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먼저 성교육이 필요한 이유
제가 성교육을 진행하는데 어머니 한분이 궁금해하셨어요. 초등 자녀에게 성교육이 정말 필요한 건 알겠는데, 둘째 5살정도의 아이에게도 성교육이 가능한지 의아해했어요. 아무것도 모르는데, 어린 아이에게도 성교육을 할 수 있나요?
이 질문에 답하기 전에 여러분에게 한번 물어볼게요. 성교육이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어떤 교육이 성교육일까요? 성에 관련된 교육이라서 왠지 전문가에게 받아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드나요? 집에서 부모가 하기에는 어려운 학문이고 교육일까요?
자, 여기 엔미 사키코의 <소중해 소중해 나도 너도> 그림책을 소개해드릴게요. 노란색 표지에 그려진 아이가 자신의 몸을 가리킵니다. 우리 몸 중에 소중한 부위가 있다는 것을 이 그림책을 통해 알 수 있지요. 아이들에게 소중한 부위가 알려주는 일이 중요하지만, 평소에 말로만 알려주기에는 쉽지 않아요. 그림책을 통해 아이들에게 성교육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저는 반복적으로 알려드리고 있어요.
나의 몸은 어디나 아주 소중해요. 그중에서도 특별히 소중한 곳이 있어요. 팬티는 내 몸에서 가장 소중한 곳을 지켜 줘요. 팬티 속은 특별히 소중해요. 음순, 음경 그리고 엉덩이!
내 몸에서 특별히 소중한 곳은 가족도 친구도 선생님도 들여다보거나 함부로 만질 수 없어요. 사진이나 동영상도 찍을 수 없어요. (병원 진료를 보거나 ) 꼭 이유가 있어서 만져야 할 때는 “만져도 되니” 하고 물을 거예요.
- 엔미 사키코 <소중해 소중해 나도 너도>
이 그림책에서도 말하지요. 내 몸에 신체부위는 모두 중요하지만, 특별히 소중한 부위가 있다고요. 아기자기한 예쁜 색감의 팬티속옷도 그림책에서 볼 수 있어요. 어떤 팬티가 예뻐? 아이와 이야기를 나눌 수도 있어요. 팬티 속은 특별히 소중한 부위가 있는데, 음경/음순, 엉덩이라고 말하지요. 아이들에게도 이름이 있듯이 이 친구들에게도 이름이 있어요. 음경, 음순, 엉덩이에요. 이름을 제대로 정확하게 불러줘야 하는 이유랍니다. 아이들이 자신의 소중한 부위에 대해 알고 지킬 수 있는 힘을 길러주셔야 합니다.
저희 병원에 오는 아이들도 검진을 하거나 의사선생님이 진찰할 때 미리 말해줍니다. 진료할 거라서 옷을 올릴게요~ 한번 확인해볼게요 라고요. 이런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서는 함부로 다른사람에게 (가족이라도) 보여주거나 내 허락없이 만져서는 안되는 부위입니다. 내 몸의 소중한 부위를 알고, 정확한 이름을 불러주고 싫으면 싫다고 이야기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는 모든 것이 바로 ‘성교육’입니다.
솔직히 이야기해볼까요? 우리가 성교육이라고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죠? 성, 성관계, 섹스(SEX), 그 외 성에 관한 이야기들. 여러분은 어떤가요? 제가 성교육을 진지하게 시작하기 전에 떠오른 이미지들과 크게 다르지 않나요? 우리는 보통 성교육, 성과 관련된 교육이라고 하면 약간 부정적이거나 음란물에 나오는 영상을 떠올리고는 합니다. 그래서일까요? 우리 어린 친구들에게 성교육을 한다고 하면, 어떻게 그게 가능해? 라는 질문이 단번에 나오게 되지요.
성에 대한 이미지를 바로 잡아주는 것도 부모가 성교육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저는 사실 간호사로 20년 가까이 근무했지만, 성에 관해서만큼은 미숙하고 쑥스럽고 창피한 부분이었습니다. 나의 성감대를 잘 알지도 못했고 남편과도 성에 관련된 이야기를 꺼내기가 어려웠습니다. 제가 성교육의 필요성을 크게 느낀 이후로 관련서적도 찾아보고 영상도 보았지요. 대부분의 우리세대가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 이유가 우리도 제대로된 성교육을 받아본 적이 없고 ‘성에 관한 이야기’를 터놓고 이야기할 공간이나 기회가 없었습니다. 특히 여자들의 경우는 쉬쉬하거나 성에 관한 이야기를 하면 안되는 줄 알았으니까요.
