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방아 달려라 달려~

세상에 하나뿐인 책방이 되고싶다

오늘은 다채로운 책방이야기를 전해보려고 한다. 책방 이라고 하면 무엇이 떠오르는가? 책방, 동네서점, 서점, 독립서점 등등. 아마 이 글을 보고 있는 독자님들 주변에도 '서점'이라고 검색하면 알게모르게 다양한 서점들이 검색될 것이다. 우리가 평소 자주 가지않지만, 우리 주변에는 끊임없이 서점이 생기고 또 사라지기도 한다. 내가 있는 곳만해도 그렇다. 내가 처음 책방을 문 열기전에 경기도 김포에도 다양하고 특색있는 서점이 많다는 것을 알았다. 내가 살고 있는 구래동 에는 학습문고를 위주로 다루는 문고(서점)이 있었고 조금만 벗어나면 독립서점, 한적한 곳에 위치한 매력적인 책방, 밤 늦게까지 모임이 이루어지는 책방 등등. 서점의 모양도 특색도 다 달랐다.

이상하게 책방이 하고 싶더라

책방을 오픈하기 전에도 책방, 서점과 관련한 책들을 살펴보기도 했다. 어떤 식으로 운영하면 좋을지 책을 통해 이미 경험하고 있는 사장님들의 지혜를 전수받고 싶었다. 책만을 팔기에는 위험부담이 너무도 컸다. 나의 아버지도  우려한 대로 책방의 수입의 비중을 보자면, 책판매로 생기는 수입은 비중이 현저히 낮았다. 물론 대로변에 가족나들이객들을 대상으로 크게 오픈했다면 다른 이야기가 될 수 있다. 지금의 공간에서는 바깥에서 책방이 보이지 않고, 찾아오기 어려운 구조였다. 단 한가지, 구래역에서 가깝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지금의 공간을 선택하고 시작하긴 했지만 이후 내가 갈 곳은 어떤곳이 되어야할지 계획하기에 좋은 상황적 여건을 제공해주었다.

집주소지를 네이버에 등록하고 사업자를 열었던 초기 최고그림책방에서 벗어나 구래역에 오픈매장이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나는 참 뿌듯하고 기뻤다. 유모차를 타고 가거나 골목길을 지나다니면서 눈에 띄일 <최고그림책방>이 알음알음 사람들 사이에서 알려지기 시작했다. 책방매장을 오픈한지 일년이 지난 어느시점부터 책방으로 찾아오는 이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엄마손을 잡고 그림책을 보러오는 어린이들도 있었고 근처 수업을 가는 길에 엄마와 함께 책을 보러온 초등학생 친구도 있었다.

글쓰기를 배우러오는 초등학생 친구도 기억에 아주 많이 남는다. 최근에는 중학생이상 에세이형식으로 글쓰기수업을 진행하고 있어 부모님들의관심을 받고 있다. 아이들도 각자 자신만의 이야기를 품고 있다. 이야깃거리가 넘쳐나고 자기만의 이야기소재를 골라 적어나가기도 한다. 가르쳐주지도 않았는데, 내가 읽어준 책 속 문구와 구절을 자기생각대로 말을 바꾸어 표현하기도 하는 모습에 새삼 놀라기도했다.

책방에서 이제까지 해왔던 모임이나 수업은 너무나도 많다. 그림책을 함께 읽고 그림책으로 성교육을 하고, 그림책 속 와닿았던 문구나 그림을 따라그려보기도 했다. 부모를 대상으로 가정에서 아이들과 함께 하면좋은 성교육 방법을 알려주기도 하고 어떤 책을 함께 읽으면 좋은지 추천하고 해당도서를 사가기도 했다. 책방에 꽂혀있던 책들이 새로운 주인을 만날 때 나는 참 기쁘다. 책꽂이에만 꽂혀있어 아무도 찾지않는다면 정말 슬픈일이다. 책방이라는 존재 자체는 그 자체로 위대하다고 생각한다. 누군가 책방에 들러 책을 만지고 보고싶은 책을 꺼낸다. 페이지를 스르를 넘기다가 어느 대목에서 눈길이 머무른다. 다시 한번 페이지를 스르르 넘겨본다. 이런 책도 저런 책도 보다가 내 마음에 드는 책을 한두권 집는다. 책방을 나올 때 허전했던 두 손이 책으로 가득찬다.

책방지기의 본연의 업무는 책을 고르고 진열하고 손님이 원하는 책을 (각자의 상황과 자녀나이와 취향 등에 따라) 추천하고 골라주는 것이다. 내가 만약 책과 친해질 기회가 없었다면 책방을 열 엄두도 못 내었을 것이다. 책을 넘나들고 그림책들 사이에서 노닐다보니 책이 점점 좋아졌다. 어제 방문한 책 손님도 이제 막 글자를 깨우치는 아이를 위해 그림책을 소개해달라는 요청을 했다. 나는 요시타신스케의 그림책과 나카야 미와, 그리고 그림이 참 예쁘고 내용도 좋은 그림책 몇권을 소개해주었다. 아이들과 함께 방문한 어머니곁에는 아이들과 함께할 그림책이 켜켜이 쌓인다. 책방에서 책구매고객님들을 위해 준비한 내년도 달력도 함께 건넨다. 책을 전하고 책으로 마음을 나누는일은 오롯이 이곳에서 느낄수 있는 기쁨이자 행복이다. 내가 책방을 열고 어려운 환경에서도 운영하고 있는 이유다.

