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을 수 없는 허세의 가벼움
'존재의 가벼움이 존재의 무거움을 견디게 한다.'
페북 페이지를 만들어 볼까 하고
오랜만에 내 프로필 설정을 들여다보다가
'내가 좋아하는 문구'라는 항목에
떡하니 올려두었던 이 글귀를 우연히(?) 발견했다.
밀란 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라는 책을 읽고
마음에 들어 올린 거 같은데,
문제는 올린 기억이 '전혀' 없어 당황스러웠다.
그런데 곱씹어보니 분명 마음에 쏙 들었음직한
그럴싸한 글귀임은 분명하다고
스스로 저항 없이 납득해 버렸다.
전반적으로 경박스러운 나의 삶에 대한 자세로 미뤄 봤을 때,
지나치게 심각하거나 무겁고 진지한 것을 마주하면
먼저 오글거림에 닭살부터 올라오는 내 성향상
캬~ 맞네~! 감탄과 함께 뇌리에 꽂혔을 것이다.
나는 힘들거나 슬픈 개인사도
웬만하면 자학개그에 가깝게 썰을 푸는 스타일이고
반복적으로 울적하고 무겁게 푸는 남의 개인사도
'나더러 어쩌라고?' 하면서 못 견뎌하는 사람이다 보니,
얼마나 반가운 문구였을까 싶다.
그렇다고 분명 뭔가를 성찰하거나
인생의 길잡이로 생각되어 눈에 띈 게 아니었을 것이다.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mbti 분석글이라던지,
각종 야메 심리 테스트의 결과지 내용처럼
이기적이고 제멋대로인 모습조차
개성이나 매력 포인트쯤으로 듣기 좋게
포장해 주는 편리한 문구였을 것이다.
평소에 고민되던 자신의 안 좋은 부분도
그런 결과지를 읽다 보면,
'그래! 내가 이래! 내가 이런 성향이라 그랬던 거야~'
더 멀리 가면 종국에는,
'난 나야'
같은 망발을 부끄러움도 없이 남들 앞에서 내뱉게 되는 것이다...
스스로를 꽤나 멋지게 정의 내리려고
시도한 흔적을 뜻하지 않게 발견하고
화장실 안에서 아늑하게 엉덩이 까고 변기에 앉아 있다가
누군가 벌컥 문을 열어버려
눈을 마주친 것 같은 수치스러운 기분이다.
‘오늘의 이불킥감이다.’
혼자 끄응 신음소리를 내다가
삭제직전까지 갔지만,
그럼에도 좀 더 오며 가며 보면서
음미해 보고 싶은 문구라
결국 그대로 놔두어버렸다.
사실, 디지털시대로 접어들면서
그동안 내가 뭘 하고 돌아다녔는지 생각만 해도
부끄러움에 과호흡이 올 것 같지만,
그걸 다 삭제하고 다니는 것도
이미 불가능하다.
기억에도 없던 나의 수치스러운 부스러기들을
의외의 곳에서 갑자기 발견당하는 일은
꽤 부끄러운 일이다.
내 실체에 비해
과하게 멋지고 웅장한 글귀로 때려 맞았을 때는 더욱.
-그래도 책장에 꽂아두면 꽤 지적으로 보입니다. 있죠? 다들 그런 책들이 더 많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