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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희정 Nov 14. 2024

아이가 아팠다. 그리고 일은 어떻하지?

책방이라는 경기장에 서 있습니다

지난 주말 아이가 아팠다. 둘째 아이의 열 상태가 심상치 않더니, 금요일 오후경 어린이집에서 날아온 알림장을 보고 마음이 급해졌다. 열이 38도 39도를 오가며 원장님실에서 쉬고 있다는 알림장글이었다. 금요일 오후 글쓰기수업중이라 알림장을 늦게 확인했는데, 먼저 알림글을 본 남편이 기다리지못하고 나에게 전화를 해왔다.

열이 오르면 아이든 어른이든 맥을 추지못한다. 컨디션이 안좋은게 한눈에 보이는 아이의 손을 잡고 어린이집과 책방 도보 5분거리에 있는 이마트 안 소아과로 향했다. 목이 부어서 열이 날거라는 의사의 말에 항생제와 해열제를 포함한 약처방을 받고 나서 한시름 놓으며 집에 돌아왔다. 그날 밤, 열이 오르는 아이곁에서 제대로 잠을 자지 못했다. 둘째는 약먹는것에 대해 유독 힘들어했는데, 한동안 잘먹는가싶다가 이번에 지어온 약은 보자마자 구역질을 할 정도로 거부감이 심했다. 안먹일수는 없기에 달래도보고 약간의 강제성을 더해가며 여러차례 약복용을 시도해보았다. 약국에서 개인적으로 산 해열제도, 병원에서 처방받은 해열제도 듣질 않았다. 온몸이 불덩이처럼 뜨근뜨근했다.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도 아이의 열이 떨어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결국 나는 일요일 아침 7시경 집 가까운 김포우리병원 응급실로 향했다. 39도를 넘는 경우, 아이의 상태는 위험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소아과에서 오랜기간 근무하면서 알게된 사실이 있다면 아이들의 질환과 그에대한 대처방법이다. 열이 40도가까이 치솟을 경우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면 열성경련으로 이어질 수 있어, 아이들의 체온은 더욱 민감히 관찰하고 대처해야 한다. 이 사실을 잘 알고 있기에 나는 "일요일에 문을 여는" 병원을 기다리지 못하고, 바로 진료가 가능한 응급실로 향했다.


물론 응급실이라고 해서 바로 진료가 되는건 아니다. 나 역시 전신두드러기가 번진 (약 10년전) 첫째아이를 들쳐업고 응급실 여기저기를 방문한 적이 있었다. 최근의 의료상황이나 소아과의사의 부족, 응급실진료상황이 아이를 키우기에 좋은 여건이 아니라는 건 우리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다. 둘째 아이의 고열로 경기도 김포는 물론 일산까지 응급실을 헤맸던 기억이 난다. 일반 성인을 처치하는 것과는 다르게 소아과는 아이들의 상태나 연령대에 따라 소아전문당직의사의 판단과 처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런 점 때문에 준종합병원이나 지역에서 나름 큰 병원도 소아과당직의를 두는것이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의료기관의 입장에서 '부족한' 의료인력을 구하기도, 그만큼의 비용을 투자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그러다보니 실제 아이를 키우는 부모는 소아전문응급실을 찾기가 여간 어려운일이 아니다. 일반 응급실에서도 물론 처치가능한 경우도 많지만, 대기시간이 그만큼 늘어날수밖에 없고 해당 의료기관에서 처치하기 어려운 경우는 다른 상급의료기관으로 전원해야하는 데 이마저도 현재로서는 어려운 상황이다.

 

다행히 일요일 오전 7시에 찾은 김포의 병원은 바로 진료가 가능했다. 심지어 응급실의사가 친절했다! 아이의 상태파악은 물론, 이런저런 자세한 걸 물어보면서 진심으로 환자를 생각하는 마음이 느껴졌다. 응급실에서 엑스레이를 바로 찍고 필수적인 혈액검사와 수액처치를 받았다. 해열주사도 처방받아 수액을 맞으면서 결과가 나오기를 기다렸다. CRP 혈액내염증수치가 정상수치의 20배 이상 (10)올라갔고, 의사의 설명과 권유에 따라 나는 아이와 함께 입원수속을 밟았다.

