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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도 Nov 29. 2021

(16) 블라인드를 꼭 봐야 할까요


직장에 근무하시는 분들은 '블라인드'라는 어플에 대해 한 번쯤 들어본 적이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자신의 직장 메일을 통해 가입할 수 있는 블라인드는 익명을 통해 직장에서 대놓고는 말하기 힘든 이야기를 하거나 다른 직장에 근무하는 분들과 다양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어플인 듯합니다.


 제가 ~인 듯하다고 표현한 것은 사실 저는 블라인드라는 앱을 사용하고 있지 않기 때문인데요, 그 이유는 사실 타고난 귀찮음이 가장 크겠지만 조금 깊게 생각해보면 저는 블라인드 앱을 통해 좋든 싫든 알게 되는 이야기들에 제 생각이 영향을 받는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짐작하건대, 제가 블라인드를 하게 된다면 저는 제가 근무하는 직장에 대해 그동안은 모르고 살았던 이야기를 알게 될 것이며, 다른 직장에 근무하는 분들의 여러 가지 상황에 대해서도 알게 될 것입니다. 그런 경험들은 저로 하여금 '오... 내가 다니는 곳 꽤 좋은 곳이잖아?'라는 생각도 들게 하겠지만 그보다는 '와... 한국에 저런 직장이 있었어?, 연봉도 좋고 복지도 정말 좋은데?'라는 생각이 들면서 부러움을 넘어선 자격지심, 상대적 열등감을 느끼게 만들 가능성이 더 높을 것입니다.


 물론 이런 식으로 생각하는 것은 블라인드 앱을 제대로 사용해본 적도 없는 저의 지나친 억측일 수도 있을 것입니다. 저와 달리 블라인드 앱을 통해 알지 못했던 정보를 알게 되어, 새로운 목표를 가지게 되거나 더 나은 직장으로 갈 수 있는 정보와 기회를 충분히 얻는 분들도 많을 테니까요. 하지만 아무래도 저는 이런 방식으로 블라인드 앱을 활용하지는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강하게 듭니다.


 제게 이런 선입견이 생기게 된 것은 제가 상당히 오랫동안 단순히 재미로 읽었었던 다양한 커뮤니티 사이트에 올라왔던 글들이, 저로 하여금 세상을 좁게 해석하게 만든다는 확신 때문일 것입니다. 처음엔 말씀드린 대로 저는 특별히 할 일이 없을 때, 혹은 뭔가 재미있는 소식이 없을까 하는 궁금증 때문에 여러 커뮤니티 사이트에 올라오는 글과 사진, 동영상들을 보기 시작했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시간들이 하루, 이틀씩 쌓이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는 커뮤니티 사이트에 올라온 글에 적힌 생각들이 별다른 여과 없이 저의 생각이 되어간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심지어 저의 평소 가치관과는 전혀 다른 내용의 글을 읽었지만, 그 글에 달린 많은 댓글들이 저와 생각이 달랐을 때, 저는 제가 잘못 생각하고 있었다는 착각이 들기도 했었습니다. 그런 생각이 들자, 저는 그 이후로 되도록이면 커뮤니티 사이트를 방문하는 것을 피하고 있습니다.


 처음엔 남는 시간에 스마트폰을 들여다보지 않는 순간이 지루하게 느껴졌지만, 결국 사람은 뭐든 적응하기 마련이라고, 커뮤니티 사이트를 보는 대신 다른 할 거리를 찾다 보니 오래 걸리지 않아 커뮤니티 중독과도 같은 상태에서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그러고 보면 브런치에 어떤 글을 적을지 생각거리를 메모하는 습관을 가진 것도 커뮤니티 사이트를 관찰하는 것 대신했던 일 중 하나였네요.


 다양한 사람들의 삶의 경험과 생각이 담긴 글을 커뮤니티 사이트를 통해 즐겁게 읽어보는 것은 그런대로 재미있는 일이긴 하지만, 이와 반대로 자신의 삶 자체를 어제보다 오늘 더, 그리고 내일의 삶을 보다 다채롭게 할 수 있는 자신만의 방법을 찾아 생각을 행동으로 옮겨보는 것이 자신에겐 조금 더 가치 있는 일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다만 저처럼 자기만의 생각에만 집중하다 보면 아무래도 좀 심심해질 때도 있는 건 사실인 듯합니다. 괜히 문득문득 다른 사람들의 생각이나 최근의 화젯거리가 궁금해질 때도 여전히 있기도 하고 말입니다. 하지만 적어도 당분간은 커뮤니티 사이트를 멀리하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 의미에서 블라인드도 하지 않는 것이겠지요. 사실 제가 블라인드라는 어플을 필요로 할 때가 올진 아직까진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개인적으론, 그런 날이 오지 않기를 바라고 있긴 합니다. 그 이유는 나이가 들수록 조금 더 자기 자신과, 가까이에 있는 주변 사람들에게 더 집중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은 마음 때문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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