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을 대하는 마음가짐에 대해
책방지기는 24시간 책방을 생각합니다
첫인상
나는 손님이기도 하고 사장이기도 하다. 나는 독자이기도 하고 작가이기도 하다. 내 주변 상가를 많이 이용하기도 하고 방문했던 곳을 다른사람들에게 추천하기도 한다. 블로그도 하고 브런치도 하고 인스타도 한다. 손님으로만 30년 넘게 지내오다가 작년 8월 구래역에 최고그림책방을 열기 시작하면서 작은서점의 사장이 되었다. 준비할 것도 앞으로 준비해야할 것도 챙겨야 할 것도 많았다. 손님의 눈으로만 보았던 것들이 사장의 눈이 되면 사뭇 달라진다. 허투루 보았던 전단지 하나에도 애정과 관심이 들어감을 느낀다. 사소한 문구 하나에 감동받기도 하고,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지? 정말 좋은 생각인데! 다른 가게의 진열이나 메뉴, 기타 아기자기한 소품, 인테리어를 볼 때도 감탄하고 또 감탄한다. 8평 남짓의 조그만 책방을 운영하는 일도 이리 벅찬데, 많은 직원을 거느리며 운영하는 수많은 가게와 회사들을 바라보며 실로 감탄을 하게 되는 것이다.
바로 어제 한 매장을 방문했다. 라따뚜이 에 나오는 맛집을 평가하는 전문가의 시선을 갖추기에는 아직 멀었지만, 나는 나름 김포지역의 소상공인홍보단으로 활동하고 있다. 주변 상권을 늘 예의주시하고 있고, 맛집이라던지 추천하고 싶은 곳이 있다면 (소상공인에 한해서) 블로그나 유투브로 촬영해 올리고 있다. 어제 방문한 매장 역시 새로 오픈한 가게였고, 사람들이 오고가는 중앙통에 위치해있어 관심이 가던 찰나에 방문후기도 남길 겸, 홍보의 역할을 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들린 것이다. 매장 안에는 새로 생긴 매장 답게 아직 가격표가 붙어있지 않은 물품도 있었고, 약간은 '어디에 눈을 두어야할지 모르는' 미묘한 어색함도 감돌았다. 사장으로 보이는 여성 주변에 아마도 지인분들이 함께 구경하러 온 것 같았다.
나는 첫 방문이었고, 나름의 목적과 구매할 생각도 있어 방문한 것이었는데 '누구 하나' 아는 체 해주지 않았다! 우리가 흔히 가게나 식당을 방문하면 듣는 "어서오세요~" "안녕하세요" 라는 인사가 없었던 것이다. 물론 오픈 준비에 여념이 없어서, 나를 아직 인지하지 못해서, 혹은 뜨내기손님이 너무 많아서 인사를 안 할수도 있었겠지만, 처음으로 맞이한 매장의 분위기는 좋다고 말할 수 없었다. 내가 사려는 물건 쪽으로 가서 살펴보았는데, 내가 찾는 품목이 없기도 했다. 내가 물어보거나 말을 걸었을 때 가게의 분위기가 인상이 상당히 바뀌기도 하지만, (한창 이야기에 빠져있는듯한 분위기라) 슬그머니 매장을 빠져나왔다. 어느 누구의 인사도 받지 못한 채.
구래동 상권은 매우 크고 넓다. 입점하는 가게도 많고 문을 닫는 가게도 많다. 매일같이 공사하고 인테리어하는 가게들도 많다. 왼쪽이 끝나고 오른쪽이 공사를 시작하기도 하는 진풍경이 펼쳐지기도 한다. 공실이 많은 상가도 있고, 빼곡히 상가가 들어선 곳도 있었다. 이전 창업관련 매거진에 나의 책 <내 인생에 한번은 창업>이 실리기도 했었다. 매거진에서 마침 구래동 상권에 대해 언급했는데, 경기도 권에서 최대의 상권이라고 소개되기도 할 정도로 이제는 제법 알아주는 상권지역이 되었다. 그만큼 매일같이 찾아오는 인파들도 상당하다. 가족단위는 물론 학생과 젋은청년들도 이곳의 거리곳곳을 드나들고 있다.
장사가 잘 되는 매장도 있고, 물론 안되는 매장도 있다. 홀이 작아도 순환률이 매우 좋은 식당이 있는 반면에 자리는 많아도 사람이 적은 식당도 있다. 단골이 많은 매장이 있고, 뜨내기 손님이 많은 매장도 있다. 특히 요즘처럼 물가가 치솟고 온라인쇼핑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는 시대에 매장을 운영하는 일은 사실 부담스럽고 어려운 일이다. 어제 또 다른 매장(문방구)을 방문했는데 예전 우리때와는 다르게 학교앞에 문방구를 찾아볼 수가 없다. 그도 그럴것이 필요한 물건을 온라인에서 주문하고 학급에서 필요한 준비물은 왠만한 재료들은 학교자체에서 지원되어 나오기 때문이다! 초등 입학시즌에 준비할 물품리스트를 보내오면, 큰 문구점에 가서 한꺼번에 사오면 그만이다. 그래서인지 학교 앞 문방구를 찾아보기도 어렵고, 있어도 1,2 개에 불가하며 그 마저도 폐업의 수순을 밟기도 한다.
