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다 문득 들었던 생각 하나는, 작년과 비교하여 글을 쓰는 저의 마음가짐이 달라졌다는 것이었습니다. 작년에는 100편의 글을 적었는데, 100편의 글이 결코 적다고는 할 수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저는 뭔가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이유는 아직 해야 할 이야기가 많이 남았다는 생각 때문이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올해는 글쓰기에 대한 기분이 작년과 확연히 달라졌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어느 시점에서부턴가 같은 이야기를 반복적으로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인데요, 재미있는 사실은 작년에 비해 올해 들어 저는 새로운 사건과 경험을 훨씬 많이 했음에도 불구하고 생각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점이었습니다.
처음엔 이런 느낌에 대해 결국 저도 가치관이 어느 정도는 확립이 되었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아직 부족하긴 하지만 나름대로 세상을 바라보고 해석하는 저만의 렌즈가 생겨난 것이라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나이가 들면 사람이 보수적으로 변한다는 것이 이런 느낌인 건가 하고 생각할 때도 있었습니다.
조금 더 생각해보면, 작년의 저는 스스로의 생각과 가치관에 대해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는 자신감이 부족했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여러 가지 사건을 바라보며 제가 해석하고 느끼는 감정들에 대해 스스로가 확신이 들지 않았기에, 어쩌면 저는 글을 통해 반복적으로 저의 생각을 정리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공감을 얻고 싶은 마음이 있었었던 것이 솔직한 심정이었습니다.
작년의 글을 돌아보며 제가 느낄 수 있었던 것 중 하나는, 참 많이 불안했었고 걱정이 많았다는 것이었습니다. 100편의 글에 적힌 대부분의 내용은 백수로 살아간다고 해서 불행한 것은 아니며, 자신이 생각하고 살아가는 방법에 따라 얼마든지 즐거움과 행복을 누리며 살아갈 수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러나 지금 와서 다시 생각해보면, 제가 행복과 여유에 대한 글을 끝없이 적었던 이유는 어쩌면 행복을 추구했던 만큼 스스로의 마음은 불안과 걱정 속에 사로잡혀있었다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어떻게 하면 걱정과 불안을 덜어내고, 인생을 살아가며 조금 더 여유를 가지고, 일상 속에서 소소한 행복을 추구해갈 수 있는지를 계속해서 고민했으며, 작년의 글쓰기는 그러한 고민의 결과물이었을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올해의 글쓰기는 이미 알고 있었던 내용의 재확인에 가깝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리고 작년의 글쓰기가 불안과 고민을 덜어내기 위한 치유의 과정에 가까웠다면, 올해의 글쓰기는 1년을 살아가며 경험한 크고 작은 사건들에 대해 제가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를 글쓰기를 통해 담담하게 정리해나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이 과정을 통해 저의 생각을 반복해서 가다듬고, 정리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저는 이러한 올해의 글쓰기에 대해 두 가지 생각이 들었습니다. 첫 번째는 앞서 말씀드렸듯 이제는 글쓰기가 심리적 치유의 과정이라기보단 자신의 마음속 생각을 정돈하는 역할로 옮겨가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는 것이며, 두 번째는 어쩌면 지금 시점에서는 글을 쓰는 것 이외에 다른 활동에 보다 집중해야 할 때가 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었습니다.
분명 글쓰기를 통해 많은 저의 고민을 덜어내고 불안과 걱정을 치유하는 일은 제게도 매우 중요한 일이었지만, 요즈음 드는 생각은 감정과 고민에 대한 글쓰기가 아닌, 행동을 통해 얻어낸 경험에 대한 글쓰기가 필요한 시기가 제게 찾아왔다는 것입니다. 사실 이런 생각은 올해의 글쓰기에도 어느 정도는 반영되어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여전히 글쓰기라는 활동이 제게 많은 것을 알려준다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겨우 1년 남짓한 시간 동안 제게 찾아온 이런 변화를 알 수 있었던 것 역시 글쓰기를 통해 알게 된 것이니까요. 역시 글쓰기는 하면 할수록 자신을 보다 잘 알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