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독서
불편한 편의점 1, 2를 읽고,,
잠들기 전 30분이 기다려지는 책이었다. 자기 전에 한 챕터 씩 읽으면 이웃의 소소한 이야기를 듣는 것 같아 마음이 편안해졌고 따뜻한 마음으로 꿈을 꿀 수 있었다. 편의점을 배경으로 등장하는 인물들의 관계도는 점점 더 짜임새가 생겨 몰입하는데 충분히 즐거웠다. 특히 점장 오선숙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스토리와 야간 알바 독고 씨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스토리가 만나는 순간에는 정말이지 가슴이 벅찼다. 모두가 힘든 상황을 극복을 하고 심지어 코로나라는 특수한 환경까지도 딛고 일어나 희망을 가져다주는 책이었다.
편의점에서 소개하는 음식들도 맛깔나게 표현해서 따라먹어보기도 했다. ㅋㅋㅋ 특히 옥수수수염차는 아예 티백으로 구매해 매일 즐기고 있으며 다양한 맥주를 한 번에 즐길 수 있는 탭 비어 가게에서 여러 IPA들을 동시에 시음하기도 했다. 산미가 있고 꽃 향이 나는 커피를 찾기도 했다. 글과 스토리가 주는 상상력 덕분에 이 음료들을 즐길 때 나도 청파동에 있는 불편한 편의점에 함께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무엇보다 감동받은 이야기는 엄마와 아들의 관계에 대한 스토리이다. 철부지였던 아들, 소통에 힘들어하는 엄마가 하나뿐인 편의점 덕분에 관계가 회복되어가는 내용은 모든 아들들과 아들을 둔 엄마들에게 참고서적으로 삼아도 충분하다. 당연히 나에게도 많은 질문이 던져졌다. 현재 나와 어머니의 관계는 건강한가? 어머니의 성격과 고민을 잘 파악하고 있는가? 어머니에게 좋은 아들인가? 어머니가 좋아하는 음식, 여행, 취미는 무엇인가? 등등
가장 가까운 가족이지만 생각보다 모든 질문에 명쾌하게 대답하기 어려웠고 나는 그 자리에서 어머니와 단 둘이 여행을 결심했다. 다른 가족을 제외하고 어머니랑만 있으면 더 깊은 대화를 나눌 수 있을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아쉽게도 당차게 준비했던 단 둘만의 여행 계획은 실패했다. 본인만 두고 여행 가면 삐질게 분명하다는 남편에게 어머니가 같이 가자는 제안을 했고, 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 있고 싶다는 초등학생 조카의 제안을 거절하기란 쉽지 않았다. 결국 부모님, 조카와 함께 여행을 갔지만 누나 없이 막내인 내가 직접 여행지, 식당 등을 계획하고 운전까지 자처한 여행은 처음이었다. 맛있는 음식도 먹고 경치 좋은 곳에서 사진도 찍고 고프로로 동영상도 많이 남겼으며 다양한 체험도 했다. 모두가 만족한 여행이었고 성공적이었다. 그런데 아직까지도 내 귓가에 맴도는 어머니의 말 한마디가 떠오른다
'아들아, 뒷자리에 앉아서 가니 풍경도 다 보이고 너무너무 좋다.'
그곳은 진천으로 가는 고속도로 한가운데였다. 고속도로였는데도 가드레일 너머로 보이는 산과 하늘이 아름다워 보이셨나 보다. 나는 무안한 나머지 '뭐든 남이 해주면 좋지~ 라면도 남이 끓여주면 더 맛있잖아'라고 대답했지만 속으로는 미안한 마음에 울컥했다.
어머니는 운전을 잘하신다. 그래서 계모임이나 가족여행을 갈 때 운전을 도맡아 왔었다. 20대 시절의 어머니 모습을 보면 알 수 있지만 요조숙녀 그 자체셨다. 지금도 소녀감성이 있으신데 그런 어머니가 30대부터 생계유지를 위해 운전을 시작하셨다. 가정을 위해 갈고닦은 운전 실력은 풍경을 보는 여유를 허락하지 않고 앞만 보고 달리게 했다. 그래서 고속도로에서 보이는 풍경마저 어머니에게는 아름답게 다가온 게 아닌가 싶다.
어머니는 능청스럽게 '다음 달 여행은 어디로 갈 거냐며 남양주? 양평? 거기가 좋다던데 두물 머리 가보고 싶다' 고 벌써부터 설레셨다. 누나 없이도 아들과 여행하는걸 이렇게 좋아하시는 줄 몰랐다. 역시 해보기 전에는 모르는 법이다.
이 글을 읽는 아들들에게 얘기해 주고 싶다. 어머니랑 손 잡고 근교로 떠나는 드라이브도 좋고 둘레길도 좋으니 단 둘이 시간을 보내보라고. 가장 가까운 사람을 자세히 들여다보고 아끼고 사랑하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