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속으로

by 정수희

여러 날 전부터 매일 하던 일들이나 그날 해야 할 일들을 하지 못하고 미뤄지고 있는 날들이 쌓여가고 있었다. 평소 J성향이 강한 나한테는 이 모든 상황이 과제를 못하고 과제 제출날이 다가오듯 가슴을 짓눌렸다.


석 달 전 친구 같던 어머니가 하늘나라에 가시고 가신 자리를 정리도 못한 채 지난달부터 새로운 일을 하게 되었다. 일을 시작할 때는 어머니를 보낸 그 마음을 달래고픈 마음도 있었다. 물론 단기적으로 새로운 일이 생각을 전환하는데 도움이 되긴 했지만 이 상황과 새로운 일을 시작하면서 그동안 차곡차곡 쌓아왔던 루틴들이 다 무너지고 말았다.


지금은 일상에 쫓기듯 살고 있다.

어제까지 여러 날이 그러했다... 내 책상에 정신없이 쌓여있는 책과 메모들, 정리 안된 필기도구와 컵, 간식 쓰레기들이 앞선 여러 날을 증명한다. 그 여러 날 동안 틈틈이 생각은 했었다.


'이번 토요일에는 밀린 일들을 할 거야.

일을 쫓듯 따라가지 말고 여유 있게 일이 따라오게 하자.

미리 수업준비도 하고 놓쳤던 루틴들을 다시 시작하자..

그래 이제 새해도 됐는데 정신 차리고 주변을 살피면서 익숙한 일상들을 하나하나 찾아가자'


맞다.. 찾아가야 한다. 나는 잊고 싶은 기억, 감정 때문에 익숙한 일들을 놓치고 있었다. 잃어가고 있던 것이다.


'나는 일을 시작했어.. 지금 나는 너무 정신없어. 너무 피곤해' 하며...


전혀 어렵지 않은 일이었는데도 바쁘다며 주변인에게 이해를 구하는 듯한 일상들의 연속.. 나는 하루 중 시간이 날 때도 분주함을 선택했다. 어머니와 함께 했던 일상들을 무기력하게 방치하면서 핑계를 찾고 있던 것이다. 나는 나를 그냥 내 버뤄 뒀다. 겨우겨우 세탁기에 쌓인 빨래정도, 냉장고에 켜켜이 쌓여있던 묵은 음식들만 처리하고 기계적으로 물에 손을 담그는 정도의 시간들을 보냈다. 그냥 더 하고 싶지 않았다. 그냥 그렇게 몇 달을 겉으로는 웃지만 삶 속에선 무기력의 최고조에 달해 있었다.


오늘 불현듯,, 아니 조금 더 솔직히 지금 글을 쓰면서 더 정확히 알게 되었다.

'정리할 시간이 더 필요했구나'


다시 아침에 하던 묵상이나 책 읽기, 글쓰기 또 가족을 위한 식탁과 소소한 산책이나 운동 등.. 모든 것이 의욕상실이다.

나를 돌아보는 글을 쓰며 그리워한다는 걸 알았다. 평범하고 소소했던 아무렇지도 않은 일상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쌓이는 먼지들을 집 안 구석구석에서 찾아내던 일들이 그립기도 하다.

지금은 겨울 중심에 있다. 이제 일월, 이월 지나면 봄이 될 텐데 다시 일상으로 들어가자..

이제 꾸물꾸물 움직여봐야겠다.


다시 일상을 회복시키고픈 나와 가족들을 위해...



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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