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일법문의 핵심은 중도, 중도는 단견과 상견을 극복한 연기의 가르침!
성철스님의 《백일법문》 상, 하 두 권은 공인노무사 2차 시험을 공부할 때 고시원 방 안에서 읽었던 책이다. 삼천배를 해 가면서 공부하던 시절이라서 내 정신의 어딘가가 서릿발 같았던 그 느낌이 지금도 남아 있다.
이 책은 성철스님이 1967년 해인총림 초대 방장으로 추대되어 해인사에 주석하시면서 그 해 여름 안거 기간 동안 해인사 대적광전에서 거의 일백일에 가까운 기간에 걸쳐 매일 2~3시간씩 안거 중인 스님들을 위해 설법하신 내용을 상좌이신 원택스님이 육성녹음을 풀어 정리한 내용이다.
원택스님은 백일법문이 그 핵심을 중도사상에 두고서 인도의 원시불교에서 시작하여 중관, 유식 등의 사상, 그리고 중국의 선종 및 우리나라 선종사상과 오늘의 선문이 나아갈 길까지 언급하였다며 일백 개의 해가 솟아 있는 법문이었다고 설명한다.
성철스님의 손상좌인 일묵스님은 불가에서 자신의 할아버지뻘인 성철스님의 중도는 ‘中’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더 적절하다고 말한다.
초기불교에서 중도는 팔정도를 의미하는데, 성철스님의 중도는 실천적인 의미의 팔정도보다는 중도에 입각한 연기설, 즉 ‘중’의 의미라는 것이다. 중도란 양변을 여의는 동시에 양변이 완전히 융합하는 것이므로 중용과는 다르고, 일체만법, 일체 모든 진리를 융합한 우주의 근본원리인 것이다.
따라서 난 중도를 상견과 단견을 극복한 연기의 가르침으로 이해한다.
성철스님은 내게 첫 번째 스승이다. 내가 빡빡머리를 두 번이나 밀어가며 공인노무사 시험공부와 불교공부를 같이 하던 1년 10개월간 첫 삼천배를 한 곳도 성철스님이 30년간 주석하셨던 백련암이고, 종종 나의 삼천배 장소는 그곳이었으며, 나의 법명인 두원인(斗圓忍) 역시 성철스님이 가르쳐 주신 방법대로 지었다고 하면서 백련암에서 받게 된 것인데, 성철스님의 제자들이 원(圓)자 돌림인 것을 생각할 때 확실히 성철스님은 나의 스승이라는 생각이 든다.
성철스님의 입적을 TV로 지켜보았던 스무 살의 나는 그때 먹었던 마음이 연결되어 10년 후 나이 서른에 스님의 제자가 되었던 것이다.
(물론, 실제 제자인 스님들이 이 글을 본다면 뭐라고 하실지도 모르겠다)
->> 이 글은 2020년 9월 25일에 출간한 <여성 직장인으로 살아 내기>에 실려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