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경매일지 2
경매를 시작하면 보통 1년 안에 소액투자로 성공하고, 3년 안에 부자 되자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그게 가능해?
경매를 모르는 사람들은 허황된 꿈이라 생각할 것이다. 또, 경매하다가 집 날리고 돈도 날리는 일도 많다.
그래서 고수들이 하나같이 하는 말이 ‘이기는 경매’를 하자였다.
경매는 운발이 좋아서 하는 게 아니다. 철저한 분석력을 요한다. 손품, 발품이 기본이다.
여기에 뛰어난 감각을 타고난 사람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처음부터 감각적인 능력이 있는 건 아니다.
감각이 없으니 감각을 키우기 위해 온몸으로 부딪치는 것이다.
감각은 그럴 때 향상된다. 내가 그 분야에 감각을 키우려면 몸으로 익혀서 능숙하게 만드는 수밖에 없다.
고수들 중에서는 고금리나 속 썩이는 임차인 때문에 힘들긴 했어도 결과적으로 돈을 잃어본 적은 없다는 분도 있다. 순간, ‘말이 돼?’ 하며 비웃었다.
그런데 여기저기 이야기를 들어보니 다른 사람들보다 몇 배나 시간을 들이고 발품을 팔아서 이뤄낸 자신만의 노하우였다.
너무 큰 욕심을 버리고, 사람 대 사람 간의 일이므로 임차인의 마음도 헤아리면서 진정성 있고 한결 같은 마음으로 하는 사람들이 오래 살아남는다.
유튜브를 돌아다니다 한 분의 카페에 가입했다. 실전에서 어떻게 돈을 버는지를 보여주는 채널은 많았지만, 인간의 본질에 대해 이야기하는 분은 못 보았기 때문이다.
처음엔 경매에서 뭐 이런 얘기를 하나 싶었는데, 경매에 대한 분위기를 자꾸 살피다 보니 진짜 고수는 돈 버는 방법을 알려주는 것 이상으로 자기만의 철학이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어떤 분야든 기술자는 먹고 사는 데 지장이 없다.
그러나 기술을 넘어 자기만의 철학을 가진 사람은 타인에게 선한 영향력을 끼친다.
그분을 보면서 느낀 건 경매를 통해 내가 가야 할 방향과 목표였다. 단순히 돈만 버는 것이 아니라, 내가 배우고 경험한 걸 타인에게 나눠서 서로 윈윈하는 삶을 사는 것.
내 살 집 하나 구하는 걸로 끝나는 건 가장 쉽다.
그러나 어려운 과정들을 몸소 겪으며 자기만의 데이터를 쌓은 것을 바탕으로, 다른 사람들에게 좀 더 편하고 쉽게 할 수 있도록 길잡이가 되는 건 어렵다.
그런 점에서 고수들은 이기는 경매를 할 수밖에 없다. 그러기 위해선 남들보다 더 공부하고 발품을 팔아야 한다. 실패 반, 성공 반인 사람이 과연 고수라고 할 수 있겠는가.
3년도 안 돼 빠르게 성공하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리스크를 최대한 줄이는 전략을 짠다. 그리고 남들과 똑같은 투자를 하지 않는다. 자기만의 전략을 짠다는 건 그만큼 공부를 많이 하고 꾸준한 분석을 통해 입찰에 응했다는 것이다.
나는 아직 본격적인 공부를 시작하기도 전이지만, 어제까지 6일 동안 종일 파고든 덕에 어떻게 공부해야 하는지 조금은 감이 잡혔고 비로소 경매일지를 쓸 수 있었다.
부동산의 최고 경지는 사업으로 확장시키는 거라고 한다. 그쪽으로도 늘 관심은 있었기에 좀 더 구체적인 아이템과 어떤 사업을 하면 좋을지도 감이 왔다.
사실, 경매 공부를 본격적으로 하게 된 이유는 친정 부모님 때문이었다.
요양보호사인 엄마는 연로해 기껏 일해 봐야 1년 남짓이다. 크게 벌어놓은 돈도 없어서 이후에 먹고 살 게 걱정이다. 어렵게 벌어놓은 돈을 까먹으면서 살 처지를 생각하니 가슴이 답답했다.
엄마의 노동력을 들지 않고도 돈이 돈을 벌어다 주는 시스템 안에 들어오는 게 뭘까 찾아보다가, 지금 상황에서 해볼 수 있는 건 경매뿐이라는 생각에 도달했다.
그 시스템을 알기 위해선 내가 공부해서 성과를 내보는 수밖에 없음을 깨닫고 하루라도 빨리 공부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1년 안에 사이클 두 번을 돌려보면 어느 정도 답이 나올 거란 믿음과 간절한 마음으로.
공부하기 전 무인용품점에 관심을 갖게 됐는데, 그에 관련된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경매로 시작해서 사업까지 접목시키는 고수들의 이야기를 통해 무인용품점이 괜찮은 아이템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유튜브로 무인용품점에 대해 무수히 찾아봤을 때 성공사례와 실패사례가 수두룩했지만, 고수들의 사업 아이템을 알고 나서는 아이템도 아이템이지만 어떤 자리를 싸게 매입해서 운영하느냐가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다.
