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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릎 통증 무시했더니 6개월 쉬게 됐습니다.

풀마라톤 도전기, 겨울 달리기, 웜업 생략했다가 6개월 날렸습니다

by 북쿠미


겨울의 과욕


2024년 3월, 겨울이었다.

50분 달리기는 아직 완주하지 못했지만,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30분, 35분, 40분... 조금만 더 하면 될 것 같았다.

무엇보다 달리기가 재밌어졌다. 템포도 잡혔고, 자세도 안정됐다. 숨 쉬는 리듬도 자연스러워졌다. 이젠 달리기 앱을 켤 때마다 설렜다.

'오늘은 꼭 50분 성공하리라!'


문제는 날씨였다.

2월이 지나고 3월에 찾아온 한파. 영하 8도까지 떨어지고 칼바람이 불어 닥쳤다.

집에서 나가기 싫었지만, 달리기를 멈추고 싶지 않았다.

'웜업 좀 하고 나가면 되겠지'

막연하게 생각하고 나는 러닝복을 입고 나갔다.

차가운 공기가 폐를 찔렀다.

캡처.PNG



신호를 무시하다.


달리기를 시작한 지 10분쯤 지났을까.

무릎에서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욱신?'

통증이라기보단 불편함이었다. 뻐근한 느낌.

날씨가 추워 무릎이 얼었다 생각했다.

'몸이 덜 풀렸나...'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 나는 계속해서 그라운드를 달렸다.


20분, 무릎이 점점 굳어간다.

25분, 무릎에서 통증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30분, '좀... 이상한데....?'


멈춰야 할 타이밍이었다.

하지만 멈추지 않았다.

멈추면 나 자신에게 지는 것 같았다.

정신력 하나만큼은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다고 자부했다.

그래서 그냥 뛰었다.

그렇게 나는 2분 뒤 달리기를 멈췄다.


"이상한데...?"


KakaoTalk_20251121_201328317.jpg 2024년 03월 10일 달리기 기록



과욕의 대가


며칠 뒤 무릎이 괜찮아져 다시 밖으로 나왔다.

오늘도 역시나 무릎이 뻐근했다.

그래서 나는 더욱 강하게 달렸다.

'몸에 열이 오르면 무릎도 풀리겠지'

이 막연한 생각이 곧 재앙으로 돌아왔다.


'뚝!'


KakaoTalk_20251121_201328317.jpg 3일 뒤 달리기 기록, 근데 더 강하게 뛴 거 맞아??




정형외과


"염증이네요. 약 처방해드릴테니까 계속 아프면 다시 오세요."


나는 그날 이후 계단도 난간이 없으면 못 내려갔고,

침대에서 일어서 화장실을 가는 것도 힘들었다.

무릎에서는 액체 파스가 마를 날이 없었다.

코를 찌르는 파스 냄새에 눈물이 났고,

그 눈물은 터져 나오는 억울함을 가려주기에 충분했다.

'50분을 목전에 두고 좌절된 꿈이여'


무릎이 괜찮아지고는 다시 '30분 달리기 도전 프로그램'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부상은 나의 열정을 꺼트리기 충분했다.

40분을 뛸 수 있었는데... 20분도 뛰기 힘든 현실을 마주했다.

'하... 재미없네..'


2024년 6월.

30분 달리기를 마지막으로 나의 2024년 달리기는 강제 종료되었다.



여담


건강하려고 시작한 달리기였다.

하지만 나는 어느새 건강을 잃고 있었다.

50분이라는 숫자에 집착하고, 기록을 쫓고 있었다.


무릎이 신호를 보냈을 때 멈췄어야 했다.

추운 겨울날, 몸을 충분히 풀지 않은 채 뛰지 말았어야 했다.

그렇게 재활도 실패한 채 나는 6개월을 쉬게 되었다.


몸이 '아프다'라고 말하면 들어줘야 한다.

'더 뛸 수 있다'는 오만은 버려야 한다.


쉬는 것도 훈련이다.

멈추는 것도 용기다.


그리고 무엇보다,

건강을 지키며 달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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