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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파도 앞에서

by 햇살샘

"나 지금 병원이에요."

교사 모임 후, 광주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남편과 통화하면서 할 말을 잃었다.

남편은 뇌경색으로 혼자 병원을 찾아가, 여러 검사를 하고 입원한 상태라고 했다.


모든 생각이 마비가 된 듯 했고, 미친듯한 불안감이 몰려왔다. 불안감 뒤에 꼬리를 물고 따라오는 것은 무시무시한 자책이었다.


'내가 교사 모임을 안 갔으면.'

'휴가를 무리해서 안 갔으면.'

'수영복을 사러 안 갔으면.'


여러 생각이 미친듯이 나를 헤집어놓기 시작했다. 오송역에서 나는 미친년처럼 울었다. 남편에게 전화를 해도, 전화를 받지 않자, 불안감은 증폭했다.


기차에서 광주에 오는 길, 난 내 정신이 아니었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남편이 위급상황에서 애썼을 흔적이 남아있었다. 몸이 차가워 따뜻하게 하려고 했던 잠옷, 수건에 싸인 핫팩. 마음이 너무나도 괴로워, 바닥에 무릎을 꿇고 기도하며 울부짖었다. 다시 정신을 차리고, 남편이 챙겨오라는 짐을 챙겨 병원으로 향했다. 남편이 괜찮은지 확인을 했다. 평소보다 멍한 남편을 보며, 또다시 불안감이 밀려왔다. 남편의 손을 잡고 울며 기도했다. 하나님을 의지하는 것 외에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다음 날, 의사선생님의 설명을 들었다. 다행히, 뇌경색이 왔지만 작게 왔고, 뇌손상이 적어 일상생활이 가능하다고 하셨다. 정말 다행인 케이스라고 하셨다. 경동맥 폐쇄 및 협착은 원인을 찾아봐야 한다고 하셨고, 재발방지를 위해서 혈압상승을 주의하고, 수분 부족과 빈혈을 주의하라고 하셨다.


남편은 멍해보였다. 남편을 붙잡고 계속 기도했다. 조금씩 남편은 회복되어갔고, 삼일차에는 자신의 총명함이 돌아온 것 같다고 했다. 너무나도 감사한 마음이었다. 조금씩 괜찮아지는 것 같았던 입원 삼일차, 시부모님께서 오셨고, 시부모님께서 가신 후, 남편은 혈압이 200까지 치솟았고, 귀에서 물 흐르는 소리가 들린다고 했다. 가족들은 남편을 큰 병원으로 옮기길 원했고, 나에게는 모든 책임이 부여된 듯했다.


새벽 2시, 병원에서 불안감에 도저히 잠을 잘 수가 없었다. 간호사를 붙들고, '너무 불안하다'고 말했지만, 간호사분께서는 그런 내가 부담스러우신 것 같았다. 도저히 잠을 청할 수 없던 상태에서, 남편이 잠이 든 것을 확인하고 집으로 향했다. 이러다가는 내가 먼저 쓰러질 것 같았다. 새벽 3시가 넘어, 평소 신뢰하는 분들에게 도움 요청 문자를 보냈다. 그리고, 페북에 도움을 요청하는 글을 남겼다.


다음날 아침, 목사님들께서 전화를 주셨고, 특히 L목사님은 자기 일처럼 여기 저기 정보를 알아봐주셨다. 목사님께는 자책하는 나에게 '그 부분의 통솔권은 네게 없어.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영역이야. 지금 해야 할 일은 보호자로서 최선의 치료를 받게 하는 거야.'라며 남편이 치료를 받을 수 있는 방법을 지인들을 통해 계속 찾아주셨다. 우리 가정 상황을 주변에 알려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조치해 주신 선생님도 계셨다. SNS 메신저를 통해, 의료인인 가족을 소개해 주시거나, 자신이 수술을 받은 병원을 소개해 주시는 분도 계셨다. 무엇보다 간절하게 함께 기도해 주셨다. 지인의 지인을 통해, 서울의 큰 병원에 예약도 하게 되었다. 내 마음 상태를 걱정하며 연락주시며 기도해 주신 선생님도 계셨다. 지인분을 통해 알게된 어머님께서는, 지속적으로 남편의 상태를 모니터링하며 필요한 사항을 알려주셨다.


거의 쓰러질 것 같던 나는, 주변의 도움으로 그 시간을 지나갈 수 있었다.

'난 혼자가 아니구나.'

기도밖에 할 수 없던 시간, 기도로 버틸 수 있었고, 주변의 도움의 손길과 기도로 인생의 미친듯한 파도를 통과하고 있었다.


인생의 위기 앞에서 인생의 방향을 다시금 점검하게 된다.

남편이 내 손을 맞잡아 주고, 내 말에 답해 주는 것도 기적이다. 함께 걸을 수 있는 것도 기적이다.

이런 인생의 선물 앞에, 덧없는 욕심을 내려놓고, 감사로 파도를 넘어간다.

하루 하루가, 당연한 것이 아니라, 선물이며,

내게 없는 것을 가지고 자꾸 불평했지만,

내게 주어진 모든 것이 소중한 것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다시금 느끼게 한다.


유한한 인생을 살면서,

오늘을 살아감에 감사하고,

모든 것이 은혜임을 고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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