책을 참 좋아하는 초등생 자녀와 함께 방문한 어머니는 아이가 에세이를 쓰는데 관심이 많다고 했다. 아이도 집에 책이 서점처럼 많다는 말을 전하면서 자신이 본 책에 대해서 막힘없이 이야기를 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마침 아이가 방문한 시간은 중학생 친구와 글쓰기수업을 하고 있던 시간이었는데 같은 공간에서 서로의 글쓰기에 대한 관심을 함께 나누고 있었다.

책에 관심이 많아 아이와 함께 방문한 또 다른 서점의 이야기를 전하면서 '아이가 찾고 좋아하는' 종류의 도서가 없어 아쉬웠다는 이야기를 했다. 책방마다 책방지기의 책을 고르는 안목이나 취향이 고스란히 드러나는데, 내가 직접 고르고 선별한 도서들이 성인은 물론, 초등학생 아이들에게 인기가 많다는 걸 이미 이전에 한번 경험한 적이 있었다. 아파트 단지에서 방과후 아이들과 함께 방문했던 적이 있었는데, 단체방문은 처음이기도 했고 어떤 식으로 진행할지 고민한 시간이 무색할 만큼 책방 바닥에 풀썩 주저앉아 자신이 보고싶은 책들을 골라 보고 '한도 내에서' 책을 구매해가는 모습에서 아이들이 좋아하는 책 취향을 다시한번 알게되었다.

초등학생 친구들이 참 좋아하는 서점이라 다행이다. 책의 재미를 잃어가기 쉬운 초등학생 시절에 책의 재미를 다시금 알려주고, 전할수 있어서 의미가 남다르다. 만화책도 좋고 에세이도 좋고 돈 이야기도 좋고, 소설책도 좋다. 책을 만지고 열어보는 경험은 이후 성인이 되어서도 책을 자연스럽게 대하고 책의 재미를 이어갈 수 있는데 큰 힘으로 작용한다. 무엇보다 학교공부나 수능공부를 하다가도 책의 재미로 다시 돌아올 수 있는 든든한 빽 하나를 가지고 가는 셈이다.

아장아장 엄마손을 잡고 걷는 꼬마손님들도, 만화책을 좋아하는 친구들도, 에세이에 관심이 많고 실제 책을 써보고 싶은 친구들도 책방에 와서 책의 재미를 느끼고 자신만의 글을 써나가면 좋겠다. 모름지기 해봐야 아는것 아닌가. 책도 만져봐야 알고, 펼쳐봐야 알듯이 무엇이든 어떤일이든 '한번해보는' 것이야말로 내가 진짜 좋아하는 게 무엇인지, 어떤 방향으로 내인생을 내일을 가꾸어나갈지 알 수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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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매일 매순간 어떤모임 어떤수업을 구상한다. 어떤 형태가 나타날지 모르지만, 내가 처음 구상한 모임들도 차츰 다양한 형태와 컨텐츠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나름 자리잡은 최고그림책방 독서모임에서는 한달 4만원으로 매달 한권의 도서를 선정하여 책에 관한, 그리고 삶에 관한 이야기를 나눈다. 이번달 모임은 어쩌다보니 모두 한번씩은 가게를 운영해본 사장님들이었다! 카페를 운영했다고 말하는 그녀는 커피를 참 좋아해서 카페운영에 관심을 두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덧붙인말에 나도 연신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커피를 좋아하는 것과 커피장사를 하는건 별개의 문제라는 것. 책을 좋아하는 사람은 누구나 한번쯤 책방을 꿈꾼다. 책과 향이 진한 커피한 잔. 책방의 아득한 모습이 그려진다. 우리책방에는 믹스커피 하나 타마실 정수기도 지금은 없지만 책과 함께하는 더진한 사람의 향은 잔잔히 남는다.

오래함께할 사람, 친구처럼 인사하고 가는 사람, 횡단보도에서처럼 잠깐 마주친 사람, 사은품을 타가는 사람. 이제 일년이 지난 책방이지만 곳곳의 사람들의 흔적이 남겨진다. 누군가에게 따스한 잔상이 남는 책방이 되고싶다. 잠시머물다 다른곳에 가게될지라도 그들의기억속에 오래도록 머무르고 싶다. 내가 만지고 손수고른 그림책들이 그들의가정에 전해져 웃음과 재미로 다가갔으면 좋겠다. 한번이면 어떻고 열번이면 어떤가. 누구나 쉽게 방문하고 책을 사갈수 있는 이토록 평범한 책방이 그들곁에 자리한순간을 오래도록 기억해주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