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마라톤 도전기, 재활 후 기록 향상, 60분 달리기 성공
"요즘 러닝 대박이에요. 요즘 릴스보면 뛰는거 밖에 안나와요."
회사 동료의 말에 나는 멈칫했다.
2024년 06월 이후, 나는 달리기를 완전히 멈췄다. 무릎 부상 이후 재활도 제대로 안됐고, 다시 뛰고 싶다는 의욕도 사라졌다. 달리기 앱은 삭제한지 오래였다.
그렇다고 뛰지 않은 건 아니었다. 콜레스테롤 수치가 걱정되어 헬스를 하며 중간중간 집 근처 공원을 뛰긴 했다. 하지만 한달에 1 ~ 3번, 10 ~ 20분, 그게 전부였다.
'무릎이 아프면 스쿼트를 못하니까!'
'유산소는 근손실!'
많은 핑계들은 덤이었다.
그런데 2025년 여름, 나와 다르게 세상은 '러닝 붐'이었다.
세상에는 러닝 크루들이 넘쳤고, 인스타그램 피드엔 런스타그램이 가득했다. 유튜브를 들어가면 가수 션의 기부런, 기안 84의 마라톤 도전기. 연예인들도, 친구들도, 모두 달리고 있었다.
'나도 다시 뛸 수 있을까...?'
심장이 두근댔다.
왠지 모를 설렘에 나는 다시 운동화를 꺼내 신었다.
2025년 08월, 다시 달리기 앱을 깔았다.
마지막 기록은 2024년 06월. 30분도 제대로 못뛰던 그때가 떠올랐다.
무릎이 아팠던 기억, 좌절했던 감정들이 몰려왔다.
'이번엔 절대 무리하지 말자.'
가상 마라톤 프로그램을 선택했다. 50분은 꿈도 꾸지 않았다. 처음부터 천천히.
첫날, 5km를 목표로 뛰었다.
1km, 무릎이 괜찮다.
3km, 숨이 차지만 견딜 만하다.
5km, "완주!"
멈췄다.
'더 뛸 수 있을 것 같은데?'
하지만 멈췄다. 과욕이 어떤 결과를 낳는지 이미 경험했으니까.
며칠 뒤, 다시 뛰었다.
이상했다.
작년엔 30분도 힘들었는데, 지금은 30분이 편했다. 숨도 덜 찼고, 무릎도 괜찮았다. 템포도 안정적이었다.
'뭐지...'
다음엔 7km 달리기에 도전했다.
완주했다.
그 다음주엔 10km 달리기에 도전했다.
완주했다.
심지어 50분이 넘는 시간이엇다.
2024년엔 50분이 목표였지만 절대 도달할 수 없던 벽이었다.
그런데 2025년, 부상에서 돌아온 나는 50분을 넘게 뛰고 있었다.
궁금했다.
1년을 넘게 쉬었는데 왜 오히려 기록이 좋아진걸까?
곰곰이 생각해봤다.
(*100% 개인 피셜, 어떠한 과학적 근거도 없음)
첫 번째, 과거의 훈련이 남아있었다.
2024년 초, 나는 지속주, 인터벌, 가속주, 윈드 스프린트를 했다. 당시엔 50분을 못 뛰었지만, 그 훈련들은 내 몸 어딘가에 쌓여있엇다. 근육이 기억하고 있었다. 심폐 능력도, 페이스 감각도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던 거다.
두 번째, 무릎이 완전히 회복됐다.
작년엔 무릎에 염증이 있는 채로 뛰었다. 통증을 참으며 달렸다. 하지만 지금은 다랐다. 6개월간의 강제 휴식이 무릎을 완전히 회복시켰다. 아픈 무릎으로 억지로 뛰는 것과 건강한 무릎으로 뛰는 것은 차원이 달랐다.
세 번째, 멘탈이 달라졌다.
작년의 나는 조급했다. 50분을 채워야 한다는 강박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천천히, 무리하지 않고'가 목표였다. 역설적이게도, 욕심을 버리니 기록이 더 좋아졌다.
부상은 끝이 아니었다.
쉬는 시간은 낭비가 아니었다.
오히려 그 시간 동안 몸은 회복됐고,
마음의 조급함은 사라졌으며,
과거의 훈련의 성과만이 몸 속에 각인되었다.
그렇게 깨달았다.
쉬는 것도 훈련이고,
멈추는 것도 그 과정이란걸.
그리고 무엇보다,
다시 시작하는 용기가 중요하다는 것을.
멈추지 않으면 도착한다.
설령 한동안 멈춰 섰더라도,
다시 뛰기 시작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