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의 반려묘 시로와 함께 지내게 된 건 책방을 열고 만난 인연들과 함께한 필사 덕분이었다고 생각한다.내가 필사를 시작하지 않았으면 용기내어 시도할수 있었을까? 빨간머리앤 속 구절들은 나를 울렸다. 눈물을 떨어뜨린 것이 아니라 결단이나 선택의 기로에서 '이렇게 해도 괜찮다는' 나의 마음을 살짝 등떠밀어주었다. 이런 길도 있다는 필사 속의 다양한 구절들이 나의 하루를, 매일을, 순간을 지탱해주고 있는 것 같다. 이제껏 나의 아이들을 양육하는 것과는 다르게 반려동물과 함께 생활하는 건 또 다른 문제였다. 우리에게는 책임이라는, 그리고 생명을 대하고 마주한다는 데 대한 부담감이 제법 컸다. 그래서 함부로 키우겠다는 이야기를 꺼내기도 어려웠던 게 사실이다. 내가 덜컥 한번 키워볼게 (사실 키운다는 개념 보다는 함께 지낸다는 의미가 맞다) 라고 말을 내 뱉었다가, 힘들고 어려운 고비의 순간순간들이 올때마다 어떻게 헤쳐나갈 것이며 얄팍한 지식따위도 없는 내가 어떻게 반려묘를 키울 것인지에 대한 확신이 전혀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함께 지내보기로 결정한' 데에는 이 조그마한 아이에게 우리가 필요할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우리라는 관점을 이 아이에게 대입시켜 보았다. 이 아이의 입장에서 우리가 과연 마음에 들까? 우리가 선택하는 것이 아닌, 이 조그마한 친구가 우리를 선택한다고 가정했을 때 '경험조차 없는' 우리를 마음에 들어할까? 물음표 투성이의 상태였지만, 비가 퍼붓던 어느날 저녁 나는 고양이 캐리어에 '시로' (첫째와 함께 고민하며 지은 이름이다)를 놀라지않게 조심히 앉히고 야옹 야옹 하며 소리내는 귀여운 눈망울을 보며 함께 집으로 왔다.
어쩌면 잘 지낼수도 있지 않을까? 아이를 데려오기 전날, 첫째와 현재 고민이 되는 부분들, 앞으로 고양이와 함께 생활하게 될 때 마주할 수 있는 다양한 상황들에 대해 이야기 나눈 적이 있다. 그래서일까? 시로와 함께 생활하면서 내가 똥을 못 치운 날에는 하영이가, 하영이가 학교다녀와서 잠든 날에는 내가 시로의 똥을 치우고 밥을 갈아준다. 우리가 제법 시로와 함께 생활하면서 각자의 할일을 잘 소화해내고 있었다. 평소와 다른 낑낑 거리는 소리가 이상하다 느끼며 김포의 고양이전문 동물병원에 데려가기도 하고, 반려묘에 관한 책은 모조리 사모아야겠다는 마음으로 책 주문을 하기도 했었다. 인간의 수명보다 훨씬 짧은 고양이의 생에 관해서도 그림책으로 마주해봐야겠다는 마음이 들어서 주문했다. 나와 가족들은 어느새 시로와 사랑에 빠졌고, 서서히 천천히 시로에게 스며들고 있었다.
지금의 책방을 열면서 가게이름을 정하고 그림책방이라는 컨셉으로 '그림책위주'의 진열을 하기 시작했다. 책방 주변에는 (구래역 주변) 반려동물을 위한 간식가게나 미용시설이 갖춰진 가게가 유독 눈에 많이 들어왔다. 어쩌면 반려동물에 관한 책을 찾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책 주문을 할 때 반려동물도서도 주문하기 시작했다. 책장의 한 섹션에 반려동물코너를 마련하기도 했다. 겉으로 보기에는 홍보가 크게 이루어지지 않아서일까? 반려동물 도서를 사간 사람은 아직 한명도 없었다.
