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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희정 Nov 25. 2024

책방의 숨은 조력자들

오늘도 책방 씨앗을 심었습니다

일은 또 다른일을 부른다. 내가 몇 년전 김포의 K유치원에서 진행한 그림책강의를 통해 유치원에서 연락이 왔다. 당시 강의를 진행한 유치원은 아니었지만 현재 근무하고 있는 곳에서 성교육강의요청을 한 것이다. 인스타를 보고 처음 알게 되었고 서로에게 연락을 주고받다가 행해진 강의였다. 나는 유치원부모들에게 그림책 그리고 성교육 강의를 진행할 수 있어 뿌듯했고, 당시 어머니들의 반응이 폭발적이었다. 참 좋았던 그때가 생각난다. 그런 인연으로 다시금 강의요청이 온 것이다. 당시보다 조금더 무르익은 강의를 진행하고 전달할 수 있는 메시지가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그림책강의도 하고 성교육강의도 한다. 특히나 부모님 대상으로 인기있는 강의는 역시나 성교육강의였다.

 

현재 나는 강의도 하고 책방을 운영한다.


강의를 듣고 책방에서 책 주문을 하기도 하고, 그림책 사러왔다가 우연히 성교육강의소식을 알게되어 강의요청을 해오기도 한다. 기회는 또다른 기회를 만들고 책을 통해 만난 인연은 또 다른 기회를 불러온다. 토요일은 책방에서 성교육예약제로 운영하고있어 책방운영은 현재 하고있지 않다. 몇 년전 알게된 유치원 선생님이 있다. 마침 지난 주말 토요일에 (선생님도 쉬는 날이라) 책방을 방문했다고 한다. 네이버 운영시간을 확인하고 일부러 시간을 내어 책방에 들러주었는데, 아뿔싸! 그날은 성교육이 없었고 해당시간에는 책방 문을 열지 않았다. 나 역시 좀더 신중하게 운영시간 점검과 네이버 수정을 해두었어야하는데, 미처 신경쓰지 못했다.


일부러 시간을 내준 선생님에게 죄송하다는 말을 전하고 선생님이 특별히 요청한 '부모들에게 위로와 공감이 될 만한 그림책'을 선별해서 보내주겠노라고 메시지를 남겼다. 선생님은 다행히 이해하고 다음번 만남을 우리는 기약했다. 아이들이 참 좋아하는 긴 생머리의 얼굴도 예쁘장한 선생님이었다. 책방을 연지 얼마되지않아 알게된 선생님은 목소리도 조곤조곤 말하고 차분하기도 활발하기도 한 멋진 선생님이었다. 책방에서 처음으로 열린 <이토록 다정한 그림책>의 공동저자인 이상희 작가님의 북토크에도 참여를 할 정도로 그림책에 열띤 관심과 열정을 끌어올리는 선생님이었다. 당시 감기기운이 있던 선생님에게 안부를 물었을 때 한 공간에있었던 이상희 작가님이 '책방에서 서로의 안부를 묻는 분위기'에 또 한번 매료되었다고 말해주기도 했다.


그런 인연에서일까? 매번 만나고 그림책을 볼 때마다 선생님에게 친근감이 들고 따스함을 느낀다. 내가 추천하고 싶은 그림책을 용케 발견하고 (책방에 내가 없어도, 직원의 응대를 받으면서) 사가는 리스트를 볼 때 속으로 감탄하고는 했다. 그림책에도 연습이 필요하다. 특히 아이들을 처음 대할 때, 아이를 낳고 걸음마하면서 커가는 모습을 볼 때 다양한 그림책을 보고 만지는 연습을 통해 그림책안목이 쭉쭉 성장한다. 아기엄마이지만, 벌써부터 이런 사실을 알고 다양한 그림책을 보고 만지는 연습을 시작한 그녀가 있었다.


지혜님은 책을 쓰면서 알게된 지인을 통해 몇 년전 알게되었다. 아기를 키우면서 그림책 세상으로 서서히 들어오기 시작했다. 특히 <그림책으로 시작하는 성교육> 책을 출간하고 지방 곳곳에서 강의요청이 오기시작할 때 강의를 정말 듣고 싶어했다! 전국의 롯데마트 지점을 대상으로 비대면 줌온라인강의를 수많은 부모님들이 강의를 듣고 좋아해주었는데, 마침 롯데마트 문화센터를 방문한 시점에 나의 (이미 지나간) 강의 포스터를 발견했다고 전했다. 또 들을 수 있냐고 묻는 그녀의 간절함에 개인적으로 줌 온라인 강의를 열고 그녀의 지인분과 함께 밀도있는 강의를 진행했다.


