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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날자 이조영 Aug 28. 2023

남편을 웃게 만드는 방법

웃기는 아내


여럿이 어울리는 걸 좋아하는 남편과 혼자 있길 좋아하는 나.

게임을 하거나 영화 보기를 좋아하는 남편과 책, 공부, 글 쓰는 걸 좋아하는 나.

집밥을 선호하는 남편과 요리를 싫어하는 나.

‘골 때리는 그녀’를 좋아하는 남편과 ‘최강야구’를 좋아하는 나.


우리 부부는 여러모로 반대성향이라 공통분모를 찾기가 어렵다.

그럼에도 남편을 만나면 하루에 한 번 웃게 만드는 게 나의 미션이다.

나는 잘 웃기는 편은 아니지만, 가끔 뻘하게 웃긴다.

거의 생활개그라 남편의 웃음보가 터질 땐 어느 부분이 웃긴지 찾을 수도 없다.

 그냥 하는 말이나 행동인데 남편은 그게 웃긴 거다.


평소엔 안 웃기던 여자가 2% 부족해 보일 때 묘한 쾌감을 느끼는 것 같다.

예전같았으면 빈틈 보이는 게 싫어 자존심이 상했을 테지만, 이젠 많은 걸 내려놔서 그런지 나로 인해 상대가 웃는 것에 상당히 관대해졌다.

부부로 산다는 건 서로에게 관대해지는 과정이 아닌가 하면서.

서로간에 '웃음' 들어가면 '관대', '웃음' 빠지면 '포기' 된다.


어쨌든 미션에 성공하면 “오늘도 한 건 성공!” 하면서 하이파이브로 자축한다.

나는 자연스러운 웃음 유발에 내심 뿌듯해지고, 남편은 남편대로 아내 때문에 웃을 수 있어서 좋고.



강아지 ‘두부’


강아지를 키우기 시작한 후로 남편은 강아지와 내가 대화하는 것만 봐도 웃긴단다.

강아지와 가장 오래 붙어 있는 사람이 나인지라 의사소통이 제일 잘 된다.

강아지는 자기가 원하는 게 있을 때 조르는 소리도 다양한데, 어쩔 땐 꼭 사람 같아서 놀랄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그럴 때마다 남편의 웃음소리도 커진다.


한창 날이 더웠던 날.

‘두부’가 얼음을 달라고 조르는 모습에 또 빵 터졌다.

며칠 만에 얼음을 준 게 시원하고 맛있었던지 하나 더 달라고 나를 졸라대는 거다.

“얼음 더 줘?” 하고 물으니 냉큼 정수기 밑에 가서 앉는 녀석.

말을 알아듣는 것도 놀라운데 정수기에 가서 기다리는 녀석을 보자 어찌나 웃기던지.

얼음 하나  주는 남편은 그저 신기하고 재밌는 표정이었다.


그것뿐 아니라 '두부'가 주는 소소한 기쁨은 남편의 웃음 포인트다.

우리 부부는  '두부' 얘기를   가장 마음에  맞는다.

이젠 가족이  '두부' 대한 사랑이 그만큼 크다.

성격도 다르고 취향도 다르지만, 유일한 공통분모가 '두부'인 것이다.

만약 이마저 없었으면 더욱 삭막했을 부부생활. 그 빈틈을 메워주는 '두부'가 있어 고맙다.




집밥


주말부부인 우리 부부는 휴가나 여행을 제외하곤 2주에 한 번 정도 만난다.

반찬을 해보내야 해서 남편과 함께 시장을 보는 재미도 있다.

큰 시장이라 물건도 싸고 싱싱한 데다 다양한 먹거리.

매운 어묵이나 호떡도 사먹고. 내가 좋아하는 순대도 사고.


그렇게 왕창 장을 봐서 열 가지 정도의 반찬과 있는 동안 먹을 음식을 하다 보면 이틀은 후딱 지나간다.

반찬도 자주 하다 보니 솜씨가 늘긴 해서 이젠 웬만한 건 다 맛있다.

남편은 장족의 발전이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이틀 내내 밥 하고 반찬 만들고 하느라 녹초가 되긴 해도, 덕분에 나도 주중에 매일 뭘 해먹어야 할까 고민하는 일이 사라져서 좋다.


여름이라 삼계탕이나 냉국수를 해줬더니 무척 좋아한다.

비싼 음식은 아니어도 집에서 정성 들여 해주는 음식만으로 남편을 기분 좋게 만드는 거다.

집에 있는 동안 음식 잘 해서 먹이고 반찬까지 바리바리 싸서 보내놓고 나면 나도 한시름 놓는다.

남편이나 나나 나이가 들어가니 체력은 떨어지고, 보강할  있는  음식뿐이란 생각에 절로 요리에 관심이 간다.


그렇게나 하기 싫어했던 요리.

남편을 웃게 해주는 방법 중 하나이기에 싫어도 하게 되는 마음.

이게 사랑이 아닐까.



글쓰기로 우주정복을 꿈꾸는 브런치 작가들이 모여 팀라이트가 되었습니다. 팀라이트 매거진은 매월 한 가지 주제를 선정하여 각양각색 이야기를 작가들의 다른 시선과 색깔로 담아 갑니다. 이번 달 주제는 <웃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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