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간호사의 성장 일기
나의 남편을 걷는 것을 싫어한다. 나가는 것을 싫어한다. 아이들과 깔깔깔 웃으며 바깥 놀이한 기억이 거의 없다. 대신 남편은 먹거리를 참 좋아한다. 닭갈비, 고기 등등. 그래서 늘 나가게 되면 우리는 외식을 할 때만 그렇다.
하지만 나는 아이들과 바깥놀이를 늘 나가고 싶다. 어제도 그랬다. 코로나로 외출은 자제하고 있지만 봄볕 좋은 화창한 날씨에 마스크를 끼고 나는 거리로 나왔다. 바깥이 춥다는 남편의 말에(실은 나오기가 싫은 거겠지) 나는 커피 한 잔 마시로 올게 하며 집을 나선다. 그늘이 진 곳을 걷다가 아파트 골목골목을 걸어 다녔다. 원래는 집 근처에 카페에 갈 생각이었다. 둘째 아이가 돌 전후부터 나는 짧은 시간이라도 꼭 커피 한 잔을 갖는 시간을 가졌다. 아이가 밤에 잠을 잘 때도 나는 두 발을 뻗고 잘 수가 없으니.. 사실 갓난아기를 키우고 아이를 키우는 일은 오롯이 엄마의 몫인 것 같다. 24시간 동안 아이를 잘 돌보려면 나 역시 커피 한잔을 하는 시간의 여유로 나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며 충전해야 했다. 어제도 그럴 목적으로 길을 나섰다. 하지만 길을 걷다 보니 따스한 햇빛이 비치는 거리가 참 좋았다. 아이들 생각이 났다. 심심해~ 심심해~ 를 입에 달고 지내는 우리 첫째 아이 하영이. 하영이 생각이 났다. 아이들과 함께 나와도 되겠지? 하는 마음이 들었다.
어느 날부터인가 남편을 끌고 나오는 일은 포기했다. 나의 아이들에게 햇빛을 보여주고 공놀이를 하고 맛있는 간식을 사 먹는 일상을 즐기지 못한 다음 어차피 나와봤자 입만 툭 튀어나올 거란 걸 알기 때문이다. 30여 분을 걸어 다녔을까? 커피는 포기했고 나는 아이들과 함께 나올 공원을 여기저기 탐색했다. 가족들과 마스크를 끼고 근처 공원으로 나오는 사람들이 많았다. 하영이가 좋아하는 편의점도 있고, 둘째 아이에게 태워보고 싶은 전동차 렌트하는 곳을 지나쳐갔다. 한 시간 동안 대여료를 알아보고 전동차를 구경했다. 이제 아이들만 데리고 나오면 된다.
조금 일찍 들어오니 늘 그렇듯 둘째 아이는 아빠와 침대에서 동영상을 보고 있었고 첫째 아이는 방에서 있었다. 심심해하면서 말이다. 하영이가 아침 일찍 만들어 둔 김밥을 챙겼다. 날 좋은 날, 오늘 아이들과 함께 공원에 나가기로 이미 이야기가 되어 있었다. 다만, 나들이를 싫어하는 아빠의 목소리에 '추워서 오늘은 소풍을 못 가나보다' 생각했을 것이다. 나들이를 싫어하는 남편을 알기에 나는 아이들 입을 옷을 챙기고 먹거리와 기저귀 가방을 챙겼다. 매트를 챙기고 배드민턴과 공도 챙겼다.
그렇게 혼자서 바리바리 준비하고 첫째 아이가 유모차도 밀어주며 우리는 늘 하는 것처럼 우리의 길을 갔다. 우리 삼총사는 늘 함께다! 둘째 아이에게 아까 봐 두었던 전동차도 태워보고 근처 아파트의 한적한 놀이터를 발견했다. 우리는 유모차를 세워두고 유아용 놀이터에서 한참을 놀았다. 다른 아이의 공을 탐내는 둘째 아이를 데리고 근처 편의점에 데리고 가서 토끼 모양의 풍선도 사주었다. 첫째 하영이가 좋아하는 편의점에서 시원한 음료수도 골랐다. 따사로운, 아니 뜨겁기까지 한 햇볕 아래서 우리는 마음껏 그 시간을 즐겼다. 김밥도 먹고 미끄럼틀도 탔다. 이젠 제법 혼자서 몸을 가누고 미끄럼틀도 타는 둘째 아이가 대견하고 멋있어 보였다.
나는 아이들의 웃음소리를 듣고 나도 깔깔깔 웃을 때가 참 행복하다. 하영이와 채영이가 있어 감사하고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어 행복하다. 나 혼자서 준비하고 낑낑대면서 나름의 노하우도 생겼다. 둘째 아이를 챙기면 첫째 아이는 유모차를 밀어준다. 분유가 먹고 싶은 지 잠이 와서 보채는 건지 둘째 아이가 칭얼대기 시작해서 첫째 아이에게 아빠 빨리 분유 준비해서 오라고 했더니, 위치를 어떻게 용케 잘 설명했는지 10분 뒤 아빠가 도착했다. 그렇게 우리 셋이 놀던 공간은 아빠가 와서 넷이 되었다. 아이들 노는 모습과 근처를 쓰윽 보더니 "여기 괜찮네~" 한다. 이걸 바랬던 것이다. 아이들의 웃는 모습을 보고, 환한 미소를 보고 이런 게 행복이라고 이런 게 즐거움이라고 말이 아닌 모습으로 보여주고 싶었던 거다. 10분, 20분 늘려가다 보면 아이들과 나들이를 좋아하는 날이 오지 않을까?
바깥활동을 모르고 지내던 남편이었기에 한때는 원망도 실망도 했었다. 하지만 그는 있는 그대로 두고 나는 나의 아이들과 최고의 시간을 만끽하면 된다. 그러다 보니 아주 미약하지만 조금씩 조금씩 그의 공간도 생기는 것 같다. 지금의 시간, 아이들과 몸으로 부대끼며 함께 어울릴 수 있는 시간이 곧 우리의 추억이 되고 우리 가족의 울타리를 만드는 시간이다. 오늘도 나는 나의 길을 가고, 내가 가는 길이 아이들의 길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