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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희정 Apr 23. 2024

오늘도 이력을 한 줄 채웠습니다

새로운 곳을 방문한다는 건 언제나 두근거리면서 설렌다. 어제도 나는 새로운 곳을 갔다. 이전에 한 번도 방문한 적이 없지만, 으레 그런 듯 자연스럽게 네비를 켜고 목적지를 찍는다.

아침 6시 30분에 둘째 아이를 봐주러 아이돌보미선생님이 집에 왔다. 월요일 오전 10시 30분에 <그림책으로 함께하는 성교육> 강의가 경기도 광명에서 진행되었기 때문이다.


강의를 가기 위해서는 준비해야 할 것들이 참 많다. 우선 제일 중요한 강의자료를 만들어야 한다. 이전 강의자료들을 수정하고 개선보완해야 한다. 최근자료를 업데이트하고, <그림책으로 시작하는 성교육> 책 내용을 바탕으로 필요한 부분을 추가하고 필요 없는 부분은 삭제한다.

두 번째로는 강의준비다. 의상이나 머리스타일, 화장메이크업 등의 강의차림을 미리 준비해야 한다. 강의스타일은 깔끔하고 단정한, 그리고 내경우는 화사하고 밝은 색상의 옷을 선택한다. 사실 처음에는 어색했다. 하지만 강의를 하면서 청중의 시선을 사로잡기 위해서 옷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아간다. 처음 시선은 옷과 스타일을 향할 수밖에 없다. 평소에 즐겨 입지 않지만, 강의하는 날 만큼은 화사함을 뽐내고 싶다. 그게 청중을 위한 예의이기도 하다.


마지막으로 강의스케줄을 미리 확인하고, 집에서 미리 네비를 찍고 소요시간을 확인해 본다. 평일 낮시간이나 오전시간에 강의일정이 잡히는데, 출퇴근 시간도 고려해야 한다.

지금은 내가 아이들을 돌보고 있어, 아침시간 아이를 깨우고 옷을 입히고 어린이집에 등원해 줄 돌봄 선생님이 나에게 절실하다. 아이 돌봄 서비스 홈페이지에 접속하고 강의날짜에 맞추어 미리 돌봄을 신청해 둔다. 센터에서 선생님의 일정을 확인하고 (보통 한 달 전에 일정을 배정한다) 연계해 준다.


이렇게 만반의 준비를 하면서 사실 강의전날은 잠을 설치게 된다. 떨리는 마음도, 설레는 마음도 강의전날은 분주하다. 아이들에게도 미리 일러둔다. 엄마는 내일 7시쯤 강의준비하고 강의를 다녀와야 한다고. 처음 오는 돌봄 선생님이라는 걸 둘째 아이에게도 알아들을 수 있도록 이야기한다.


아이 돌봄 선생님이 오면 나는 세수하고 기본 로션만 바른 채 둘째 아이에게 인사를 건네고 집을 나선다. 메이크업을 받으러 근처 예약해 둔 샵으로 향한다. 벌써 5번? 6번째인가? 우연히 알게 된 메이크업매장은 조용하면서 분위기 있고, 차분하게 메이크업을 받을 수 있어서 자주 이용하게 되었다.

간단한 인사를 나누고, 오늘 강의를 이야기하며 어떤 스타일이 좋을지 정해보았다. 눈을 감거나 아래를 보거나 위를 보면서 눈화장을 한다. 기분 좋은 느낌이다. 누군가 나의 얼굴을 톡톡 두드려주고, 눈썹을 다듬어주는 기분. 머리를 감고 급히 말리고온 머리카락을 손질해 주는 기분도 좋다.


여유 있게 출발할 수 있었다. 경기도 김포에서 광명까지의 거리는 출퇴근시간 더 밀릴 수 있어서 일찍 출발했다. 예상보다 더 일 짝 (한 시간이나 일찍) 도착할 수 있었다. 광명시 평생학습원 근처에 잠시 대기할 장소를 알아보았다. 오늘 참석하는 분들에게 전해줄 책이 있어서 미리 강의실에 가져다 두었다. 카드단말기까지 챙겨 왔다.