문방구에 문구류와 아기자기한 소품과 간식들, 예쁜 삔과 슬라임까지 다양하게 진열이 되어있었다. 평소 늘 한자리를 지키고 있던 여사장님이 몸이 안좋아 대신 나왔다는 남자사장님의 전화내용을 우연히 듣게 되었다. 방문한 분과 이야기 나누는걸 듣고 있으니, 요즘에는 무인매장도 문을 열고 있어 (인건비의 부담으로 많은 식당과 매장이 무인, 또는 최소한의 인력만 비치학 있다) 경기상황이 어렵다는 이야기를 쏟아내었다. 반려동물을 위한 용품을 파는 매장도 무인으로 운영되는 곳이 많다. 무인 아이스크림매장은 물론이고, 최근 무인라면식당(?)을 발견하기도 했다. 사람의 자리는 없어지고 간편하고 돈을 아끼는 기계와 전산으로 많은 부분이 대체되고 있음을 느낀다.
중간 인상
처음의 느낌이 좋아 (맛이 있거나 설명이 좋았거나 기타등등) 다시 방문하는 경우가 많다. 최근 전구를 갈아끼울 때 어떻게 하는지 방법을 잘 알려주어 다시 방문한 케이스가 있었다. 그때가 점심시간이었는지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나 이외에 또다른 손님이 있었다. 그들을 응대하느라 나는 뒷전이었다. 추가로 구매하고 싶은 전구가 있어서 방문했지만 전구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하는 나는 그들의 응대가 끝나기를 마냥 기다릴 수 밖에 없었다. 시간이 좀처럼 끝날 기미가 안보였다. 직원은 전구를 보고 있으라는 단순한 설명만을 남긴채 단골이 될 뻔한 손님을 잃어버렸다. 중간인상의 느낌 또한 참 많이 중요하다는 걸 깨달은 경우가 또 있었다.
육개장을 정말 좋아하는 나는 한번 매력을 느낀 장소와 맛에 대해 나혼자만 알지않고 다른 카페나 지인들에게 추천하거나 글을 올리는 편이다. 나를 통해 이 육개장 집을 알게 된 경우도 더러 있었다. 맛만 있으면 되었지, 무엇이 문제나 물을 수 있지만 고객은 아주 사소한 것들로 발길을 돌린다. 이를 테면 이런 것이다. 평소 단골 격인 나는 육개장집을 자주 갔었는데, 어느날은 주차를 좀 오래해둔 적이 있었다. 물론 점심시간은 아니었고 다른곳은 이미 만석이라 주차할 자리가 여의치 않았다. 양해를 구했지만 주차장소가 비어있어야 한다는 말에 차를 뺄 수 밖에 없었다. 식당주차자리는 비어있어야한다는 말이 백변 맞지만, 직원의 인상이나 친절함이 보이지 않았다. 그 이후로 나는 육개장 집을 찾아가지 않았다.
끝인상
가게를 이전하거나 확장하거나 혹은 접는 경우가 생기게 될 때 단골들은 여전히 좋은 가게와 식당을 기억하고 찾아가기 마련이다. 매장에서 물건을 구매하고 사장님과의 대화도 어느정도 했ㅈ다고 느껴졌지만, 어느날 갑자기 매장이 사라져버렸다. 불경기인 요즘 가게 문닫는 일은 흔한 일이다. 매장이 이전하거나 부득이한 사정으로 운영이 어려운 경우에 사전에 미리 해당 사실에 대해 알리고, 포인트 적립 등에 대해 알려주는 것이 좋다.
하지만 이마저도 어려운 상황들이 많다. 가게 운영을 해보니 바깥업무나 외근, 강의를 하는 일들에 집중하는 시간이 의외로 많고 소소하게 책방내에서 관리해야하는 일들을 챙기지 못한다. 회원관리나 포인트적립도 포스기를 설치한 이후로 '방법만 익히면' 등록된 회원에 한해 문자발송이나 이벤트알림 등 다양한 형태로 다가갈 수 있을거라 기대한다. 가게를 시작할 때처럼, 끝맺음을 맞이하는 순간도 잘 '헤어져야 함을' 느끼는 요즘이다. 어떤 형태로든 책과 함께 하는 평생의 일을 지속하게 될 것이라는 걸 알기에 오늘도 분주하지만, 책방에 오는 손님 한명 한명에게 진심을 전한다.
끝맺음을 잘 하는 책방이 되자.
매일의 일과를 마치 퀘스트를 하나씩 깨부수는 것처럼 해내었다고 느낄 때가 많다. 하나의 작은 시도와 초석이 또 다른 기회와 강연을 불러올 때가 있다. 오늘 유치원친구들이 책방에 방문하고 책에 관심을 가지고 들여다보고, 사고싶은 책을 고르는 모습은 나에게 의미있고 값진 시간이었다. 유치원 선생님들이 지도하는 모습을 보면서 유치원에 선물하고 싶은 책을 한권한권 고르며 전달했다. 선생님들의 함박웃음과 미소에 이 일을 시작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책방이 모든 이들을 만족시킬수는 없다는 걸 안다. 불만이 있는 사람도 당연히 있을 것이다. 하지만 책의 재미를 알리고자 용기를 내었고, 진심어린 마음을 전하려고 하는 애씀을 아는 자들이 끝까지 함께 해줄거라는 믿음도 생겼다. 오늘도 나는 책방에서 책과 사람을 만나고 책의 재미를 전했다. 그것으로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