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나는 원인을 알아야겠다는 생각에 대학병원에 갔고, 복부 초음파 결과 담낭에 작은 담석을 발견했다. 교수님께서는 예방 차원에서 담낭제거술을 권유하셨다.


나는 원인이 아무래도 시험관 시술인 것 같아 시험관 시술과 췌장염과 관련성을 찾고자 인터넷을 검색했고, 클로미펜이라는 약의 부작용 중에 췌장염이 있음을 발견했다. 대학병원 교수님께서는 그럴 가능성도 있다고 말씀하셨다.


담장제거술을 하기 전에 한번 더 확인하고자 서울 아산병원에 왔다. 좀 더 명쾌한 설명을 듣고 싶었기 때문이다. 역시나 인기 많은 의사 선생님은 대기 시간이 길다. 난임 병원 대기실에서 하염없이 기다리듯, 지금은 명의를 기다리며 브런치를 쓴다.


다시는 이런 글을 쓰지 않으리라.


징징거리는 글, 아픔을 드러내는 글은 쓰고 싶지 않은데 말이다. 그저 내 이야기를 덜 하고도 감동을 주고, 통찰력을 주면 좋겠는데 잘 안된다. 굳이 무거운 이야기가 아니고, 가벼운 일상에서도 이야기를 찾아내는 것이 작가일진대, 나는 작가 되기 멀었다.


병원 대기실에서 손가락을 꼼지락거린다. 몇십 분 후, 의사 선생님을 만나 뵙고 나서, 오늘의 결론이 이 다섯 글자로 마무리되면 좋겠다.


“건강염려증”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건강 관리 잘하셔요.

작가의 이전글 좌충우돌 방송업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