도보로 10분 되는 거리에 카페에 도착해서 미리 마음준비를 했다. (강의에 신을 구두는 차에 두고) 운동화를 신고 카페로 향했다. 구두와 함께 신을 스타킹도 미리 편의점에서 사 왔다. 아이스카페라테를 한 잔을 시켰다. 다 먹지는 못할 거였다. 강의하는 중간에 화장실을 갈 수 없으니, 이 시간만큼은 커피양을 조절해야 한다. 한 모금을 마시고 강의에 발표할 책과 자료를 가볍게 훑어보았다. 어떤 순서로 나가야 할지 이미 전날 밤에 꼬박 보았기에, 두근거리는 마음을 진정시킬 시간이 필요했다. 이미 책도 내가 썼고 학생들을 대상으로 성교육하면서 궁금한 점들이 무엇인지는 알기에 내용을 한 번 더 점검한다는 기분으로 살펴보았다.


아이코리아에서 주관한 이번 교육은 올해 첫 번째로 이루어지는 교육이었다. 어린이집을 운영하면서 나에게 연락해 준 아이코리아 회장님에게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어린아이들을 양육하는 부모님들에게 무엇보다 뜻깊고 의미 있는 자리가 될 거라는 걸 알았다.


강의는 성공적이었다. 2시간이라는 시간이 무색할 만큼 하고픈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왔다. 단 한 명도 졸지 않고, 나에게 온신경을 집중하는 모습이 특히나 인상적이었다. 어머님들이, 선생님들이 모인 이 자리가 '나라는 사람을'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어주었다. 더 많은 것을 전하고 싶었고, 기대하고 바라봐주는 시선에 하나라도 더 전하고 싶었다. 정말 아낌없이, 열정적으로 강의를 했다.


나의 그 마음을 아주는 것만으로도 고마웠다. 강의 중간중간에 그림책 제목 맞히기 등의 다양한 퀴즈를 내면서 퀴즈를 맞힌 분들에게는 나의 책 <하루 10분 그림책 읽기의 힘>을 선물로 드렸다. 강의가 끝나고 책 한 권 한 권에 마음을 담아 사인을 해서 전달드렸다. 강의가 너무 도움 되었다며 좋아하는 모습에서 나는 또 한 번의 희망을 발견한다. 속으로 말했다.


여러분들이 그림책 메신저입니다. 여러분들이 성교육 메신저입니다.


나의 강의에 참석한 분들은 바로 그날부터 용어의 정의부터 다시 시작할 것이다. 정확한 용어를 사용하는 그 첫걸음이 바로, 인식의 변화이고 성교육의 시작이 된다. 적어도 내 강의를 들은 분이라면, 그간 가지고 있던 고정관념이나 편견을 벗어나 새로운 인식의 전화점이 될 수 있다. 열정적으로 강의를 마치고, 한 분 한 분에게 사인을 하고 나의 책을 전달하는 과정에서도 질문이 한 개 두 개 들어온다.


선생님에게 털이 났냐고 다른 친구들이 있는 상황에서 물어보았다는 어린이, 남자와 여자를 어떻게 구분할 수 있냐며 벗어봐야 알 수 있는 거라고 말하는 어린이, 텔레비전에 나오는 아이돌이 배꼽이 드러나는 배꼽티를 입는 것을 보고 왜 저런 옷을 입느냐고 묻는 어린이 등등. 우리의 일상생활 속에서 그간 궁금했던 질문들이 쏟아져 나왔다.


사실 개인적으로 선생님이 털이 났냐고 질문하는 건, (어린 친구들의 경우) 정말 궁금해서 물어보는 경우이겠지만, 다른 사람들이 함께 있는 자리에서 해당 질문은 상대방을 불편하게 할 수 있다. 이런 경우는 어른이 되면 털이 자라는 상황을 설명하고, 많은 사람이 있는 자리에서는 상대방을 불편하게 할 수 있기에 주의를 주도록 알려주는 것이 좋다.


배꼽티는 개인의 취향이고, 남자든 여자든 혹은 연예인이든 비연예인이든 각자 자유로운 의상과 옷을 선택하고 입을 수 있다. 사실 배꼽티 자체는 문제 되지 않는다. 하지만 아이들이 함께 시청하는 자리에서 보기 불편할 정도로 노출이 있거나, 불편감을 느낀다면 아이들에게도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볼 수 있다. 엄마아빠의 생각은 어떤지 이야기하면서 개성의 표현이나 신선하고 멋진 의상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중요한 건 나와 너의 모습과 외모 생김새가 다르듯이 생각과 표현도 다를 수 있다는 걸 알려주고, 아이들 스스로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들어보는 거다. 있는 그대로를 인정하고 존중하면서 (이게 맞다 틀리다가 아닌) 나는 어떻게 행동하고 옷으로 표현하고 싶은지 생각해 보는 시간은 중요하다.



