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소중이라고 부르시나요?

정확한 명칭의 중요성

by 정희정

우리 부모님들이 아이에게 성기를 표현할 때 뭐라고 알려주시나요? 소중이, 잠지, 고추? 우리 몸에서 중요한 신체부위를 알려줄 때에는 정확하고 명확한 표현이 필요합니다. 겉으로 드러나는 팔, 다리, 손가락, 발가락처럼 말이지요.

인터넷에서 기사를 본 적이 있습니다. 성폭력과 관련된 법정에서 아이들이 실제로 자신의 성기를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지 몰라서 진술을 할 수 없었다는 기사였습니다. 누군가가 나의 중요한 신체부위를 만지거나 내 허락 없이 손을 댔을 때 어느 부위를 정확히 만지려고 했는지 표현해야 합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사실을 잘 모르죠.


우리가 아파서 병원에 갔을 때도 어디가 어떻게 아픈지 의사에게 설명합니다. 하물며 우리에게 중요한 신체부위에 대해 설명할 때도 정확히 어디가 어떻게 아프고 불편한지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려면 둥그스름하게 표현할 것이 아니라, 정확히 신체부위 명칭을 알려주어야 합니다. 남자의 성기는 음경, 여자의 성기는 음순(음부)라고 알려주세요.


아이들과 목욕하거나 샤워할 때, oo아 이제 음순 씻어볼까?라고 말하면 됩니다. 아이들이 4세 정도만 되어도 자신의 성기를 씻을 수 있답니다. 물론 깨끗이 음경/음순을 씻기 위해서는 부모님이 도와주시면 되지만, 실제로 아이들과 목욕할 때 성기를 씻어보는 연습과 경험은 매우 중요합니다. 모든 걸 부모가 해주지 않아도 좋습니다. 아이들이 할 수 있는 부분은 믿고 연습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어 보는 것도 아이들에게 좋은 경험과 배움이 됩니다.


왜 말하기가 어려운가 봤더니, 우리 어른들 역시 성교육을 제대로 받은 적이 없고 성기를 입 밖으로 꺼내볼 기회가 없었습니다. 일상의 대화 속에 음경/음순이라고 용어를 말할 기회가 전무후무했을 겁니다. 그래서 제가 성교육 강의를 하거나 부모님들을 만나면 입 밖으로 꺼내는 연습부터 해보라고 말씀드립니다. 혼자서 중얼거려도 좋고 종이에 음경, 음순이라고 적어도 좋습니다. 아이들에게 말하기가 불편하고 아직 거북하다면 성인들끼리 (엄마아빠 서로) 음경, 음순이라는 용어를 사용해 보는 것도 좋은 연습이 됩니다. 이런 기회를 통해 성교육을 엄마아빠가 함께 시작해 보고 앞으로 지속적으로 아이들에게 알려줄 수 있는 계기가 됩니다.

제가 실제로 소그룹성교육을 할 때의 일이었습니다. 초등학생 대여섯 명이 함께 모여 그림책으로 성교육을 진행했습니다. 아이들은 그림책 속 ‘음순’ ‘음경’이라는 표현을 굉장히 낯설어했습니다. 처음 들어보았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입 밖으로 꺼내어 말하기를 어려워했습니다. 우리 부모님들이 일단 가정에서 이런 용어를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학교에서 알려주겠지?라는 기대와 바람을 가지고 있을 겁니다. 혹은 당연히 학교에서 교육하지 않나요?라고 생각하는 분도 많으실 겁니다. 하지만 학교에서는 우리의 기대와는 다르게 교육내용에 포함되어 있지 않았고 (일부 학교에서는 가능할지도 모르겠지만) 그래서 아이들은 음순/음경이라는 용어를 처음 들어본 것이었습니다. 어디에서 알려줘야 할까요?


가정에서도 학교에서도 알려주어야 합니다. 다섯 살 아이의 입에서 ‘음순’이라는 용어가 나옵니다. 어색할까요? 이상한가요? 어릴 때부터 정확한 명칭을 알려주고 말하다 보면 자연스럽고 익숙해집니다. 아이들의 이름도 정확히 불러주어야 나의 존재를 알리고 표현하듯이, 성기의 이름도 정확히 알려주어야 합니다. 나의 몸을 알고 돌보고 표현하는 일은 정확한 용어의 사용에서 시작되는 것이니까요.


