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마라톤 도전기, 인터벌? 가속주? 달리기 훈련 종류 총정리
30분을 뛰고 나서 생각했다.
'이제 매일 조금씩 시간을 늘리면 되겠지.'
헬스도 그랬으니까. 20kg 빈 바에서 시작해서 조금씩 무게를 올렸듯, 30분에서 시작해서 매주 5분씩 늘려가면 되는거 아닌가. 이러다 금방 풀마라톤까지 뛰겠다는 오만한 생각까지 했다.
그런데 달리는 달랐다. 그날의 컨디션에 따라 30분을 뛰는 날도 있었지만, 30분을 못뛰는 날도 있었다. 그야 말로 아비규환. 그때 나는 깨달았다. '체계적인 훈련이 필요하겠군..'
다행히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겐 한계는 없다. 달리기 앱에 '50분 달리기 훈련' 이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스승이 없어도, 같이 뛰어줄 친구가 없어도, 어플과 함께라면 혼자서도 얼마든지 훈련이 가능하다. 중급 러너를 위한 체계적인 훈련. 나는 그 프로그램을 눌렀다.
웜업 5분, 천천히 달리기 7분, 보통 속도 달리기 20분, 빨리 달리기 3분, 쿨다운...
'이게 뭐지?'
그냥 50분 뛰면 되는거 아닌가, 훈련은 뭐가 이리 복잡한지...
하지만 쓰라린 패배를 맛본 나는 앱이 시키는대로 해보기로 했다.
[2024년 1월 패기롭게 도전한 50분 달리기의 기록]
※ 지속주 (Long Slow Distance) : 일정한 페이스로 오래 달리는 훈련. 심폐 지구력과 유산소 능력을 기르는 기본 중의 기본이다.
"그냥 천천히 오래 뛰는 거네. 쉽겠는걸?"
편안한 속도로 40분을 달린다. 빠르게 뛰는 것도 아니고, 그냥 편하게.
시작했다.
10분, "뛸만해!"
20분, '......'
21분, '반은 왔나?'
22분, '다리가 무겁다.'
23분, '무리무리무리'
멈췄다.
헬스에서는 세트가 끝나면 쉴 수 있었다. 스쿼트 한 세트가 끝나면 물 마시고, 쉬다 다음 세트를 이어갔다. 명확한 쉼의 구간이 있었다. 그런데 지속주는 끝이 보이지 않는다. 면접을 보고있는 지원자가 된 기분이었다. 달리는 1분이 10분처럼 느껴졌다. 시간이 왜곡된게 분명하다. 멈추지 않고 계속, 계속 달려야 한다는게 이렇게 힘든줄이야. 달리기에 제일 중요한 건 근육이 아니라 정신이 분명하다고 다짐한다.
※ 인터벌 트레이닝 : 고강도 달리기와 저강도 달리기(또는 걷기)를 반복하는 훈련. 심박수를 끌어올렸다 내렸다를 반복하며 심폐 능력과 속도를 동시에 향상시킨다.
※ 윈드 스프린트 : 짧은 거리를 전력 질주하는 훈련. 주로 20~30초 정도 최대 속도로 달린 뒤 충분히 회복하고 이를 반복한다. 근력과 폭발력을 기를 수 있다.
"오 이건 할만하겠는데? 심지어 걷기도 있잖아?"
완전히 오만한 생각이었다.
첫 3분, 빠르게 달렸다. 숨이 턱 끝까지 차올랐다.
2분 걷기. 숨을 고르려는데 시간이 너무 빨리 흐른다.
'젠장 또 시간 왜곡인가.'
심장은 여전히 요동치고 있다.
하지만 야속하게도 또 3분 빠르게.
또 2분 걷기. 심장이 쉴 틈이 없다.
3회차 반복부터는 걷기도 힘들었다.
5회차를 마쳤을 땐 그 자리에 주저 앉고 싶었다.
지속주보다 시간은 짧았지만, 고통은 몇 배였다.
다행히도 심장이 멎기 전에 훈련은 종료되었다.
'살았다..'
※ 가속주 (Tempo Run) : 편안한 페이스보다 약간 빠른 속도로 일정 시간 달리는 훈련. '불편하지만 견딜만한' 강도로 달리며 젖산 역치를 높인다.
달리기 앱이 말했다.
"평소보다 조금 더 빠르게! 숨이 찰 정도로 달려주세요!"
'조금?'
저 조금이 문제였다.
설명으로는 '옆사람과 대화하기 약간 힘든 정도'라고 설명했지만, 나는 혼자 뛰는데 누구랑 대화를 하나.
그냥 느낌대로 뛰기로 했다.
5분, "뛸만해!"
10분, '......'
12분, '반은 왔나?'
15분, '다리가 무겁다.'
18분, '무리무리무리'
무려 지속주 보다 5분이나 빨리 포기했다. '처참하다'
하지만 이것도 기록 단축이라면 단축이다.
그냥 그렇게 생각해야할 것 같은 하루였다.
시간은 쏜살같이 흘러 2024년 6월이 되었다.
그 사이에 30분 달리기와 50분 달리기를 반복했다.
지속주로 지구력을 쌇고,
인터벌로 심폐를 강화하고,
가속주로 속도를 올리고,
윈드 스프린트로 순발력을 키웠다.
그리고 여느 이야기와 마찬가지로 50분을 뛰게 되었다는 결말을 맞이 했어야했다.
하지만 나는 50분을 끝까지 완주하지 못했다.
그 이유를 수 많은 야근과 스트레스의 핑계를 대본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안다.
이때의 체계적인 훈련이 많은 도움이 되었다는 걸.
달리게에도 방법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