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하고는 싶고 체력은 달리고
살림이란 뭘까? 살림.. 사람을 살리다 는 의미. 집에서 밥을 해 먹이는 엄마를 떠올리게 하는 말이다. 어제 영상통화로 부모님과 전화를 했다. 나의 딸들을 보고 반가워하는 부모님의 모습에서 멀리 있지만, 자주 못 가지만 이렇게라도 아이들의 얼굴을 보여드리는 것이 부모님을 기쁘게 해 드리는 일임을 안다. 나의 아이들이 성장하는 모습과 대조적으로 나의 부모님의 건강했던 신체는 점점 약해지는 모습을 마주할 때마다 마음이 무겁다.
우리 삼 형제를 유년시절 즐거운 기억으로 그리고 추억으로 가득 차게 해 주셨던 나의 부모님. 그리고 매일 도시락을 싸가면서도 그걸 당연시 여긴 나의 모습도 기억이 난다. 그 당시엔 학교에 도시락을 싸가지고 갔었는데 엄마는 쥐포, 따끈한 국, 각종 반찬들을 따뜻한 밥과 함께 늘 챙겨주셨다. 나의 것, 그리고 동생의 것 까지. 소풍날에도 김밥을 가득 싸가지고 김밥을 싸들고 학교에 갔던 기억이 난다.
나는 어떨까? 나 역시 아직은 서툴고 매번 시행착오를 거치고 있다. 살림의 기본은 정리와 정돈, 그리고 버리기라고 생각한다. 나는 요리에는 소질이 없고 흥미도 없다. 나보다는 남편이 조금은 더 관심을 가지는 편이다. 사도 사도 필요한 것들이 생기는지.. 거의 매일을 마트에 다녀오는 데도 매일 또 살 것이 생긴다. 어떤 때는 아.. 정말 지겹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나만 이런 것일까? 사람이 먹고사는 데 필요한 것들이 참 많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또 없으면 없는 대로 사는 것이 삶이 아닐까 생각한다.
요즘은 역 주변만 둘러봐도 편의점이 꼭 1~2개씩 보인다. 예전에 정겹게 있었던 동네슈퍼는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필요하면 거의 모든 것을 갖추고 있는 편의점으로 달려가기만 하면 된다. 결제도 간단하다. 카드로 쓰윽~ 긁으면 얼마가 출금되었는지 알려주는 문자 하나면 쇼핑 끝!
미니멀리즘이 유행이었다. 나도 집안 살림을 늘리는 걸 원치 않는다. 하지만 살아가다 보니 단순하고 편하게 즐기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도구들이 있기 마련이었다. 그리고 궁리하고 생각하는 만큼 나의 삶은 편해지는 것을 느꼈다. 매번 좋은 물건을 살 수는 없기에 최선의 선택을 하려고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아이가 하나일 때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짐 또한 많이 늘어났다. 외동딸로 7년을 키우면서 삶이 간소화했다. 집에서 먹는 것도 간단했고 살림 살이랄 것도 없었다. 단 세 식구뿐이었으니 오죽했을까? 그릇도 수저도 휴지도, 샴푸도.. 많이 쓰지를 않고 각자 먹을 것만, 좋아하는 것만 딱 먹으니.
하지만 둘째 아이가 태어나고 다시 육아용품에 투입되었다. 물건을 고르는 것부터 신경이 날카로워졌고 풍족한 재정상태가 아니었기 때문에 최소의 비용으로 최고의 가성비를 갖춘 물건을 고르고 사야 했다. 손싸개 하나를 사는 데도 이것저것 사는 것이 싫어 조금이라도 저렴한 더 나은 것으로 사려고 했다. 지금은 그런 고민과 행동이 쓸데없는 것이라는 걸 알면서도 매번 소비를 할 때마다 늘 후회는 딸려온다.
살림은 용기다. 이것저것 해보는 용기와 시도가 필요하다. 아,, 이걸 사도 될까? 아니야. 조금만 더 기다렸다 사야지. 할인하면 사도 좋을 것 같아. 물건을 구입한다는 건 여물 때까지 기다리는 것과 일맥상통한다고 생각한다. 무언가를 산다는 건 큰 결심이 필요한 행동이다. 지금 당장 오늘 먹을 식비를 해결해야 하는 데, 생활에 필요한 가구를 살 수는 없는 일이다. 그러다 보니 쫄보인 나는 시행착오도 많이 겪었다. 지금도 무수히 많은 것들을 사기 위해 장바구니에 담고 오늘 하루도 고민한다. 살까? 말까?
한 가지 중요한 건, 사보지 않으면 써 보지 않으면 절대 모른다는 것이다. 그때 살걸... 하는 후회를 하기보다 내 있는 수중 내에서 과감히 결단하는 것도 큰 용기가 있는 행동이다. 먹어보지 않으면, 경험해보지 않으면 계속 미련을 가지게 된다는 걸 알기에.. 결단이 설 때까지 시간이 필요한 법이고 용기도 필요한 법이다.
버리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아직 결심이 서지 않았다면 조금의 뜸을 두는 것도 필요하다. 어느 쪽이든 미련을 남게 된다면 덜 미련이 남는 쪽으로 선택하는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