이 또한, 경매 공부를 하지 않았다면 내 감이 맞는지 아닌지 불확실하고 막연하기만 했을 것이다.
경매 공부는 집 장사만 하는 것에 끝나는 게 아니라 경제관념과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을 배우는 것이었다. 몰라서 좁아터진 내 생각을 일깨워준 것만으로도 행복한 경매 공부였다.
그저께 밤에 그동안 공부했던 걸 정리하면서 적어놓은 문구가 있다.
1년은 죽도록!
2년은 미치도록!
3년은 넘치도록!
4년은 흐르도록!
앞으로 10년의 목표를 세우면서 3년은 투자금 확보에 주력하고, 이후 3년은 돈이 돈을 낳도록 세팅하고, 이후 4년은 6년 동안 배운 걸로 더 많은 사람들에게 흘려보내는 것이다.
이게 정말 가능할까?
실은, 나도 모른다. 해봐야 안다.
가족이나 친척들 중에 한 명도 경매를 해 본 사람이 없다. 답답한 사람이 우물 판다고, 퍼스트 펭귄 정신으로 덤벼들었다.
처음엔 목표 자체가 막연했다.
초보자는 보통 1년 동안 공부하면서 낙찰 받는 게 첫 목표다. 나도 그렇다. 그 방법을 추천하는 사람이 많고, 다른 방법을 알지도 못한다.
무언가를 배울 때 가장 빠르게 성공하는 방법은, 성공하는 사람을 그대로 모델링하는 것이다. 모르겠으면 그대로 따라하면 된다.
평소 일어나는 시간보다 1시간 더 일찍 일어나 공부했다고 하면 나도 그렇게 하면 된다.
추천하는 책 읽으라고 하면 읽으면 된다.
임장 열심히 하라고 하면 그렇게 하면 된다.
그런데 대부분이 하라는 걸 하지 않는다. 처음엔 의욕이 있어서 열심히 하다가 얼마 못 가 원래대로 돌아간다. 원래의 모습으로 살면 새로운 목표를 이루지 못한다. 열에 아홉은 포기하거나 제자리에 머무니 최종적으로는 한 명만 살아남는 헝거 게임이다.
각자 오래 갈 수 있는 동기부여가 뭔지 먼저 파악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얼마 못 가 시들해질 것이다.
나의 동기부여는 ‘재미’다. 재미가 있어야 과정을 즐기면서 오래 할 수 있다.
결과 위주의 사람은 당장 뭔가 보상이 없으면 과정을 즐기지도 못할뿐더러 내가 원하는 결과에 못 미치면 실망해 다음 단계로 가지 못한다.
다행히 경매 공부는 재미있다.(아직은^^;;) 막상 실전에 들어가면 어떨지 모르겠지만 공부 자체에 대한 거부감은 없다. 공부가 재미있으면 실전까지 가는 데 큰 어려움은 없을 것이다. 실전에서의 희로애락을 즐길 줄 아는 마인드를 갖추면 결과를 만들어내는 데까지도 갈 수 있다.
무슨 일이든 단계가 있고, 그 단계를 차근히 밟아야만 고지에 이를 수 있다. 그러나 많은 사람이 어렵게 단계를 밟는 걸 힘들어하고 어려워한다.
우리에겐 단계별 목표가 필요하다. 우선 1년의 목표를 그려 보자.
5월 15일~9월 14일 : 경매 투자(초급) 수익형 부동산(초급) 상가투자반(초급)
- 4개월 공부하면서 권리분석, 임장, 법원경매 실전 연습
- 투자금 모으기
9월 15일~2024년 1월 14일 : 상가입지분석반(중급) 공매투자반(중급) 법인투자반(중급)
- 입찰 경험으로 낙찰 받기(1 사이클 돌리기)
1월 15일~4월 14일 : 분양권 청약투자반(초급) 토지초급반(초급) 토지실전반(중급)
- 2 사이클 돌리기
며칠 공부하다 보니 공매와 토지에 관심이 많이 간다. 이전부터 토지에 관심이 많았으나 큰 돈이 들거나 돈이 묶일 수 있다는 고정관념이 있었다. 그런데 소액으로도 투자할 수 있다니 반가웠다.
어떤 사람은 토지만 3년을 공부해 지금은 토지 쪽 전문가로 상당한 수익을 내고 있다니, 과연 매력적인 분야다. 이렇게 기초 공부를 하다 보면 관심이 가는 분야가 생긴다.
너무 많은 욕심을 내서 이것저것 공부하다가 오히려 방향을 잃은 분도 많이 봤기에 자신에게 맞는 투자 방법을 찾는 게 관건이다.
여기까진 대략적인 목표이고, 하다 보면 수정도 될 것이다.
달별로 목표를 세웠다면 월별 목표가 필요하다. 하면서 세부 수정이 가능하다.
서너 달만 해보면 달별 사이클이 형성된다. 그 다음 달부터는 좀 더 편하게 할 수 있다. 익숙해질 때까지 사이클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
또, 목표를 하나씩 그리다 보면 좀 더 구체적인 나의 미래가 보여서 막연함에서 벗어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