강의가 끝나면 진한 여운이 남는다. 부모님들과 함께한 이 시간들이 켜켜이 내 안에 쌓인다. 하나라도 놓칠새로 나를 따라오는 집중하던 눈빛들을 나는 기억한다. 나무에 새겨지는 나이테처럼, 내 안에는 강의장을 가득 메운 열기로 그림책메시지가 하나둘 새겨진다. 늘 그림책을 읽어주기만 하던 부모님들에게 '나는' 반대로 그림책을 읽어준다. 잔잔한 목소리를 한 글자 한 글자 그림책을 읽어주는 소리에, 귀를 쫑긋 기울인다.

진심을 전하고 진심을 나눈다. 나의 강사 인생은 지금부터 시작이다.



P.S. 그림책과 함께 걸어온 나의 길


최근 경기도지역서점 인증을 위해 담당자분이 방문해 주었다.

구미지역 책작가로 등록되었고, (물론 신청서를 모두 작성해서 제출했다) 롯데마트 문화센터 전문강사로 등록되었다.


김포지역 신문에도 2차례 인터뷰기사가 실렸고, 관련되어 인천신문에도 인터뷰기사가 실리기도 했다. 김포투데이에 자영업자들을 위한 코너에 실리기도 했으며 최근에는 경인방송 90.7 FM 라디오방송에서 녹화방송을 진행하였고, 4월 13일 오전 7시에 엄윤상 진행자님의 목소리를 시작으로 녹화방송에 전국에 울려 퍼졌다.


하나도 쉬운 건 없었다. 처음 강의는 말 그대로 긴장백배와 설렘, 두근거림 가슴이 쿵쾅거릴 정도의 긴장감이 들었다. 하지만 긴장한 만큼 준비를 했고, 무난히 강의를 진행할 수 있었다.


제주도 노란 우산 책방에서 그림책강의를 진행했고, 강릉 고래책방, 서울지역 이루리북스를 순회하며 책방에서 북토크를 진행해 나갔다.


부천꿈여울 도서관을 시작으로 단원구 어린이도서관에서 (코로나당시) 비대면 강의를 진행하기도 했었다. 아이들과 부모님에게 특히 도움이 되었다는 감사의 인사를 받으며 나의 강의가 누군가에게 단비처럼 잔잔히 스며들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무료강의도 진행하고 가정방문 성교육을 진행하기도 했다. 평일 아침부터 오후 늦게까지 간호사로 일하고 퇴근하면 가정집으로 강의를 나갔다. 어둑해진 시간이었지만, 성교육이 필요한 아이들에게 집으로 찾아가 필요한 부분을 알려주었다.


가현도담유치원, 가온유치원에서 부모대상 연수 & 성교육을 진행하기도 해서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어제는 광명에서 그림책 성교육강의를 진행했고 오는 5월에는 동탄의 한빛유치원에서 성교육이 진행될 예정이다.


이후 6~7월 경에는 롯데마트 문화센터 전 지점을 대상으로 대면, 비대면강의를 진행한다. 내가 하나하나 쌓아온 길을 지금도 밟아나가고 있다. 하나로만 끝냈다면, 그다음 강의는 그다음 북토 크는 없었을 거다. 무료강의를 하지 않았다면 또 다른 기회를 만나지 못했을 거다. 김포의 데세리브 아파트단지에서 학생들을 대상으로 성교육을 진행하기도 했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그날의 느낌과 분위기가 생각난다. 어린 친구들이지만, 성교육그림책으로 진행하던 수업시간에 진지하고 재미있게 집중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나의 가치는 내가 만든다. 아무도 보지 않는 곳에서 글을 쓰고 전단지를 만들고 블로그에, 브런치에 글을 올렸다. 아무도 보지 않지만, 청소기를 돌리고 창문을 닦고 화분에 물을 주었다. 아무도 보지 않지만, 아무도 보지 않는 시간 동안 축적된 글들이 진심이 조금씩 전해지고 있는 듯하다. 아무도 모르지만, 나는 안다. 내가 걸어온 이 길을 말이다.

책의 재미를 전하고 그림책 읽어주기의 힘을 전하는 길을 나는 앞으로도 계속 걸어갈 것이다. 그게 나의 사명이자 인생의 의미일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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