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이걸 무슨 맛으로 먹어? 지난 주말 아이들과 함께 근처 공원으로 나갔다. 햇볕도 좋고 엄마가 있는 유일한 날이 주말이니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었다. 답답한 집안이 아닌 바깥으로 나갔다. 유모차에 이것저것을 챙겼다. 배드민턴, 공, 매트, 물,, 혹시나 쓸지도 몰라하며 이것저것 챙긴 것들이 벌써 한 바구니다. 아이들과 놀이터를 나와 신나게 공놀이도 하고 그네도 타고 미끄럼틀도 탔다.
늘 그렇듯 나는 둘째 아이 곁에서 미끄럼틀을 태워주고 손도 잡아주었다. 첫째 하영이와 둘째 채영이는 7살 터울이다. 커피도 마시고 싶었다. 하영이는 늘 그렇듯 편의점을 사랑한다. 근처 카페에 들러 커피도 시키고 아이들에게 줄 시원한 애플주스도 주문했다. 실컷 뛰어논 아이들에게 먹일 소시지가 들어간 핫도그도 주문했다. 시원한 아이스 카페라테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음료다. 커피를 워낙 좋아한다. 매일매일 한 잔씩은 기본이다. 하영이가 말했다. 한번 쭉 들이키더니 맛이 없었던 모양이다.
엄마는 이걸 무슨 맛으로 먹어? 그렇지. 엄마는 시럽을 항상 두 번씩 넣는데 그게 잘 안 섞인 모양이야~. 엄마도 커피를 그냥 마시기엔 좀 써서 항상 시럽을 넣어서 먹는데. 시럽을 넣었지만 잘 안 섞인 모양이다.
시원한 카페라테에 달달한 시럽을 두세 번 쭈욱 짜 놓으면 맛이 기가 막히다. 늘 무언가에 목말라하던 나는 아이스 카페라테를 그것도 시럽을 두세 번 넣어 달달해진 카페라테를 들이켜면 맛이 기가 막히다.
하영이는 어느 순간 엄마의 모습을 관찰하고 엄마를 따라 한다. 늘 둘째 곁에서 안전을 지키고 하영이보다는 채영이 곁에 있는 시간이 많아졌다. 그러는 동안 하영이는 혼자 놀고 혼자 그네를 탄다. 혼자 편의점에서 맛있는 것을 사 먹는다. 혼자 영어수업을 듣고 혼자 책을 보고 잠이 든다.
하영이가 한 번은 그런 적이 있었다. 작년쯤이었나. 학교를 다녀와서 문을 열었는데 엄마~ 엄마~ 불러도 소리가 없더란다. 엄마를 애타게 불렀는데 늘 반겨주던 엄마가 없었다. 한참을 엄마가 없어 무서웠을까? 현관 앞에서 신발도 벗지 않고 엉엉 펑펑 울었다고 한다. 엄마가 왜 없지, 엄마가 어디 갔지? 나 왔는데 엄마가 왜 마중 안 나오지? 아이 혼자 얼마나 무섭고 두려웠을까.
그렇게 한 참을 울고 난 뒤 아이는 생각했다. 아.. 엄마 일하러 간다고 했지.
한참을 그렇게 펑펑 울고 난 후에야 엄마가 일하러 나가서 집에 없다는 걸 알았다. 괜스레 머쓱하고 민망해졌더란다. 하영이가 집에 돌아왔는데 늘 기다리던 엄마가 없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아이의 마음을 어땠을까?
괜스레 나도 마음이 먹먹해진다. 아이들 곁에서 아이에게 간식을 챙겨주고 학교 갔다 오면 온기가 느껴지는 그런 가정을 나 역시 꿈꾸었다. 둘째 아이를 낳고 여러 직장을 전전하다가 방문간호 회사로 다시 입사를 했다. 평일에는 늘 아침 일찍 일을 나가고 저녁에 집에 돌아온다. 그러는 동안 아이도 혼자 학교에 가고 학교에서 돌아와서 집에 있는다. 빈 시간의 공백을 줄여주고자 아이돌보미 선생님이 계신다. 선생님이 오기 전 한 시간 정도의 공백이 있었는데, 그 시간 동안 아이는 혼자 집에 있었다. 엄마를 아닌, 선생님을 기다리면서 그렇게 집에 혼자 있었다.
