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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민한 사람으로 살아가는 법

by 햇살샘

“넌 책장 넘기는 소리에도 깨서 울었어.”


아빠는 내가 아기일 때, 너무 예민했다며 종종 이 얘기를 하셨다. 어른이 된 지금도, 예민할 때가 많다. 나의 말 하나하나, 행동거지 하나하나 어떤지를 끊임없이 반추한다. ‘내가 혹시 실수하지는 않았을까?’, ‘나 때문에 상대방이 언짢아진 일을 없었을까?’의 생각이 불쑥불쑥 올라온다.


요즘 HSP라는 말이 유행이다. HSP(Highly Sensitive Person)는 매우 민감한 사람이라는 의미로, 작은 일에도 쉽게 놀라고 주위 사람들의 평가에 날카롭게 신경을 쓴다. 감각을 느끼는 수준이 높으며, 자극에 무척 민감하게 반응하기에 전쟁터에 있는 듯한 스트레스를 느끼기도 한다.


이러한 패턴은 교사로 살아갈 때에 더 심해진다. 교실 속 스무여명이 넘는 학생들을 끊임없이 살핀다. 혹시 학생이 마음이 상하지는 않았을지 또한 의식한다. 그러다 보니, 집에 오면 녹초가 된다. 너무나 많은 에너지와 감각을 학생들을 살피는 데 사용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과정은 실제 학생들의 감정을 읽을 때도 있지만 틀릴 때도 많다. 학생들에게 물어보지 않고, 내가 지레짐작하기 때문이다. 이를 정신의학과 의사 문요한은 ‘마음읽기’라고 말한다. 마음읽기는 생존을 위해 발달했으며, 상대방의 의도를 자기 생각으로 판단한다.


반면, 마음 헤아리기는 자동적으로 상대를 판단하거나 속단하는 것을 멈추고, “자신과 상대의 마음에 대해 궁금함을 담아 질문하는 것”(문요한, 2023: 112)이다. 혹시 마음이 불편한 일이 있는지, 힘든 일은 없는지 질문하는 것이다.


예민하게 상대방의 마음을 예측하는 것은 내 한계에 갇혀 상대를 이해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온전히 타인을 이해하거나 그 마음을 헤아리기 어렵다. 예민해서 금방 피곤해지난 날 위해서도, 또한 날 만나는 타인을 위해서도, 예민함의 스위치를 잠시 꺼두고 궁금함으로 상대방의 마음을 헤아리는 질문으로 다가가고 싶다.


문요한이 인간관계 안에서의 마음 헤아리기를 강조했다면, 주디스 울로프는 그 섬세함을 ‘어떻게 보호할 것인가’에 더 집중한다. 주디스 울로프는 『나는 초민감자입니다』라는 책에서, 예민한 사람들이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몇가지 방법을 안내한다. 먼저는 기대치를 낮추는 데 있다. 모든 이가 나를 존중할 것이라고 기대하지 말라고 말한다. 또한 인간관계에서 건강한 경계를 세우고 명상, 자연 산책, 호흡과 같이 자기 회복 습관을 만들라고 말한다. 마지막으로 몸의 언어에 귀 기울이라고 말한다.


예민해서 쉽게 피곤해지고 지치는 나이다. 이런 내가 날 잘 돌보고 인간관계를 잘 돌보기 위해, 먼저 내 몸과 마음에 귀를 기울인다. ‘오늘 컨디션은 좀 어때?’ ‘괜찮아, 다 잘될거야’라며 호흡을 깊이 들이마쉬고 내쉰다. 오늘도 만나는 사람들의 마음을 헤아리고, 동시에 내 마음을 헤아리며 관계에서도 평온함을 누리길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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