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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날자 이조영 May 26. 2023

추억은 만드는 거야

  

지난 5일에 시누이네와 캠핑을 다녀왔다.

시누이네는 캠핑족이라 캠핑장에 장비를 보관하고 다닌다. 우리집에는 10년 전에 산 텐트가 있는데, 여름 교회 수련회 때 남동생이 빌려가는 것 말고는 우리가 쓴 건 한 번뿐이었다.


시누이네에 텐트가 더 있으니 몸만 오라는 말에도 남편은 우리 걸 써보고 싶다며 챙겨갔다. 내내 캠핑 가고 싶어 했던지라 그러라고는 했지만 캠프 체험에 몹시 들뜬 모습이었다.


실은 잠자리에 예민한 나는 캠프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남편이 숙소에서 챙겨온 전기장판과 두툼한 요가 아니었다면 꽤나 고역이었을 거다. 다행히 바닥에 이중으로 매트 깔고 전기장판과 두툼한 요 덕분에 편하게 잘 수 있었다.


밖에서 찍은 사진이 하나도 없네...

   

원터치라 금방 칠 줄 알았던 텐트는 부실공사마냥 반듯하지 못했고, 어디가 고장인지 원인을 모른 채 시간은 흘러갔다.  

간신히 치고 난 텐트는 오래된 것치곤 상태가 말짱했다...는 건 착각이었다. 타프가 방수가 안 되는 것이다.


텐트를 치는 도중에 내리기 시작한 비로 물이 뚝뚝 떨어졌고, 남편과 고모부는 텐트를 다시 큰 천막 아래로 옮겼다. 되레 고모부네 텐트가 천막 바깥으로 밀려난.    


텐트 출입구가 불편해 다시 방향을 바꾸느라 세 번째 수고를 마치니 시간이 엄청 소요됐다. 1시간이면 칠 텐트를, 3시간은 족히 걸린 듯.


고모부의 얼굴이 점점 지쳐가는 걸 보며, 텐트를 왜 가져간다고 해서 이 고생인가 싶어 민망하고 미안했다. 적응력 짱이던 남편의 버벅거림이 못내 안쓰럽기도 했다.  (서방, 힘내... 또르르)   

  

  


빗줄기가 점점 거세지는 가운데 식사를 했다. 그때가 5시쯤이었나.

시누이가 집에서 챙겨온 반찬부터 오면서 마트 들러 사온 고기와 해물까지. 진수성찬이다. 돈만 내고 아무것도 준비 안 해간 게 미안한.

사실 뭘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몰랐다. 마트에서 라면 사라기에 컵라면 샀다가, 캠핑에서 컵라면이 웬말이냐며 커트당한. ㅎㅎ


캠핑엔 역시 고기지.



삼겹살과 목살도 맛있었지만, 다음날 낮에 먹었던 닭꼬치랑 등갈비가 너무 맛있었다.

저녁에 LA갈비도 구워 먹었는데 사진이 없...

역시 하이라이트는 LA갈비다.


넘 맛있잖아.


첫날, 우리가 텐트를 치는 동안 옆 텐트에선 전을 부쳐먹느라 고소한 냄새가 진동했는데 비 오는 날엔 전 부쳐 먹는 것도 좋을 듯. (아, 침 고여)

  


캠핑 내내 줄곧 먹고 불멍하며 보냈다. 비멍까지 더해져서 더욱 좋았다.

사람들이 왜 불멍을 좋아하는지 알 것 같다. 아무 생각이 안 든다. 복잡한 머리를 싹 비워내는 느낌이다.


너무 오랜만에 가는 캠핑이기도 했지만 모처럼 갖는 휴식에 온갖 시름이 사라지는 기분이었다.  

요즘엔 장박하는 사람도 많다고 하니 그 마음을 알 것 같다. 충전이 필요할 땐 도시를 떠나 자연 속에서 좋은 기운을 받는 것도 지혜다.




밤새 비가 내리고 바람이 불었다. 텐트가 심하게 흔들렸으나 다행히 비가 새는 곳은 없었다. 큰 천막 아래 있기도 했고 타프만 비가 샐 뿐 텐트는 괜찮았던 것이다.


문득 어렸을 적 가족과 함께 갔던 여름이 생각났다. 여름이면 아버지는 가족들을 데리고 캠핑을 가곤 했다.

어느 날은 비가 억수로 와서 밤새 흔들리는 텐트 안에서 잤던 기억이 난다. 어느 날은 비가 많이 와서 오래 있지 못하고 다시 집으로 돌아온 적도 있었다.  

   

이젠 어렴풋한 추억으로 남아 있는 캠핑의 추억.

차도 없던 시절이라 휴가철에 기차를 타려면 전쟁이었다. 엄마가 먼저 기차에 타고 아버지가 밖에서 우리 남매를 창문으로 태웠던 일도 있었다. (지금이라면 상상도 못할...)


부산에서 살았던지라 해운대나 광안리 해수욕장도 갔지만, 원동이란 곳에 캠핑하는 지정장소가 있었다. (지금은 어떻게 변했을지)


그곳을 알게 된 후로 해마다 갔었는데, 어느 해인가. 서울에서 이모네가 놀러와 이종사촌들과 함께 갔던 기억이 유난히 남는다.

그때 큰이모가 만든 수제 마요네즈가 얼마나 맛있던지. 생전 처음 먹어보는 수제 마요네즈에 뿅 가서 아직도 그 맛을 잊지 못한다.


그 시절엔 마냥 즐겁기만 하던 여행이었다. 그런데 세월이 흐른 지금 돌이켜 보니 삼남매에게 추억을 만들어 주느라 여름이면 꼭 휴가를 가던 부모님께 감사하다.  

  

성인이 되어 나도, 동생들도 결혼해 자식 낳고 살면서 한 번도 같이 캠핑을 간 적이 없다. 고모라곤 나 하나뿐인데 참 무심하게 살았구나 싶다.


막내동생네 애들이 아직 어려서 시간을 내 같이 캠핑을 가기로 했다. 애들에게 좋은 추억을 만들어주는 건 캠핑이 최고인 듯! 나도 부모님과의 추억으로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게 캠핑이었던 것처럼.     

 

6월 둘째 주에 예약해 놓고 동생과 통화하니 애들이 엄청 기대하고 있단다.

주말에 쉴 수 없는 딸도 모처럼 시간을 빼서 함께 가기로 했다. 우리집 강아지 ‘두부’가 제일 좋아하지 않을까. (그곳은 반려견 동반 가능)


훗날, 동생네와 아이들에게도 두부랑 우리 가족에게도 즐거운 추억의 한 장으로 남길 바라며.


미용하자마자 집에 와서 찍은~



글쓰기로 우주정복을 꿈꾸는 브런치 작가들이 모여 팀라이트가 되었습니다. 팀라이트 매거진은 매월 한 가지 주제를 선정하여 각양각색 이야기를 작가들의 다른 시선과 색깔로 담아 갑니다. 이번 달 주제는 <추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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