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방법만 있는게 아니야
아이를 키우면서 답하기 가장 어려운 질문 중의 하나가 아닐까요? 하지만 아이들은 정말로 궁금해하는 내용입니다. 아이들은 정~말로 궁금해서 물어보는 거니까요. 순진하고 해맑은 얼굴로 갑자기 이렇게 큰? 아기가 어디서 나왔을까? 정말 궁금합니다. 엄마 배 속에 있던 내 동생(아기)이 어느 날 뿅~ 하고 나타납니다. 배 속에 있었는데 도대체 어디로 나왔을까요?
우리 어른들은 알지요. 여자의 질이라는 부분에서 아이가 나오는 것을요. 하지만 그 부위를 설명하기가 참 난감하지요. 설명하기 어렵다고 포기하지 마세요. 그림책에 나와 있는 수많은 표현을 통해 아이들에게 알려줄 수 있습니다. 아이에게 설명해주기 위해 미리 혼자서 중얼중얼 연습해보는 방법도 추천해드립니다. 중요한 건, 얼버무리지 않고 피하지 않고 숨기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배꼽에서 나왔다? 너는 몰라도 돼? 나중에 다 알게 될 거야. 등등 정확하지 않은 사실을 전하거나, 그 질문에 피해버린다면 아이들은 온전히 그 말을 믿게 되거나 나중에 알게 되었을 때 충격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제가 〈그림책 성교육〉 시간에 자주 소개하는 그림책은 티에리 르냉의 《엄마 씨앗 아빠 씨앗》입니다. 제 강의를 들으신 분들, 제가 운영하는 최고그림책방에 방문해보신 분들은 다 아실 거예요. 아이들에게 설명하기 참 좋은 성교육 그림책입니다. 있는 그대로 그림으로 사실을 전하고, 인공수정, 시험관시술, 제왕절개 수술 등에 대해서도 다루고 있거든요. 그뿐만 아니라 자연임신이 어려워 시험관시술을 통해 인공수정하는 예도 많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답니다. 실제로 자연임신이 안 되어 시험관시술의 도움을 받은 부모님은 그림책을 함께 보며 아이를 만나기까지 노력했던 당시의 느낌이나 준비과정을 아이에게 설명해줄 수 있겠네요. 세상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존재하고 다양한 상황들도 존재한다는 것, 그리고 한 가지 방법이 안 되면 다른 방법을 시도해볼 수 있다는 것, 어렵고 힘든 과정이었지만 엄마가(아빠가) 해냈다는 경험을 아이에게 잔잔히 전할 수 있을 겁니다.
그런데 아기는 어디로 나오지? 엄마가 하품할 때 입에서 나올까? 아빠가 아기를 부를 때 귀로 나오나? 엄마가 재채기할 때 코로 나오나? 엉덩이에 있는 구멍에서 나오나? 엄마 몸 어딘가에 지퍼가 달렸나? 그럴 리가!
아기는 엄마 다리 사이에 있는 구멍에서 나와. 이 구멍은 질이라는 통로와 연결되어 있어. 엄마 배 속에 있던 아기가 바로 이 길을 지나 밖으로 나오지.
뭐라고? 그럼 질은 아기가 지나갈 만큼 넓은 거야? 그럴 리가!
질은 아기가 나올 때만 쭉 늘어났다가 아기 나온 뒤에는 다시 원래대로 줄어들어.
아기가 질로 나오지 못할 때도 있어. 그러면 의사 선생님이 아기가 나올 비상구를 만들어 줘. 엄마 배를 조금 갈라서 아기를 꺼내는 거지.
-티에리 르냉 《엄마 씨앗 아빠 씨앗》
어떤 느낌이 드나요? 아이가 나오는 통로를 있는 그대로 표현해 놓았지요? 그리고 이렇게 설명하면 되는구나! 이렇게 설명해도 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지 않나요? 아이들 입장에서는 도저히 상상이 안 될 거예요. 믿지 못할 수도 있지요. 엄마 다리 사이에 구멍이 있다고?
그때 이렇게 부연설명을 하면 됩니다. “질은 아기가 나올 때만 쭉 늘어났다가 아기가 나온 뒤에는 다시 원래대로 줄어들어”라고 말이죠. 질을 통한 자연분만이 어려운 경우에 시행하는 제왕절개 수술에 대해서도 담담하게 설명해놓았지요.
‘있는 그대로를’ 그림과 글을 통해 표현해 놓았다는 점이 참 좋습니다. 아이들은 자신의 수준에서 정말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구나, 아이들은 우리가 제대로 설명해주지 않으면 모를 수도 있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어요. 동생이 배 속에 있다가 어느 날 뿅~ 하고 태어나는 것 같지만 엄마·아빠는 딱히 설명해줄 방법이 없습니다. 평소 해보지 않았고 우리도 제대로 교육받지 못해서 동생을 만난 아이에게 설명해주기가 어려운 거지요.
아이들은 순수하게 정말 알고 싶어서 질문하는 거예요. 그래서 성교육 그림책이 필요한 거고요. 아이들은 성장해가면서 받아들이는 범위가 조금씩 넓어집니다. ‘질 구멍’이라는 용어가 어색하거나 설명하기 곤란하다면 《우리 몸의 구멍》이라는 그림책으로 간단하게 설명해줄 수도 있습니다. 우리 몸에 있는 구멍에 대해 재미나고 유쾌하게 표현해낸 그림책으로 이 책에서는 아기가 나오는 길을 ‘아기 구멍’으로 표현해두고 있습니다. 어떤 그림책을 읽어줄지는 부모인 내가 선택하면 되는 겁니다. 내가 ‘읽어주고 싶은’ 그림책을 읽어주시면 됩니다. 나와 아이에게 맞는 그림책이 가장 좋은 그림책이니까요.
저는 김포에서 한 달에 한 번씩 그림책 모임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빠지지 않고 참석하는 찐 회원님, 새봄이 엄마는 이 그림책을 보며 자신의 경험과 맞닿은 이야기를 아이에게 전할 수 있어서 매우 기뻤다고 하네요. 대부분 책이 자연임신, 자연분만에 관해서만 다루고 설명하고 있어서 아이에게 제대로 설명하기 어려웠다고요.
“엄마, 아기는 어디로 나와요?”라는 질문은 어쩌면 아이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질문이 아닐까요? 아이가 질문할 때까지 기다리지 마시고 4세 이후가 되면 그림책으로 성교육을 시작하시는 것이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