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욕탕은 최고의 성교육 시간

by 정희정

“목욕탕에서 책을 읽어주라고요? 그게 가능한가요?”


대부분의 반응일 겁니다. 제가 그림책강의를 하거나 그림책모임에서 목욕탕에서 그림책을 읽어주는 방법을 소개하면 반응이 대조적입니다. 아이들이 물장난을 쳐서 불가능하다는 답변과 와! 그런 신박한 방법이 있었네요! 라며 놀라워하는 답변들. 우리는 생활의 대부분을 이전에 하던 그대로 하는 습관이 있습니다. 그리고 책은 책상에 앉아서 읽는 것이 진리인것처럼 살아왔어요.

하지만 잘 생각해보세요. 꼭 그래야한다는 법이 있을까요? 책을 책상에 앉아서 보는 법이라도 정해져 있나요? 아닙니다. 그림책도 책도 어느장소에서 어느 곳에서든 펼쳐서 볼 수 있습니다. 물이 있는 곳도 좋고 주방 옆도 좋고, 엄마가 저녁준비하는 시간에 식탁에서 그림책을 펼쳐 볼 수도 있습니다. 놀이터에서 놀면서 꺼내보아도 되고 흙이 묻어도 됩니다.


목욕탕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옷을 벗어야 하죠. 속옷을 벗고 팬티를 벗고 목욕탕에 들어갑니다. 따듯한 물속에서 아이가 목욕을 할 때 저는 가끔 아이곁에서 발받침대(아이를 키우는 가정의 필수품)에 앉아서 그림책을 보여주고 읽어줍니다. 제가 생리하는 날에는 목욕탕에 함께 못들어가니, 더 좋은기회인 셈이지요.

물이 젖으면 어떻하나요? 아이들이 욕실안에서 마구마구 물을 튀기는 경우가 아니라면 조금 멀찍이 앉아서 읽어주면 됩니다. 평소 옷을 입고 있을때는 잘 모르지만, 옷을 벗고 샤워하는 동안은 자신의 몸을 보게 됩니다. 가슴, 엉덩이, 음경, 음순 내 몸에 소중한 부위를 관찰하고 만지게 되지요. 엄마아빠와 함께 목욕을 하면 차이점을 발견하고 즐거워하기도 합니다.


엄마아빠는 털이 있네? 엄마아빠는 나랑 다르네? 하면서 궁금해하기도 하지요. 잡아당겨보고 장난을 쳐보기도 합니다. 생명과 연결되는 소중한 부위에는 털이 자라서 보호해주는 거야. 이렇게 알려줄 수 있겠네요. 엄마는 음순, 아이는 음경 이라는 차이를 말해주어도 좋습니다. 목욕하는 시간은 최고의 성교육 시간입니다.


목욕탕에서 어떤 그림책을 읽어주나요? 어떤 그림책이든 좋습니다. 성교육 그림책도 좋고, 평소 읽어주고 싶었던 그림책을 가져와도 좋습니다. 아이들이 유일하게 심심한 시간일테니까요. 목욕탕에서는 핸드폰을 볼 수도 없고, 다른 놀이를 할 수도 없습니다. 아이들에게 심심한 시간을 만들어주는 것이지요. 엄마/아빠와 그림책만이 있습니다. 다른걸 할게 없으니, 엄마아빠가 읽어주는 그림책에 집중합니다. 저의 아이에게 읽어주고 픈 재미있는 그림책을 읽어줍니다. 처음에는 관심이 없다가도 공룡 그림책을 읽어주니 어느새 다음내용을 궁금해합니다. 저의 방법이 통했나봅니다. 한 마리 한 마리 사라지는 공룡친구들이 못내 궁금한 눈치입니다. 이렇듯 아이들이 심심한 시간을 주고 재미있는 그림책을 읽어준다면 아이는 그림책에 빠지는 계기가 됩니다. 일석이조의 효과인 셈이지요.


오늘은 특별히 배변훈련을 하는 시기의 아이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그림책을 가져와보았습니다. 파스텔톤의 예쁜 색감으로 칠해진 박정희 글, 박세연 그림의 <응가공주>입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천개의 바람 출판사에서 펴낸 그림책으로 그림책 표지에는 왕관을 쓴 공주가 힘을 주고 있는 듯한 표정을 하고 있네요. 가만히 보니 공주가 앉은 의자가 변기모양을 하고 있네요.