처음의 시작은 '한번 해볼까?"하는 마음으로 시작한다. 반려견과 함께 생활하는 사람들이 많으니 나도 관련있는 도서들을 들여놓으면 어떨까 하는 마음에서 시작했다. 모든 사업의 시작은 관심과 재미라고 생각한다. 내가 처음 그림책에 관심을 가지고 아이에게 그림책을 읽어주면서 재미와 감동을 느꼈듯이, 시로 (반려묘)와 함께 생활하면서 이 친구의 일상과 여러가지가 궁금해졌고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관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이전에는 한발짝 떨어져서 반려동물에 관한 그림책을 살펴보았다면, 이제는 한발짝 안으로 흠뻑 들어서 앉아서 그림책을 살펴보고있는 것이다. 관심의 시작은 알고싶고 배우고 싶은 마음에 불을 지피게 된다. 고양이의 생태와 심리에 대해 알고 싶어졌고, 그에 관한 책들을 찾아보게 되었다. 인터넷에 올려진 정보와 자료들은 많고 방대하지만, (성교육도 그렇듯) 검증되지 않은 정보도 무수히 많은것 또한 사실임을 알기에 검증되고 책으로 쓰여진 정보와 자료들을 기준으로 고양이에 대해 알고 공부해보고 싶어졌다.
반려묘의 생필품이나 먹거리, 숨숨집 (고양이가 숨어지내는 집), 캣타워 등 고양이의 용품세계를 아주 다양하고 많았고 가격도 천차만별, 비싼 것도 많았다. 이것저것 다 살수는 없으니, 아이들과 상의하기도 하고 필요한 물품들은 그때그때 주문해보기로 했다. 책방을 운영하고 있기에 사업자가 있으니, 반려동물을 위한 물품입점도 기대해볼 만 했다. 내가 책방을 여는 시점부터 구상하고 계획했던 것 중에 하나는 그림책과 다양한 물품, 아이템이 연결되면 좋겠다는 생각이었다. 예를 들어, 사과 그림책 옆에 사과가! 개구리 우산 그림책 옆에 개구리 인형이나 (지금도 책방 앞 가판대에 보라색모자를 쓴 개구리인형이 자리해있다!) 우산이 있는 것이다. 수박 그림책 옆에 수박과일 모형이 있고, 된장찌개 그림책 옆에 냄비받침이 있듯이 말이다. (실제로 된장찌개 그림책을 구매한 사람들에게 냄비받침을 선물로 주기도 했었다)
이렇듯 반려동물도서 코너에는 고양이를 위한 밥그릇이나 간식, 숨숨집 등 고양이와의 생활을 윤택하게 할수 있게 해주는 다양한 물품과 아이템을 펼쳐놓고 싶은 생각이다. (아마 조만간 가능하지 않을까?) 고양이와 책방, 책방과 고양이 왠지 어울리는 것 같다. 최고그림책방 이라는 상호명 대신에 고양이 책방이라는 컨셉으로 책도 고양이도 책과 함께하는 사람도 함께 하는 그런 책방이 되고 싶다. 아마 앞으로도 내가 헤쳐나가야 할 수많은 관문이 눈앞에 도사리고 있지만, 소중한 사람들과 조력자들과 함께 하는 이 길이 그리 외롭지만은 않을 것이다. 고양이도 함께 해준다면 더욱 의미있을 것이다. 잠결에 옆에 와 있는 고양이의 숨결이 사랑스럽다. 코를 킁킁 거리며 다가오는 모습도 사랑스럽다. 이 소중한 친구가 전해주는 일상의 기쁨과 잔잔한 설레임이 하루 온종일 묻어나온다.
시로를 만나지 않았다면, 내가 필사를 시작하지 않았다면, 독서모임에서 현주님을 만나지 않았다면 지금의 여유로운 일상의 재미를 몰랐을지도 모른다. 독서모임에서 현주님을 알게되어서, 꾸준히 필사를 하면서 깨달아온 순간들이 있어서, 이 친구에게 우리가 필요한 시점과 타이밍이 맞아서 우리가 만났기에 지금의 우리가 함께 하고 기뻐하는 순간을 맞이할 수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함께하는 이 소중한 순간들을 앞으로도 꾸준히 남겨보리라 다짐해본다. 고양이 책방에 오신것을 환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