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사람이 살아온 인생은 얼굴에서 드러난다고 했던가. 하루하루 안면 근육이 굳고 웃음 짓기가 어려워지는 스스로를 보며 거울을 찾아가는 횟수가 줄었다. 나는 방향을 잃었다. 젊은 날의 방황은 인생의 필수 과목이라지만, 그 시간은 지독하리만치 불안정했다.
누구와 다를 것 없는 대학생활을 보냈다. 대부분이 거쳐가는 그런 날들이다. 말하자면, 따분히 강의실에 앉아 종강을 기다리고, 통학 때는 음악을 듣거나 과제를 처리하는 그리고 잠이 거의 유일한 낙이 되어있는 시절말이다. 스물 초반에 경험하는 술이나 삐까뻔쩍한 공간에서 즐기는 사교모임도 안 했다기보다는 적극성 혹은 실행력이 부족해서 굳이 도전하지 않았다. 최대한 현실에서 멀어져 있는 시간이 좋았다. 이를테면 잔다거나 3D 세상에 들어가는 것. 나는 거의 '반 히키코모리'였다. 그래도 매일 운동과 영어공부는 빼먹지 않았다. 어떤 구체적인 목표가 있었던 게 아니라, 그냥 이거라도 하지 않으면 정말로 무기력이 나를 잡아먹을 것 같았다.
그러던 어느 날 전화 한 통을 받았다.
"너 아프리카 안 가볼래?" 해외봉사를 가보라는 권유였다.
'아프리카?' 아프리카, 말라위. 처음 들어보는 생소한 국가였다. 며칠간 고민했지만, 결국 굳이 안 가볼 이유가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그래서 나는 한번 가보기로 결정했다. 비전이 있다거나, 봉사정신이 있던 게 아니다. 사실 아무것도 몰랐다.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자신이 없었다. 스스로가 바보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나는 견딜 수 없는 방황의 시절을 정말로 아무것도 알 필요가 없는 곳에서 보내기로 작정한 것이었다.
제일 먼저 나는 아버지께 통보하듯 출국 얘기를 꺼냈다. 코로나가 이제 막 잠잠해지던 시기라 실랑이가 좀 있었지만, 나를 이해해 주셨다. 남은 기간 일주일, 수하물부터 비행기표까지 바쁘게 하루하루를 보냈다. 아프리카의 따뜻한 심장이라고 불리는 말라위, 최대한 그 나라에 대한 정보를 모으고 조사했다. 그리고 2022년 2월 23일, 드디어 출국이 하루 전날 코앞으로 다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