아이가 입원하면 엄마아빠는 총 비상사태에 돌입한다. 일을 하고있다면 연차와 오프모든일수를 아이의 입원기간에 따라 채워넣어야 한다. 만약 그것이 가능한 직장이라면 최고의 직장일 것이다. 보통의 직장인들은 아이가 입원하면 아이를 돌볼사람이 없어 발을 동동구르게 된다. 내가 책방을 운영하면서 책방수업이나 클래스는 최대한 다음주로 미루기로 하고, 수업오는 분들에게 일일이 양해를 구했다. 보통 입원기간이 일주일이기때문에, 아이가 입원해있는 동안은 (친정시댁은 지방에, 남편역시 지방에 있기에 누구의 도움도 받을수 없다!!!) 온전히 내가 아이를 돌보아야 했다. 감사하게도 책방식구들은 나의 사정을 이해하고, 내가 재택으로 할수있는 업무는 이번주에 해결하기로 했다. 오후 2~5시에 책방업무를 맡아주는 선혜님에게 오전 10시부터 무인운영으로 책방을 열수있도록 부탁했다. 이렇게 책방은 모두의 이해와 도움으로 내가 없는 일주일동안, 그런대로 잘 유지해나갈 수 있었다.


아이의 열이 병원에 입원해있는 동안 차츰 잡히기 시작했다. 첫째날은 여전히 열이 올랐지만, 밤새 간호사들의 라운딩과 처치덕분에 항생제와 해열주사를 맞으며 아이의 컨디션 회복을 도왔다. 아이는 차츰 열이 안정되어갔고 밥도 먹기 시작했다. 그 다음날은 첫째 아이도 구토와 설사증상이 지속되어, 우리는 셋이 한병실에서 입원생활을 시작하게 되었다. 입원해있는 동안 밥이 꼬박꼬박 나왔고, 아이들은 물론, 며칠동안 밤을 지새면서 컨디션이 떨어졌던 나역시 재충전의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 아이들을 온전히 돌봐야한다는 책임감으로 늘 긴장속에 지내왔지만, ,따듯한 밥과 건강식단으로 내몸에 여유를 주고 늘어지듯 아침까지 잠을 잘수 있었다.


아이들과 병상에서 지내면서 잘자고 잘먹고 푹쉬면서 나름의 일상회복을 해나가고 있었다. 책방으로 출근하지않지만, 네이버카페는 여전히 매일같이 들락거리며 출퇴근하고 있었고, 매일의 필사역시 아이가 잠자는 동안이나 시간이 날 때 숨쉬듯 자연스럽게 할수 있었다. 짐을 가지러 가거나, 아이가 먹고싶어하는 딸기를 사러갈 때 바깥공기를 들이마실수 있었고, 눈처럼 쏟아지는 은행잎들을 길거리에서 보고 감상할 수도 있었다.

바람결에 따라 떨어지는 낙엽을 보며 이쁘다 생각하고 가을하늘을 보며 잠시 생각에 빠지기도 한다. 지금 멈춰서있는 이곳에서 병상이라는 공간 속에서 나는 '잠시멈춤'이라는 값진선물을 받을수 있었다. 아이들과 24시간 함께하면서 짜증도 부리고 내가 해준데대한 피드백이 돌아오지 않았을땐 투덜거려도 보지만, 아이들곁에 내가 있을수있음에 다시한번 감사함을 느끼게 된다.


책방을 간절하고 절박하게 열었던 이유역시 아이들과 함께하기위한 시간을 마련하기 위해서였다. 일하는엄마의 스케쥴을 맞출수없으니 내가아이들의 스케쥴에 맞추어야했다. 종일 직장에 매여있어 아이들의 일상을 누군가 대신해야했고 그마저도 여의치않아 내린 결정이고 선택이었다. 어떤 형태가 되어도 좋다. 책방이지만 책이 많지않아도 괜찮다. 중고서적과 새책으로 작게 시작하면서 조금씩 채워나가고 있다. 책방이라는 공간에서 나름 수업도하고 정해진수업이 없는 동안에는 글을쓰거나 sns 마케팅활동을 지속한다. 어쩌면 이전직장생활 할때보다 더많은시간을 (24시간을 늘) 책방생각을 하지만, 내가 시간을 선택할수있다는 점에서 확연히 달랐다. 책방의 생사는 온전히 나의 선택과 책임의 문제다. 사소한결정부터 중요한결정까지 모두 나를통해 이루어진다. 오후타임은 아르바이트를 채용해 그시간동안 나는 아이들을 픽업하거나 개인용무를 보고있다. 모든걸 내가 하려고 했다면 이미 지쳤을것이다.


내가 할수있는 영역, 믿을만한 사람에게 맡기고 부탁해도 되는 영역이 있다. 책방을 방문하는 책방식구들로 나머지영역이 가득 채워진다. 오늘도 날은 밝았고 나는 여전히 병원에 있다. 책방은 오전10시에 문을 열고 2시까지는 무인운영을 한다. 2시 이후에는 책방 직원이 상주하며 응대를 하고 그림책추천이나 요청하면 선물포장도 가능하다. 오늘도 나를 대신해 책방은 문을 열고 책의 향기는 잔잔히 전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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