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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6 [인도] 인도를 향한, 오만과 편견

인도에서

by greenee


ep16.

인도를 향한, 오만과 편견


#1

인도를 향한 오만,

똥물의 추억

때는 24년도 배낭여행자 이야기를 담은 뉴스레터 <moa>를 발간하고 있을 때였다. 이번 달 여행자는 인도 여행에 대한 궁금증으로 인스타그램을 켜 열심히 찾아 만나게 된 여자 여행가이셨다.


냄새가 난다. 조회수 보장, 대박 에피소드의 냄새. 압도적인 입담과 활기 넘치는 에너지로 범상치 않은 여행 이야기를 풀어내는 인터뷰이의 매력에 귀를 쫑긋 세우며 매료되고 있었다. 스페인 순례길, 남미를 거쳐 드디어 인도여정의 첫 문을 열기 바로 직전,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한껏 기대되는 자세를 고쳐 매었다.


인도 델리의 더러움은 충격적이었어요.

인도 위생이 안 좋은 것은 미디어에서도 흔하게 노출되었으니 어느 정도 상상이 된다는 듯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다음 문장에 집중하자 인정사정없이 손으로 돌리고 있던 펜을 떨구었다.


제가 여행을 하면서, 아니 살아생전 비 오는 날 똥물을 휩쓸고 다녔던 것은 처음이었거든요!!!!!

25년도 6월. 바로 지금. 영화 <김종욱 찾기>의 배경지이자 배낭여행자들의 낭만도시, 조드푸르에서 내 발이 똥물에 휩쓸려 지나가고 있다.

IMG_1686.JPG?type=w800 그 미래가 바로 나예요.....,.. 예..예,,..
골목에 물이 가득 찼잖아?!!!

낮부터 비가 조금씩 쏟아지기 시작하였다. 그 비가 모아져 바지를 걷어 올릴 정도로 고여진 것이 놀랍기도 하였지만, 지금 그게 문제가 아니었다.


나는 똑똑히 기억한다. 일명 광견이라고 불리는 조드푸르의 미친개들이 더위에 지쳐 힘없이 골목을 지나다 오물을 뱉어내고 있었다. 골목 하나를 다 채우는 거대한 소가 느릿느릿 걸음을 걷다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며 정자세를 취할 때면 시원하게 뱉어내었던 갈색 덩어리는 마치 헨젤과 그레텔의 길 찾기와 같이 그들만의 발자취를 그린 수많은 표식을 보았었다.


IMG_4332.heic 인도에서는 너무나 흔한 소들의 길막

바위 언덕 지대인 가파른 조드푸르의 꼭대기에서부터 수많은 응가와 오물들이 흘러져 지금 내 눈앞의 골목까지 찾아왔고, 또다시 이 친구들은 저 밑에 있는 평평한 광장까지 다다를 예정이다. 델리와 바라나시를 지나오며 '예상만큼 더럽긴 하다' 생각을 안 했던 것은 아니었다. 나름 험난한 여정 길을 자처했던 만큼 이전 여행국가들에서 쓰레기 마을과 매연의 재로 인해 검정색의 물웅덩이로 가득한 여러 도시를 지나쳐 왔기에 글을 써 내려갈 만큼 큰 충격이 되어주지 않았다. 그런데 그 말 바로 여기서 정정하도록 하겠다.


faf1304252972d34e99a2c8cde4f05c7.jpg 지난 소똥과 개똥ㅇ... 으알갸ㅏㄱㄹ갸갹!!!!!111
그때 여행자분이 말한 똥물이 바로 이거구나......

상상으로 가늠조차 되지 않았던, 아니 굳이 알고 싶지 않았던 똥물이 반겨주며 나의 시선 사이로 어린아이들은 발가벗고 신나게 놀고 있었고 나와 비슷한 연배의 성인들은 익숙한 듯 무표정으로 고인 웅덩이를 대범하게 드나들었다.


