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도 Jan 16. 2022

(31)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完)

2021년의 글쓰기를 마무리하며


 2021년은 91년에 태어난 제가 한국 나이로 31살을 보냈던 한 해였습니다. 그리고 지난 한 해를 되돌아보면 제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의 제목이 자연스럽게 떠올랐습니다.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그만큼, 제게 2021년은 행복했고, 즐거움이 가득했던 한 해였습니다.


 좋았던 일을 적어보면, 은행에 취업하며 5번째 직장생활을 시작하게 되었으며, 10년 만에 학자금 대출을 전부 상환할 수 있었습니다. 중고 차긴 하지만 저만의 자동차가 생김으로써 어린 시절부터 꿈이었던 혼자만의 드라이브를 현실에서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웹소설 작가가 된 아버지의 연재소설을 읽으며 잠들 수 있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경험은 아닐 것입니다. 심지어 취미가 아닌 직업이 되어 노년에 또 다른 꿈과 목표가 생긴 아버지를 보며 저 역시도 자신만의 꿈과 목표를 포기하지 않게 되었다는 것은, 제게 있어 축복과도 같은 일이었습니다.


 외적으로도 좋은 일이 있었지만, 심리적으로 마음에 평안이 찾아왔다는 것은 제 짧은 삶 속에서 처음 있는 일이었습니다. 제가 올해 글을 쓰며 [31살의 사춘기]라고 적었던 것은 어리다고 할 수 없는 나이였음에도 여전히 마음속에는 사춘기 시절 경험했었던 불안과 걱정이 많았기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에서부터 인가, 제 마음속에서 불안과 걱정이 많이 줄어들었다는 믿음을 가질 수 있게 되었습니다. 실패한다는 것은 어떤 목표를 가졌던 목표를 이루어가는 과정 속에서 '당연하게'찾아오는 것이며 실패를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이제야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게 되면서, 어떤 일이든 도전해 조금씩이라도 시간을 투자해 경험치를 쌓아간다면, 결국은 지금보다 나아질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언젠가는 '하다 보니 되더라'는 순간을 맞이할 날이 올 것입니다. 이걸 믿을 수 있게 되자, 어떤 일이든 도전하는 것에 대해 걱정보단 설렘과 기대가 앞서게 되었습니다.


 물론 좋았던 일만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2021년은 인간관계에 있어 여전히 서툰 모습을 많이 보였던 한 해가 되었습니다. 그 때문에 다른 사람들로부터 미움을 받았던 적도, 걱정 어린 시선과 이야기를 들어야만 했던 순간도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도 괴로웠던 순간이 있었지만, 그럼에도 진지하고 솔직한 감정표현과 대화, 사과를 통해 인간관계를 회복할 수 있었던 경험이 있었다는 것은 불행 중 천만다행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충분한 여유를 가졌던 한 해였지만, 그만큼 게을렀다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겠습니다. 체중이 불어나며 건강과 체력이 약해졌다는 것을 시간이 갈수록 체감하게 되는 순간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게으름으로 인해 건강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것은 2021년을 보내며 가장 아쉬웠던 것들 중 하나이기도 했습니다.


 조금 더 열심히 살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여전히 남아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올해만큼은 지난 20대 시절 동안 마음 졸이며 살아왔던 것에 대한 잠시간의 '쉬어감'이라고 스스로 합리화를 해보려 합니다. 번아웃을 경험할 만큼 열심히 했던 것도 아니지만, 그래도 한 번 정도는 마음 놓고 푹 쉬어보는 삶을 살아보고 싶었던 것도 솔직한 심정이었긴 했습니다.


 인간관계가 서툴기에,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연애를 한다던가, 좋은 사람들과 깊은 유대를 나누지 못했다는 것 역시 아쉬움으로 남아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2022년에는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나보고, 인간관계를 통해 자신을 보다 성숙한 사람으로 거듭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만들어보고 싶은 마음이 있습니다.


 목표했던 바가 있었지만, 하고 싶었던 일들에서조차 열심히 하지 않았다는 것은 재작년에 적었던 [노는 것조차 게을렀다]는 글을 떠올릴 만큼 아쉬움이 컸습니다. 피아노를 조금 더 열심히 연습하고, 더 많은 책을 읽고, 공부를 하지 못했습니다. 그런 부분들이 점차 쌓여간다면 다시금 마음속에는 불안과 걱정이 자리 잡을 것이라는 경험에서 오는 확신이 있습니다. 이런 부분은 제가 조심해야 할 것입니다.




 2021년은 좋았던 점도, 아쉬웠던 점도 모두 있었던 한 해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겐 너무나 행복했던 한 해로 기억될 것입니다. 물론 코로나로 인해, 혹은 개인적인 슬픔과 아픔으로 어떤 분들에겐 2021년이 힘들고 고통스러웠던 한 해로 기억될 수 있기에 이런 글을 적는 것이 조심스럽긴 합니다만, 슬픔과 불행, 고통은 언젠가는 제게도 필연적으로 찾아올 순간이 있을 것이기에, 미래의 불행을 미리 걱정하기보단 현재의 행복에 기뻐하고 감사하기로 마음을 돌려보고자 합니다.


 문득 올해 첫 번째 글에서 [매년 100편의 글을 적겠다]는 목표를 세웠던 기억이 났습니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올해는 31편의 글을 적었기에 목표 달성을 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듭니다만, 억지로 편수를 채워서 글을 적기는 제겐 역부족이었습니다. 반대로 말한다면, 올해는 31편으로도 제가 1년 동안 해봤던 생각을 글로 옮겨 담는 데는 충분한 분량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그렇다 한들 게으름 때문에 100편을 채우지 못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라는 점 역시 변하지 않습니다.


 원래라면 2021년을 마무리하는 글이라면 역시 2021년 12월 31일에 적고 마무리하는 것이 가장 좋았겠지만, 올해는 처음으로 그런 생각에서 벗어나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삶이란 끊어진 점이라기 보단 연속적으로 이어지는 선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12월 31일이나 1월 1일에 너무 집착하기보단, 저의 속도와 방향에 맞춰 글을 적고 마무리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시간은 흘렀고, 2022년이 되었습니다. 저는 한국 나이로 32살이 되었습니다만, 아직까진 32살이라는 것에 대해 특별히 느껴지는 것은 없는 듯합니다. 마음 한편에 '확실히 나이가 좀 들긴 들었는걸?'싶은 생각이 들 때도 있지만, 이 역시 저만의 생각일 뿐 너무 중요하게 받아들이지는 않으려 합니다.


 한 권의 교과서를 보고 서로가 받아들이는 것이 다른 것처럼, 인생에는 저마다의 시간과 속도, 방향이 있을 테니까요. 저 역시 올해부터는 조금 더, 조금 더 자주 자신을 돌아보며 자신만의 속도와 방향이 어떤 형태인지에 집중하고자 합니다. 다른 사람들의 삶과 방향을 외면하지는 않겠지만, 그렇다고 너무 많은 영향을 받아 자신의 삶을 의심하는 일이 없도록 올해는 제 자신의 마음과 더 많이, 솔직한 대화를 나누고 싶습니다.


 브런치에 글을 쓰기 시작한 지도 어느덧 2년 차에 접어들었지만, 올해도 부족함 많은 제 글을 읽어주신 분들이 있었다는 사실에 새삼 놀라우면서도 그저 감사한 마음만이 가득할 뿐입니다. 많이 늦은 새해인사입니다만, 올 한 해도 여러분들의 삶에 행복이 깃들 수 있기를 바랍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2022년에도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30) 바보 나라의 천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