이론적으로는 알지만 입 밖으로 꺼내기가 어렵다고요? 저도 그랬습니다. 정말 민망하고 얼굴이 화끈거렸습니다. 간호사로 오랜 기간 일하면서도 생식기와 관련한 구조와 용어는 알았지만, 실제 사용할 일이 드물었고 안 쓰다 보니 자연스럽게 말하기가 어색해졌습니다. 저도 최근까지 소아과외래에서 진료 보는 환자들을 대할 때면 느꼈습니다. 가끔 성기의 불편한 증상으로 소아과를 찾아오는 분들이 종종 있었습니다. 하지만 부모들 중 정확히 음순, 음경이라고 표현하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고추, 성기, 혹은 약간 둥그스름하게 표현하면서 정확한 부위를 언급하기를 꺼려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누가 들을세라 약간 조심스럽게 조용히 알려주기도 했습니다. 건강한 몸과 신체는 우리 몸을 구성하고 있는 모든 부위입니다. 성기도 마찬가지입니다.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정기적으로 아픈 부위가 있는지 진료를 받아야 하고, 혹시나 가렵거나 염증이 생기는 경우는 그때그때 치료를 받아야 합니다. 감기에 걸리거나 열이 날 경우 소아과를 찾아오는 것이 당연하듯이, 음순, 음경이 가렵거나 분비물이 나오거나 혹은 초경을 시작한 후로 생리통이 너무 심한 경우에도 산부인과/비뇨기과를 방문하는 것이 자연스러워야 합니다.


우리는 다 큰 어른들도 산부인과/비뇨기과를 어려워합니다. 일반 내과나 정형외과에 방문하는 것과는 느낌이 조금 다릅니다. 물론 우리가 늘 찾는 내과나 정형외과는 겉으로 보이고 설명하고 진료하기가 편한 반면, 산부인과, 비뇨기과는 검진을 위해서 옷을 갈아입어야 하고 불편한 자세를 취해야 해서 인식자체가 다른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우리의 생명과 연관 있는 부위인 음순, 음경, 고환, 난소, 자궁, 질과 관련되었기에 우리가 더욱 관심을 가지고 돌봐야 하는 것은 아닐까요? 나의 몸을 잘 돌보고 관리한다는 것은 내가 아프거나 문제가 생겼을 때 바로바로 진료를 받고 적극적인 치료를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내 아이들이 생식기에 고민을 가지고 있거나 성장하면서 마주하는 수많은 문제들을 하나하나 풀어나가면 좋겠습니다. 내가 객관적으로 볼 수 없는 부분은 특히 건강과 관련된 사항은 전문의의 도움을 받을 것을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성교육이라고 해서 어려운 것이 아닙니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라면 누구나 다 할 수 있는 것이죠. 아이의 성장을 바라보는 일, 성장에 맞게 정확한 용어를 알려주는 일, 함께 깨끗이 몸을 씻는 연습을 하는 일, 상대방이 불편해하는 행동이나 말은 하지 않는 일 이런 일들이 일상생활 속에서 알려줄 수 있는 성교육입니다. 성교육이라고 해서 따로 뚝 떼어놓고 생각할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일상생활 속에서 알려줄 수 있는 것들을 보여주고 알려주는 일입니다. 건강한 신체와 건강한 마음으로 성장할 수 있게 말이지요.


한번, 두 번이 어렵지 자꾸 반복하고 말하다 보면 어느새 익숙해집니다. 육아도 그렇듯 성교육도 반복이고 연습이 필요합니다. 처음부터 잘할 수 있나요? 모르니까 배우는 거고 연습하는 거지요. 우리도 부모가 처음이고 이런 성교육은 더 처음입니다. 가정에서 시작하는 성교육은 정확한 명칭을 사용해 보는 것부터 시작해 보시길 바랍니다. 그게 시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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