‘응가공주 님의 응가시간입니다!’


아침시간이 되자 응가공주는 궁전화장실에서 응가준비를 하고 백성들과 가족은 공주를 응원하기 위해 모여있네요. 응가공주의 응가를 위해 모두들 응원을 하는데 응가가 잘 안나오나 봅니다. 황금빛 슬리퍼를 신어보고 그림책을 읽어도 주고 놀아달라고 하는 응가공주. 배는 아픈데 시원하게 응가를 하지 못하는군요. 무슨 문제라도 있는 걸까요? 우리 아이들이 건강히 잘 자라기 위해서는 잘먹고 대변도 잘누어야 겠지요. 특히 편식하는 친구들에게 응가공주는 메시지를 던쳐줍니다. 입에 맞는 음식을 먹는것도 좋지만 응가도 잘 하려면 영양가도 있는 음식을 골고루 섭취해야 한다는 것을 말이지요.


우리 주변에서 그림책을 찾아볼 수 있나요? 눈을 살짝만 돌리면 그림책이 눈에 들어오나요? 만약 지금 내주변에 그림책이 없다면 식탁에 침대에 바닥에 화장실 앞에 그림책을 한권 두권 세워두세요. 내가 좋아하는 그림책, 아이가 좋아하는 그림책, 그림이 예쁜 그림책, 웃긴 그림책, 또 보고싶은 그림책 어떤 그림책도 좋습니다. 그림책성교육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그림책을 많이 읽어주었고 그림책을 참 많이도 좋아해서였습니다. 그림책에서 시작하면 됩니다. 화장실도 목욕탕도 예외가 아닙니다. 화장실 주변에, 화장지를 두는 공간에 그림책을 두어보세요. 아이들이 책과 친해지는 가장좋은 방법은 자주 보이는 것입니다. 눈에 보이는 곳곳에 세워두고 보이게요. 소파에도 좋고 창틀도 좋고 식탁위에도 좋아요. 아이들이 밥을 기다리면서 스르륵 볼 수 있는 그림책이면 됩니다. 맛있는 그림책이면 더더욱 좋겠지요?


목욕시간은 아이들에게 성에 대해 자연스럽고 구체적으로 알아갈 수 있는 기회가 옷을 벗는것부터 시작해서 나와 다른 부모, 형제자매의 몸을 보는 것, 자신의 몸을 만지고 바라보는 것, 내 몸의 부위의 명칭을 말하는 것, 몸에 닿는 좋은 느낌과 싫은 느낌을 표현하는 이런 모든 과정이 목욕탕에서 좋은 교육이 됩니다.

갓난아기를 아기욕조에서 씻기는 것부터가 부모가 되는 첫 관문인 것 같습니다. 아이의 탯줄이 떨어져나가는 건 또 어떻고요. 모든 과정 하나하나가 긴장되고 새로운 순간이었을 겁니다. 그랬던 아이가 엄마아빠와 함께 목욕을 하고 물놀이를 하고 자신의 몸을 씻기 시작합니다. 나의 몸, 너의 몸을 알아가는 목욕탕에서 자연스럽게 신체부위의 명칭과 씻는방법을 알려주는 것부터 성교육의 시작입니다.


평소 말하기어려웠다면 목욕탕에서 시작해보세요. 아이들이 묻기전에 말이지요. 화장실이나 목욕탕 근처에 성교육그림책이나 부모가이드북을 꽂아두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필요할 때 그때그때 찾아볼 수 있거든요. 저희집 화장실앞에는 작은 전면책꽂이가 있는데, 그곳에는 몇권의 그림책들과 성교육가이드북을 꽂아둡니다. 아이가 머리를 말리는 동안 풀썩 앞에 앉아서 그림책을 꺼내어 보기도 하고요. 어떤 식으로든 성교육과 그림책이 일상에 놓여져있으면 됩니다. 가리거나 감추지않고 있는그대로 알려주는 것이 성교육의 기본입니다. 가정에서 그림책으로 시작해보세요. 일상의 모든 생활하는 습관이 바로 나의 몸을 알고, 지키는 좋은 시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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