하얗게 질린 채 기겁하고만 있으면 무엇하리. 이미 내 발은 그 빗물에 흠뻑 적셔져 있었다. 아 나도 모르겠다. 이왕 적셔진 거 지독한 면역력에서 자유로워질래!! 바지를 걷어 자유로히 이 물을 휘젓으리.


처음 맛보는 자유함에 기뻐 소리를 지르며 물이 넘치는 골목을 휩쓸었다. 한 발자국에 꽥-. 두 발자국에 꽥-. 웬 동양인의 득음에 지나가던 현지인들이 픽- 웃으며 지나간다. 하염없이 절규하는 나에게 어떤 이들은 빗물이 덜 고여진 웅덩이를 찾아 지나가며 손짓으로 똥물에서부터 잠시 구원해 주기도 하였다. 내 맘도 모르고 자신들만의 수영장 파티가 벌어지고 있는 아이들과 달리 세상 물정 알 거 다 아는 현지인들도 싫은 건 매한가지 나보다. 이자를 보아라, 모든 것을 체념한 듯 이제는 침묵한 채 쓰윽쓰윽 물을 휘적이며 잘만도 걷더라. 이날로부터 면역력으로 오는 진정한 자유함을 얻으며 최상의 면역 레벨을 얻은 여행자가 된 것일지도 모른다.


BmJmEXlCYAEF9bs.png 덕분에 super 면역력 get.... 이제 나는 면역력으로 자유해욕~~~~
IMG_8712.jpg 덕분에 많이 웃었다(다른의미로) 조드푸르야~~~~~





#2

인도를 향한 편견,

그대들의 오지랖 덕분에


조드푸르가 좋을까? 자이푸르가 좋을까?

예측불허의 상황이 무한히 분출되는 이곳에서의 12일은 턱도 없는 여행 일정임을 와서야 깨달았다. 5개의 도시를 가는 것은 아무리 봐도 무리였던 것 같다. 사막을 무진장 좋아하는 자에게 마지막 대장식, 자이살메르로 향하기 위해 중간에 거쳐갈 도시를 무조건 한 개로 줄였어야 했다.


중북부에서 도시 이동만 적게는 8시간, 많게는 30시간. 인도가 이렇게나 크고 넓은지는 난들 가늠할 수 있었을까. 동행인 애인과 머리를 맞닿으며 선별한 조드푸르를 들려 자이살메르로 왔을 때까지도 전혀 알 수 없었다. 우리가 포기했던 자이푸르를 갈 수 있을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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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네 지금 기차역에 가야 할 것 같은데?
우리가 빨리 데려다줄게-

자이살메르의 3일은 숙박에서부터 카페 사장님 그리고 지나가는 사람들까지 하루도 빠짐없이 귀한 만남의 연속이었다. 특히나, 한국여행자 사이에서 유명한 <원빈 사파리>의 사파리 투어 및 호스텔 직원들은 한국인들을 유독 반겨주었고, 요청하지 않아도 무료 픽업과 우리가 탈 기차 시간까지 섬세하게 챙겨주었다.


IMG_8679.jpg 한국인에게만 좋은 차별을 행하는 <원빈 사파리>


어차피 기차가 늦게 올 것 같은데 지금 가는 게 맞나..?

전 세계에 '인디안 타임'이라 불리우며 지각쟁이로 소문이 퍼진 인도의 기차는 1~2시간 연착은 기본이었으며, 기차를 타는 플랫폼이 방송으로 몇 번이나 바뀌어 혼잡의 광경을 처음 마주한 여행자에게는 대환장 파티였다. 이들의 움직임이 익숙해졌다고 착각하는 여행의 끝이 가장 느슨해지고 무서울 때다.


경험의 쌓임으로 그렇게 생각한들, 현지인이 직접 와서 지금 가라고 하니 당연히 엉덩이를 들고 짐을 메어 갈 수밖에 없었다. 몸은 기차역으로 향하고 있지만 마음 한 구석에는 '지금 햇빛이 절정인데 기차가 늦게 오면 어디로 피해있지?'라는 생각으로 가득 차 있었다.


