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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줄 Jul Aug 01. 2020

지는 꽃도 황홀하기에

조금 차가운 봄을 보내고 있는 당신에게

아티스트 Jangdaal 님의 그림

차가웠던 코끝이 미적지근한 봄햇살에 녹아 달달했던 낮잠에서 깬다. 지난겨울 이런저런 삶의 무게에 무거워졌던 몸이 봄바람에 녹아 제법 가벼워졌다.


‘봄을 맞을 준비는 아직 덜 되었는데..’


언젠간 떠날 것이 떠났듯이 어차피 찾아올 것이 찾아온 것뿐인데 괜한 봄을 탓한다.


가까스로 몸을 끌고 집 밖을 나와 한강을 향해 걷는다.

해가 찬란히도 떠 있고, 하늘은 서글플 정도로 맑은 날.

하루는 한참 전에 시작된 오후 3시 어정쩡한 그 시각.   

퇴근 시간 이후 저녁 시간대의 한강은 익숙하기만 한데 오후 3시의 한강은 왜인지 흥미롭다. 무언가 애매한 그 시간대에 천천히 걷는 사람들에게서, 흘러가는 강물에서, 부는 바람에서, 내리쬐는 햇빛에서 남다른 여유가 느껴진 달까. 서울이라는 도심 속 한강이라는 이유에서 일까.


한참을 걷다가 처음 보는 이름 모를 꽃 앞에서 물끄러미 서있다. 어여쁘게도 피어나 발걸음을 기어코 멈추게 하는 매력이 있는 이름 모를 꽃 앞에서.


코로나 19라는 이 성가신 바이러스에 온 세계가 잠겨있는 사이에도, 모두의 일상이 갇혀있는 사이에도, 이름 모를 이 꽃은 참으로 예쁘게도 피었구나. 이내 곧 져버릴 거면서 눈이 부시게도 피었구나. 한참을 쳐다보았다. 핀 꽃 옆에 지는 꽃도 들여다보다 지는 꽃도 아름답구나.


나는 겨울이 가고 봄이 온 사이, 세계와 함께 잠겨 버린 사이 참 많이도 어둑어둑해지고 곪아 버렸는데. 그 곪는 내 모습이 싫어 방구석에 꽁꽁 숨겨두었는데. 난 곪은 게 절대 아니라며 설명하기 바빴는데. 꽃 너는 지나 피나 예쁘구나. 그저 바람이 부는데로 흔들거리는 너는 참 예쁘구나. 오늘 애쓰지 않는 꽃을 보며 다짐을 했다.


꽃처럼 향긋한 삶이되

지지 않는 꽃으로 보이려 힘쓰지 않을 용기를 갖으리라고.


꽃처럼 아름다운 인간이되

꽃이 진 시간을 구태여 설명하지 않을 여유를 갖으리라고.


지는 꽃도 황홀하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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