아기엄마이지만 앞으로 성장해나가는 아이를 생각하며 (어릴 때부터 시작해야하는) 성교육에 관심을 가지고 꾸준히 배워나가는 그녀의 모습이 참 예뻐보였고 믿음이 가고 하나 더 챙겨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그녀의 진심과 간절함이 통했다고나 할까?

그 후에 전남 여수에 위치한 <다움북클래스> 서점에서 최근 진행한 성교육북토크에도 그녀는 먼거리임에도 불구하고 친구와 함께 열정적으로 참여해주어 또 한번 나를 감동시켰다. 그녀의 시선과 관심방향이 나의 주파수와 만나 시너지효과를 내고 있는 것 같았다. 내가 전하고 싶은 성교육메시지를 그녀는 정확하고 간파하고 있었다. 아이들이 이미 성장했을 때가 아니라, 아이가 아직 갓난아기이고 어릴 때부터 '부모가 먼저' 성교육이 되어야한다는 것이 나의 본 취지이자 성교육의 목적이다.

용어 하나를 사용하더라도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잠지, 고추가 아니라 음경, 음순이라는 정확한 명칭을 사용해주는 것, 가정에서 아이의 몸을 만지고 마사지하거나 쓰다듬는 모든 행위가 우리에겐 익숙해있지만 그런 행위를 하는 동안 아이에게 설명해 주는 것 또한 우리가 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다. 무심코 행하는 행위를 나의 입을 통해 아이에게 설명해주는 것이다.


"엄마가 등을 마사지해 줄게. 팔을 마사지해 줄게

느낌이 어때? 기분이 좋지?"

(기저귀를 갈때도)

"음경(음순)과 엉덩이를 깨끗이 닦아보자"


자녀의 몸은 자녀의 것이고, 아이가 어느정도 성장해서 자신의 몸을 관리하고 씻을 때까지는 옆에서 부모가 도와주어야 한다. 어린 자녀는 스스로 씻을 수 없기에 부모가 도움을 주고 씻는 방법을 설명해주면 된다. 3~4살 무렵의 어린 자녀와 함께 읽어보면 좋은 그림책으로 <소중해 소중해 나도나도>가 있다. 이 그림책에는 어린 자녀가 스스로 자신의 소중한 부위인 음순을 씻고 싶다고 말하며 으앙~ 하고 우는 장면이 나온다. 엄마가 보기에는 더 깨끗이 씻어야 할 것 같고 엄마가 다 해주어야 할 것 같지만, 어린자녀도 스스로 자신의 몸을 씻을수있도록 알려주고 시범을 보여주고 믿고 기다려주는 과정이 필요하다. 스스로 잘 씻을 수 있을 때까지 (아기가 걸음마하면서 혼자 서서 걷는법을 배우는 것처럼) 수많은 연습과 시행착오가 필요한 것이다.


그림책소개나 가정에서 알려주면 좋은 성교육 방법은 <그림책으로 시작하는 성교육>에 자세히 나와있으니 구매해서 읽어보면 좋겠다.


책방에는 이렇게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숨은 조력자들이 참 많다. 나는 참 운이좋은 사람이고 복받은 사람이라는 걸 알고있다. 책방운영이 어렵고 힘들 때마다 따스한 햇살을 비추어주는 그들이 있기에 나는 다시 일어서고, 부모들에게 추천할 만한 그림책을 살펴보고 더 나은 강사가 되기위해 노력한다. 단순한 책방을 뛰어넘어 세상에 유일무이한 존재로 부모들에게는 공감과 위로를 건네고, 성장하는 아이들에게는 성장의 발판과 씨앗이 되어주는 그런 책방이 되고 싶다.


쑥쑥 자라나는 자녀들이 훗날 어른이 되었을 때 어린시절 드나들던 감성과 책의 향기가 그리워 책방에 들러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그들이 그들의 이야기를 글로 풀어내고 책방에서 출판하는 책들이 한권두권 켜켜이 쌓여나가기를 희망한다.


오늘도 나는 책방 씨앗을 뿌리고 심는다. 언젠가 발아할 그 씨앗들을 바라보며 물을 주고 해를 비출 것이다. 책방의 숨은 조력자들과 함께 말이다. 겉으로 보이진 않지만 그림책을 사랑하고 책에 관심있는 사람들이 머물고 지나가는 그 순간에 따스한 햇볕이 스며든다. 책도 사람도 관심을 먹고 자란다. 잠시 머무는 시선에, 그 순간 찰나에 책들도 따스함을 느낄 것이다. 한번 두번 눈도장을 찍으며 '다음에 만나' 인사를 나눌 것이다.


오늘 당신의 시선은 어디를 향해 있는가? 바쁜 일상에서 단 5분, 10분이라도 무럭무럭 자라날 씨앗들에게 관심을 주고 햇볕을 주자. 당신의 시선이 머무는 곳에 희망과 기쁨, 행복이 충만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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