지금까지 거쳐 온 델리, 바라나시, 조드푸르 기차역 중 가장 시골냄새가 가득 나면서도 규모가 매우 작은 기차역으로 다시 돌아왔다. 지금껏 쌓아온 노하우로(고작 3번이지만) 현지인을 통해 알게 된 기차 어플에 적힌 플랫폼 번호로 향한 뒤, 매번 그래왔듯 무언의 방송이 울려 퍼지기를 오매불망 기다리고 있었다.


아직 시간도 20분 정도 남았겠다. 그늘로 가서 무거운 등딱지도 내려놓고 편한 자세로 누워 마저 못한 여행 경비 정산 좀 해야겠다. 경비 정산에 한눈이 팔려있을 때쯤, 쏜살같이 기차 출발 시작 5분 전에 다가왔다.


왜 아직도 아무런 방송 공지도 없고, 사람도 없지?

기차가 떠나기 3분 전, 한껏 조급해진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하며 원래의 인디안타임을 믿어야 하는 것인지, 현지인인 호스텔 직원이 말해준 걱정을 믿어야 하는지 안절부절 나 있었다. 그 순간이었다. 바로 맞은편에 있었던 기차가 검은 방귀를 부아아앙- 내뿜으며 슬금머니 움직이기 시작하였다.


go to Newdelhi...?
0_%ED%86%A0%EB%81%BC_%EC%BA%90%EB%A6%AD%ED%84%B0_%EC%97%B0%EA%B5%AC_%EA%B0%9C%EA%B7%B8%EB%A7%8C%ED%99%94_%EB%B3%B4%EA%B8%B0_%EC%A2%8B%EC%9D%80_%EB%82%A0_%EC%9A%B0%EC%82%AC%EB%AF%B8.png?type=w420 싸하다... 너무나 싸하다...

천천히 움직이는 기차 벽면에 삐딱하기 놓인 표지판에는 뉴델리 화살표가 적혀 있었다. 뒷골이 으쓱해지는 차가운 촉이 스쳐 지나갔다. 설마, 설마. 분명히 플랫폼이 변경되었다는 방송 공지도 없었고 앱에서 알려준 대로 따랐는데, 설마...


기차가 속력을 내려하자마자, 직감적으로 애인과 함께 미친 듯이 뛰었다. 상기된 표정으로 몇 명의 사람들을 급하게 붙들었지만 모두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으며 아는 게 아무것도 없다는 표정과 답변만 받았다. 그렇게 기차역 밖까지 나와 5~6명의 사람이 모여있는 무리를 집어 골라 얘기하였을 때 이제 뛰지 않아도 되는 이유를 알아버린 채 멍하니 서 있을 수밖에 없었다.


6e813bbecb2940cece92a7eb9b697701.jpg 하.,.... X도ㅒㅆ따.,....

이거 정말이지 망했다. 여기서 뉴델리까지 28시간을 달려 내일모레 새벽에 오만으로 향하는 비행기를 타야 하는데 우리는 그야말로 말문이 턱 막히었다. 다시 말해, 내일 안으로 도착을 못한다면 비행기까지 놓칠 수 있는 말도 안 되는 상황이 벌어지고 만 것이다.


매번 여정 속으로 뛰어들 때마다 아무리 주의해도 방심의 틈은 언젠간 느슨할 위력을 지니고 있고, 그 힘이 풀려 조금이라도 트이는 순간 새로운 실수를 창조해 낸다. 험난한 인도 기차와 싸움을 벌일 때마다 다른 플랫폼에 있다 기차를 놓치는 상상을 해 본 적이 있으나 현실로 맞이할 줄이야. 식은땀을 줄줄 흘리는 나를 보며 우리 곁에 현지인들이 삼삼오오 몰려들었다. 한 분은 우리가 건네준 핸드폰을 보면 손을 턱에다 대며 고민을 하는 듯 보였고, 한분은 자신의 핸드폰을 들어 연락처를 찾아 헤매는 듯보였다.


