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엔 엄마 모드

엄마 간호사의 성장일기

by 정희정

비가 오는 금요일. 아침 새벽에 둘째 아이가 맘마~ 맘마~ 하며 잠을 깼다. 새벽 5시인데. 보통 7시쯤 일어나 분유를 찾는 아이는 오늘은 좀 일찍 분유를 찾았다. 분유 200을 타 주고 베개에 눕혀 먹는 걸 지켜본다. 그 사이 나는 다시 잠이 든다. 아침 7시가 다 되어갈 무렵 잠에서 깼다. 자도 자도 피곤한 것 같은 몸. 오늘은 비가 부슬부슬 와서 그런지 아직 어둑어둑하다. 일어나 어질어진 집안일을 조금 한다. 할 게 많다. 아침부터. 널려진 옷을 정리하고 나도 준비해야 한다. 설거지도 해야 하고, 둘째 아이 어린이집 가방을 챙겨야 한다. 주로 사용하는 숟가락, 포크가 있는데 하나씩만 준비했다. 쓰기에도 편하고 집기에도 편한 물품이다. 숟가락과 젓가락도 우리가 딱 쓸 만큼만 수저통에 꽂아둔다. 안 쓰는데 보관해놓는 건 이후에도 쓰지 않을 나란 걸 알기 때문이다. 많이 써서 헤진 나무젓가락과 나무 수저도 바꿀 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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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스산히 불고 차들은 불빛을 뽐내며 쌩쌩 달린다. 출근 준비를 정말 간단히 하는 편이다. 늘 입는 코트만 입고 안에 반팔티에 빨간 간호사 카디건을 걸친다. 양말은 딸아이 좋아하는 카카오프렌즈 양말을 함께 신는다. 바지도 나에게 딱 맞는 두 벌만 번걸아가며 입는 편이다. 오늘은 금요일이고 비가 온다. 라디오에서는 잔잔한 노래가 나온다. 재즈 풍 같기도 하고 목소리 색채가 그대로 드러나는 허스키한 목소리도 들린다. 예전 남편과 사귈 때 남편이 좋아하던 노래가 나온다. 스팅의 Shape of my Heart. 오늘 같은 날에 듣기 좋은 노래다. 나의 남편은 음악을 좋아하고 감성적인 사람이다. 영화를 볼 때 울 때도 있다. 가끔 센티해지기도 한다. 비가 내리고 추억은 비를 타고 내린다. 노래는 추억을 타고 흐른다.

어제 둘째 아이가 어린이집에서 걷다가 책상에 콩 부딪혀 오른쪽 볼에 멍이 들었다고 했다. 퇴근길에 어린이집 선생님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보통 잘 지내거나 노는데 그럴 땐 전화가 없는데, 발진이 나거나 다른 안내사항이 있으면 전화로 알려주신다. 이젠 제법 활동량도 많아지고 먹는 양도 부쩍 늘어간다. 아이가 큰다는 건 나도 나이가 드는 것이겠지? 나의 부모도 나이가 드는 것이겠지.


며칠 전 집에 침대를 바꿀 때가 되어서 집 근처 에이스 침대 매장을 방문했었다. 그날도 라디오를 듣고 있었는데 마음이 시큰거리고 촉촉해졌다. 나이가 드는 상대를 바라보며 늙는 것이 아니라 익어가고 있다는 말.. 그 말을 듣는데 괜스레 눈물이 났다. 엄마 아빠 생각이 간절했다. 안 그래도 요즘 떨어지는 벚꽃 잎을 보면 부모님 생각이 절로 난다. 방문을 다니다 보면 벚꽃 잎을 참 많이도 마주한다. 벚꽃 잎이 떨어져 앙상해진 나뭇가지를 보며 나도 부모님과 금오산 벚꽃 길을 산책한 적이 있었지 한다. 그때 참 좋았는데. 학창 시절 동안 그리고 나의 유년시절에는 먹고 입고 아무 걱정 없이 살았었다. 편안히 우리를 돌봐주시고 구미라는 도시에서 동네에서 그렇게 행복한 시절을 걱정 없이 보냈다. 한 살 두 살 먹어감에 따라 내 머리도 커진 것일까? 구미가 좁디좁은 도시로 느껴졌고 서울을 갈망했다. 그래서 떠났다. 그땐 성적에 맞추어 간 것이지만, 내가 구미에 있으려고 했다고 주욱 있었을 것이다. 충청도에 있는 대학교의 간호학과에 입학해서 그렇게 무작정 구미를 떠났다. 엄마 아빠에게 나의 빈자리가 얼마나 컸을지 그 당시에는 상상조차 하기 어렵다. 엄마는 지나 이야기 하기를 내가 대학교에 들어가고 앨범을 보며 많이 우셨다고 한다. 항상 늘 함께했던 딸아이의 빈자리가 오죽이나 컸을까 싶다. 지금에서야 나도 엄마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나도 두 딸아이를 키우면서 요 귀여운 녀석들이 독립을 하고 자신의 길을 찾아갈 때 어떤 마음일지 벌써부터 먹먹해진다.


예전에 아이와 함께 읽은 그림책에서 그런 내용이 있었다. 자그맣고 엄마 엄마만 찾던 아이가 자라 텅 빈 방을 보는 엄마의 모습. 그리고 엄마는 엄마대로 잘 지내고 있으니 너는 너의 길을 가라. 그런 내용을 담은 그림책이었다. 나의 아이가 성장하는 모습이 그려지면서 딸아이와 침대에서 부둥켜 앉고 엄청 펑펑 울었던 기억이 난다.

코로나로 온라인 개학을 앞둔 요즘. 아이는 어제 아침 까지만 해도 학교 가기 싫다고 노래를 불렀다. 도서관에 개구쟁이들이 있어서인지, 아침에 일어나기 싫어서인지 모르겠지만 집에서 과연 아이 혼자서 할 수 있을까? 걱정이 되었다. 다행히 어제 담임선생님과도 전화를 하고 주 3~4회 정도는 학교에 보내기로 마음먹었는데, 아이가 말한다. 엄마 나 학교 갈래. 집에 있으면 심심할 것 같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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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도 성장하고 있는 거겠지? 어제는 영어학원에서 내준 숙제를 함께 하는데 갑자기 공부에 욕심이 생겼나 보다. 이것도 잘하고 싶고 저것도 잘하고 싶은 눈치다. 영어를 쓰고 한글로 어떻게 읽는지 써야 하는데 엄마가 글씨를 잘 쓰니까 나보고 써달라고 한다. 그래. 이렇게라도 열심히 하는 모습이면 된다 생각한다. EBS 만점 왕 문제집도 사달라고 해서 주문했다. 그동안 함께 같이 챙겨주지 못했는데 이제라도 조금씩이지만 느린 걸음이지만 아이를 챙겨주려고 한다. 혼자서 하기 힘들겠지. 엄마도 혼자서 하기 힘든데..

이번 주말은 엄마 모드로 돌아간다. 아침저녁으로 엄마를 대신해 돌보미 선생님들이 잘 보살펴주신다. 간식도 챙겨주고 마중도 나와준다. 하지만 나도 아이들과의 시간을 참 좋아한다. 맛있는 것도 함께 먹자. 그리고 하영이가 하고 싶은 것도 하러 가보자. 만점 왕은 어떤 문제집인지 엄마와 함께 풀어볼까? 혼자 하기 어려우면 엄마랑 같이 하면 되지? 하영아 너의 성장을 응원하고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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