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같이 글 쓰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내 앞에 처리해야 할 일들을 감당치 못하고 블로그는 잠시 내 삶의 뒷전이 되어버렸다.
나에게 두 달의 시간은 잠시였지만, 브런치를 하며 이렇게 길었던 공백이 있었었나?
애정과 반대로 이공간에 들어오지 못하였던, 내가 지금 당장 집중해야 하였던 일은 바로 여행의 길이 아닌, 다른 여정의 길로 나아가기 위한 준비를 하기 위해서였다. 그것은 바로 [단기선교]였다.
나에게 단기선교의 동기는 단순한 마음의 이끌림으로 정의 내렸던 것은 아니었다.
수익이 단 한 방울도 나지 않는 배낭 여행자들의 이야기, <뉴스레터 모아>를 1년간 발행하며 돈으로 채워질 수 없는 12명들의 여행자들과 그들의 이야기를 만났었다.
유난히 올초에 만났던 여행자들 중, 해외여정을 나아가며 봉사를 경험하였던 이들을 만났었다. 이들의 이야기를 마주하며 나의 여정 또한 돌아보게 되었다.
17개국이라는 몇 안 되는 나라를 배회하였지만, 하나하나의 여정마다 이야기가 흘러 넘칠 만큼 많은 부딪힘과 위로와 기쁨이 있었다. 소위 우리가 즐겨보는 여행 유튜버들처럼 기적적인 우연의 스토리는 없었지만, 우리의 여정은 늘 혼자가 아니었음을, 유랑을 할 때마다 매번 새롭게 느끼게 해 주었다.
모든 세상이 나를 쿠바로 가지 말라고 막은 듯 악재의 악재 끝에 다다른 쿠바에서는, 발을 들이고 마지막 발을 떼는 그 순간까지 현지인 그리고 여행자들의 끝없는 환대와 이야기로 여정을 채우며 지금까지 느껴보지 못하였던, 매일이 영화 같은 일이 내게 벌어졌었고,
소매치기 그리고 항공사의 문제로 비행기를 놓쳐 공항 한구석에서 하염없이 울기만 하였을 때, 기차시간이 다가오는 가운데 길을 잃어 눈물이 고여있을 때, 어떠한 이는 외딴곳에 길을 잃어버린 나를 지하철까지 함께 타주며 직접 데려다주기도 하였고, 실질적인 도움은 전혀 주지 못하였지만 조급함과 두려움으로 휩싸였던 나를 반겨줌으로 마음의 위로를 해주었다.
도와달라고 요청하지도 않았는데, 그저 나에 대한 호기심의 시작은 볼펜을 내어주는 것도 모잘라 서류를 만들어 나가는 과정을 함께 도와주고 이방인인 나를 이유 없이 비방하는 자를 대신하여 큰소리 쳐주며 감싸주기도 하였다.
수없이 많은 일들을 다 나열할 수 없었지만, 나는 이국에서 여행자에게, 현지인에게 '환대'를 받았다.
내 마음속에서는 반드시 이 환대를 되돌려주고 싶었고, 너무나도 팬인 김영하 작가님의 <책, 여행의 이유>에서 나온 '환대의 순환'이라는 단어만이 내 머릿속에 맴돌게 하였다.
지금까지 받았던 환대를, 전할 수 있는 기회가 있는데 내가 안 갈 이유가 없지 않은가?
뒷 일은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모른다. 단기선교를 신청하고 나면 어떠한 준비가 필요한지, 어떤 이랑 가게 될지, 얼만큼 포기해야 할 게 많은지. 지금 당장은 내게 중요한 것은 그것이 아니었다. 더 포기할 것이 많아지기 전, '지금 당장'이 좋은 기회일 뿐이다.
내가 원하고 예정했던 나라도 아닌, 예수님의 단어조차 불리어지기 어려운 나라로 떠난다.
직접적으로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지 못할지어도, 그들의 문화를 존중하며 그들에게 사랑과 진심을 전하려면 어쩌면 '환대'가 가장 필요한 나라인 것만 같다.
그렇게 단기선교 신청을 마감하기 1시간 전, [인도네시아]로 나아가기로 결심하며 메일 전송버튼을 눌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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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교는 생각한 것이상으로 포기할 것이 많은
어려운 길이구나-
단기선교를 준비하는 과정은 쉬운 길은 아니었다.
사실 사역의 계획이 뒤틀어지고, 준비할 기한들이 짧아지며 체력을 써야 하는 일에는 크게 마음이 동요되지 않았었다. 배낭여행 경험의 힘이었던 것일까? 예정함의 뒤틀림은 여정에서 당연한 일이고, 바뀌었다면 보다 필요한 곳으로 향할 수 있다니 오히려 좋았다. 그러하면서 사역 준비시간이 조급하고 짧았졌지만, 그러하였기에 우리의 상황을 지속 지켜보는 이해관계자들도 우릴 이해해 줄 수 있는 쿠션도 하나 생겼으니 오히려 나은 게 아닌가.