시대가 변했지만 우리는 여전히 성교육이 미비합니다. 우리 아이들도 저희가 받던 교육과 별반 다르지않은 내용을 반복하고 또 반복하고 있었으니까요. 물론 그 중에는 학교나 지자체, 혹은 선생님의 역량으로 이전과는 다른 솔직하고 대범한 성이야기를 오픈해서 ‘아이들이 실질적으로 궁금하고 도움이 되는’ 이야기를 해주는 곳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학교나 기관에서는 학부모의 반발로 또는 성교육의 현실적인 가이드라인이 미흡하여 ‘제대로된 성교육’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습니다. 생각해보세요. 단 한명의 학부모가 콘돔을 실제 수업에서 보여주는 실습시간을 가지자고 요청을 했다고 생각해보세요. 교실에서, 학교에서, 선생님들이, 학부모님들이 좋은 아이디어라고 건의를 수용하고 적극적으로 수업에 적용했을까요? 아마 그 답은 여러분들이 알고 계실거라 생각합니다.
학교공교육이 따라오려면 우리의 인식부터 먼저 바뀌어야 합니다. 저도 참 답답한 현실에 속상하고 다른 선진국들처럼 성에 대한 제대로된 교육을 일찍부터 시도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현실이라는 벽 앞에 막혀있기는 하지만, 요즘 부모님들의 인식이 조금씩 변화되고 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이전까지와는 다른 성교육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인식한 것이죠. 아이들의 호기심을 충족하고 정확한 정보와 지식을 전달해주는 제대로 된 성교육이 필요합니다.
성교육은 우리가 태어나기 이전부터 생명의 근원이고 뿌리인 모든과정을 포함하는 것입니다. 태어나는 순간 엄마아빠의 손길이 닿고 따듯한 촉감을 느끼며 부드러운 목소리를 접합니다. 살짝 입맞춤을 하고 아기의 온몸구석구석을 닦아내고 어루만져줍니다. 아이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아이의 울음소리에 기저귀를 갈고 모유를 먹이고 온감각으로 아이를 키워냅니다. 누워만 있던 아기가 뒤집고 기어다니고 아장아장 걸어다닐 때 손을 잡아주고 어부바를 해주고 안고달래어가며 그렇게 아이곁에서 부모는 정성과 노력을 다합니다. 부모라는 존재곁에서 아이는 무럭무럭 자라고 성장하며 기저귀를 떼고 스스로 변기에 앉는 연습을 합니다. 엄마아빠의 몸과 자신의 몸을 다르다는 것을 인식하고 자신의 몸을 탐색하고 관찰하기 시작합니다. 친구와 함께 어울리는 법을 알아가고 나의 몸이 소중하듯 상대방의 몸도 소중하다는 것을 알고 배려하는 마음을 가집니다. 몸의 변화와 마음의 변화가 일어나듯 나의 생각도 자라기 시작하고 부모와 의견이 충돌하는 시기도 찾아옵니다. 부모와 자녀사이에 건강한 경계가 필요한 시기가 오고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기도 합니다. 이렇듯 성교육은 한 사람이 태어나 살아가는 경험속에서는 일어나는 모든 과정입니다. 나의 몸을 알고 부드러운 스킨십을 알고, 자신의 몸을 탐색하고 상대방을 배려하고 건강한 경계를 유지하는 일. 인생을 살아가는 데 있어 꼭 필요한 학문이고 관계가 성교육입니다. 우리가 흔히 단편적으로 정자, 난자, 2차 성징 등으로 성교육을 생각하지만, 사실 성교육은 성인문학이고 인간관계이며 성가치관을 정립하는 아주 중요한 교육입니다.
그래서 성교육은 어린시절부터 가능합니다. 내 몸의 소중한 부위가 어디인지 알고 어떻게 말하고 행동해야 하는지, 내 몸이 소중하듯 친구의 몸은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나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일 등 어린친구들에게도 충분히 성교육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아시겠지요? 내가 장난으로 생각하는 일도 친구나 다른사람이 불편하거나 불쾌하다면 하지말아야 하는 것도 아이들은 충분히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답니다. 바로 그림책을 통해서 말이지요.
우리가 생활하는 모든 공간 속에서도 성교육이 가능합니다. 일상 속에서 흔히 접하는 그림책 중에서도 성교육그림책을 아이들과 만나게 해준다면 자연스러운 성교육이 가능하겠네요. 나의 몸의 변화를 미리 알고 나의 몸을 만지고 예의와 매너를 배우고 친구와의 관계를 소통하는 방법을 우리는 그림책을 통해서 만날 수 있습니다. 우리는 부모라서 충분히 할 수 있습니다. 아이들의 몸을 씻기고 일상을 함께 나누는 가족이기에, 내 아이를 제일 잘 아는 사람은 나이기에 함께할 수 있습니다. 함께하면 됩니다. 겁먹지 마세요. 아이들은 우리를 기다릴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