긴급 돌봄을 하는 요즘, 아이는 요즘에도 학교에 간다. 매일 9시에 학교도서관에 가서 그곳에서 시간을 보낸다. 하루 종아리 마스크를 껴야 해서 답답해한다. 그리고 1학년, 2학년 초등학생 동생들이 장난치는 개구쟁이가 있어 시끄럽다고 한다. 점심시간이 되면 도시락이 나오는 데 아무래도 급식이랑은 차이가 있겠지. 어느 날은 맛있는 반찬이 나올 때도 있고 맛이 없는 반찬이 나올 때도 있다. 그렇게 매일매일 도서관에서 간격을 띄엄띄엄 두고 앉아 애니메이션 영화를 보거나 색칠을 한다. 책을 보기도 한다. 아이는 학교 도서관이 시끄럽고 재미가 없었던 것일까?
엄마. 학교에 가고 싶어. 라며 말한 적이 있다. 아마 하루 종일 혼자 생활하고 심심해하면서 친구들이 보고 싶었던 거겠지? 하영이를 예뻐해 주는 선생님을 만나고 싶었겠지?
10살. 어린 하영이에게 낯선 지금의 상황들. 학교에서 마음껏 친구들을 만나고 놀고 이야기를 나누며 학창 시절을 보낼 시기에 온종일 집이나 도서관에서 마스크를 하고 생활한다. 어떡해야 하나. 4월 20일부터는 온라인 개학이라고 해서 하영이가 집에서 온라인 수업을 듣고 싶다고 했다. 나는 일을 해야 하고, 남편도 일을 해야 한다. 아이돌보미 선생님의 도움을 받아 오후 3시에 오시면 나를 대신해 아이에게 간식을 챙겨달라고 해야겠다.
매 순간순간이 엄마인 나는 누군가의 심판을 받는 것 같다. 잘하고 있나? 잘하고 있지. 그래 이 정도면 됐어. 나 스스로 만족하고 납득할 만한 상황까지 나를 너무 몰아세우지는 말자고 다짐한다. 엄마도 적응하는 중이고, 엄마도 인생을 연습하는 과정이니까. 아이를 키우고 남편과 함께 가정을 꾸리고 이루어나가기에 돈도 시간도 풍족하고 많으면 좋겠지만, 아직 그런 단계도 아니기에 엄마도 성장하는 중이고 하루에 하나씩 더 배워나가는 과정이라고 너희들에게 말하고 싶다.
엄마가 잘못하는 것도 있고, 감정대로 너희에게 화를 내고 짜증을 내는 경우도 많잖아. 며칠 전 흰머리를 뽑았어. 나는 나이가 안 들 줄 알았나? 나도 나이가 들고 성숙해지는 데.. 흰머리를 보니 아.. 나는 그동안 내가 안 늙을 줄 알았나 봐. 남편의 늘어가는 희끗희끗한 흰머리를 뽑을 때는 몰랐는데, 나의 흰머리 두 개를 뽑아내니 마음이 다르더라.
마음이 좀 그렇더라. 흰머리.. 아이들도 한창 커나가는 시기이고, 나의 부모님은 얼굴 볼 사이도 없이 그렇게 그렇게 나이가 들어가시겠지. 나는 나의 부모님을 제대로 바라보지 못했던 것 같아. 마음속에 불안과 두려움이 서서히 스멀스멀 자라듯, 내 머리카락도 스멀스멀 자라 간다. 둘째 아이의 커트 친 머리카락이 점점 자라고 눈을 가리는 순간, 정리해야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 머리카락도 점점 자라 내 앞 눈을 가리고, 정리할 때가 되었구나 생각한다.
머리카락을 자주 정리하고 다듬어줘야 하는 것처럼 나의 마음속 두려움과 욕망, 불안감도 정리하고 다듬는 시간이 필요한 것 같다. 손톱이 자라고 발톱이 자라면 깎고 다듬는 것처럼 우리 마음도 그런 것 같아. 그대로 놔두면 나의 마음이 잠식당할지도 몰라. 내 마음을 수시로 살피고, 나의 마음과 안녕을 물어야지. 내 두려움과 불안이, 뭔가 말할 수 없는 마음속 불안감이 서서히 자라날 때 싹둑싹둑 잘라줘야지. 마음을 다듬어야지. 그래야 나의 다듬어진 마음가짐으로 아이들을 대할 수 있으니까. 나의 마음이 삐죽삐죽 제멋대로면 나를 포함해 나의 아이들, 나의 가족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치는 걸 알기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