다 괜찮았다. 때론 내 욕심이 나아갈 때도 있었지만 기도 때마다 앞서 가지 않게 막아주셨고, 체력이 버텨주지 않았을 때마다 인도네시아 땅에 대한 마음을 더 강하게 채워주셨다.
나의 마음을 괴롭혔던 건 이번에도 역시 '시간'이었다.
[나의 여행]으로 가는 것이 아닌, 교회 소속으로 [선교]를 하기 위해 나아가는 여정이었기에 가장 큰 문제가 단기선교를 떠나는 11일간 일 자체를 병행할 수 없다는 상황이었다.
안정과 거리가 먼 프리랜서에게 완벽한 공백은 두려움으로 다가온다. 프리랜서를 하면서 1년에 한 달만큼 온전히 여행의 달로 쓰고 있지만, 매번 그 자리에서도 나는 짧게나마 일을 하였으니...
처음 마주하는 완전한 공백으로 포기해야만 하는 것들이 많았다.
그토록 하고 싶었던 미술관 전시 총괄디자인 기회를 놓쳤고,
선교를 떠나기 3일 전까지 나의 디자인 방향성과 일러스트 스타일에 잘 맞는 기관의 일이 일정으로 인해 어그러지기도 하였다.
이제는 그만 내려놓고 싶은데....
마지막까지 '포기'를 감행해야 하는 선택에, 지금까지 계획이 뒤틀려도 상하지 않았던 마음이 무너져 내리기 시작하였다.
근데, 무너져도 어찌하리 난 이미 이 길에 올라탔다. 그 와중에 단기선교가 내가 예정했고 선택한 길인 사실이 위안이 되어준다. 참 웃긴다, 지독하게 뼛속까지 '자유'와 '선택의 쥐어짐'은 포기할 수 없나 보다.
물론 지금도 나는 '포기하는 것'들에 대한 마음이 너무나 힘들다.
단기 선교 이외에도 올해 참 많은 포기함이 있었던 것 같다.
시간으로 인한 관계의 깨어짐, 체력의 흐트러짐 그로 인한 마음의 무너짐. 그로 인해 수없이 반복되는 의문과 궁금증들.
그러함에도 내가 한 선택에 후회하지 않음을 난 믿는다.
그렇게 온 세상이 나를 막았던 것만 같은 쿠바에서 마주했던 매일의 순간처럼,
그렇게 온 세상이 짐들이 나를 짓눌렀던 나미비아에서여정의 끝, 쏟아지는 별이 모든 위로가 되어주었던 것처럼.
그리고 이러한 서운함과 울분 속에서도 다른 것으로 충만히 채워주신 것처럼.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선에서, 나의 일정을 다 이해해 주시는 다른 일감으로 이번 달을 채워주시며 좋은 작가님과 기관을 만날 수 있었고,
살면서 첨으로 오로지 한 나라의 땅을 위해 기도하는 기회를 경험할 수 있었고,
많은 사람들의 후원과 관심으로 매일같이 든든하게 저녁과 사역 준비물을 채워갈 수 있었고,
간절히 필요한 것이 있을 때마다 생각하지도 못하였던 사람들이 먼저 다가와 채워주었다.
막상 인도네시아 땅에 떨어지면, 내 마음이 또 어떻게 달라질지, 어떠한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질지 한 치 앞을 알 수 없지만, 준비를 하며 가장 큰 깨달음인 기도의 힘을 깨닫게 되었으니 스스로 이를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인도네시아 땅에 발을 디딛는 순간부터는, 이전 여행처럼 실시간 스토리도 못 올리고, 사람들과의 연락도 못하고, 일연락을 놓치는 등 개인의 할애시간이 없다는 것이 두려움으로 다가오기도 하였지만, 사역에만 집중하며 아이들을 한 명 한 명 맞이할 수 있음에, 그리고 이전 몽골, 쿠바서처럼 간만에 디지털 디톡스를 하며 잠시 한국의 수많은 일들은 뒤로 할 수 있음에 기대가 된다.
단 두 편의 글.
11일간의 단기 선교의 끝에서, 나는 어떠한 말을 읊조리며 써 내려갈까?
삶의 여정을 써내려 갈 이야기가 어떻게 써 내려갈지 기대하는 마음으로 비행기에 올라탄다.
교인이어도, 교인이 아니어도 짧은 읊조림마저도 큰 힘이 돼줄 믿습니다! 감사합니다 :>
<개인 기도제목>
- 선교지에서 오직 순종의 자세로 나아갈 수 있도록
- 단기 선교로 프리랜서 업무가 잠시 비워지는 시간, 사역 직전과 직후에 넉넉히 채워질 수 있도록
- 여정 속 어려움의 순간 하나님께서 예상치 못한 환대의 인연을 붙여주신 바처럼, 하나님의 만남을 기다리고 있는 이들과 인연이 될 수 있는 기회 때 환대의 순환으로 되갚을 수 있도록
<인도네시아를 향한 기도제목>
- 인도네시아 땅에 있는 기독교인들이 복음으로 인해 차별받지 않도록
- 가난으로 기본적인 생활조차 어려운 지방이 많은데 예수님의 사랑과 능력으로 지역경제가 살아날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