A: 일단 너네가 방금 떠난 기차를 놓친 게 맞아
B: 맞아 맞아, 다음 기차가 새벽 2시에 있는데 이걸 타는 건 어때?
C: 다음 기차역까지 택시를 타고 가는 것도 방법일 것 같은데?
D: 그건 안돼, 택시를 타기엔 거리가 멀어 시간이 택도 없어

그저 우리가 타야 했던 기차를 놓친 게 맞는지 물어본 질문 하나에 5명의 무리들은 각지각색의 방법을 늘어놓았고, 자신들끼리 토의를 하더니 그중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을 정리해 건네주었다.


일단, 지금 최선의 방법은 저기에 있는 기차 예매소를 가서 새벽 기차표를 구매하거나 아니면 버스를 타고 뉴델리를 가는 방법 밖에 없어.

기차의 경우, 인터넷 예약은 당일에 불가하였기에 이들의 조언에 따라 고맙다는 말은 남기며 발 빠르게 낡은 기차 매표소로 뛰어갔다.


선풍기 하나 없는 어두컴컴한 매표소에는 영화 <쥬토피아>의 나무늘보가 연상되는 직원이 계셨다. 느긋한 표정을 짓고 계신 직원을 앞에 대고 급해지는 마음에 숨이 헙헙 먹힌 채 침을 튀기며 우리의 상황을 와다다 늘어놓았다. 가빠지는 호흡에 끝맺음으로 '그래서 우린 지금 이전 기차를 환불하고 새 기차표를 예약하고 싶다'며 토해내니, 정신없는 말의 폭격을 이해하지 못한 듯 의미 없는 말의 핑퐁이 이어지기만 하였다. 더위의 습기 때문인지 답답함의 억누름 때문인지 현기증이 날 때쯤이었다. 직전 도움을 준 무리에서 '내가 인도의 군인이니 잘 안다'하며 적극적으로 도와준 청년이 누구를 찾듯 땀을 뻘뻘 흘리면서 뛰어왔다.


IMG_4911.HEIC 우리가 자리를 떠나고도 홀로 열심히 기차 시간을 알아보아주었따.

마음은 급한데 넋이 나가 보이는 우리들을 눈치채고 등을 진 채 힌디어로 직원과 소통해 주었다. 그리고 작성할 서류를 대신 건네주며, 이것이 안된다면 버스를 타는 게 최선일 거야 라는 말을 건네주었다. 이 짧은 대화 속 나는 군인의 얼굴에 흘리는 수많은 땀방울에서 따뜻한 도움의 열기를 느꼈고 내게 전할 수 있는 감사함을 티슈로 건네며, 이 더위에 우리를 도와주러 찾아와 주어 너무나 고맙다고 전하였다.


IE001427603_STD.jpg 2배 감동에 주먹 두 개 먹기

애인과 머리를 싸매며 첫 글자도 써내리기 어려운 서류를 이어 쓰다, 새벽 기차를 타도 에어컨도 침대도 없는 꼬리칸에서 28시간을 타는 것은 체력적으로 너무나 무리임을 판결 내렸다. (인도에서 기차를 탈 때 침대+에어컨이 있는 2등급 혹은 3등급 칸을 탔었다. 해당 등급은 빠르게 매진되어 당일 구매가 어렵다.)


이제 남은 단 한 가지 방법, 기차표를 버리고 버스를 타는 것이었다. 우리는 고민할 여유의 틈도 없었다. 머리보다 몸이 먼저 향하였다. 아무런 전략 없이 맨몸으로 이리저리 뛰고 물으며 '버스 매표소'를 찾아 헤매었지만 우리에게 돌아온 것은 뜨거운 더위 속 온몸을 적시는 끈적한 땀과 무거운 배낭으로 인한 지침, 그리고 동양인을 신기해하며 우리의 뒤꽁무니를 따라오는 어린아이들 뿐이었다.


기차를 떠나보내진 어엿 40분이 지난 시간, 따가운 햇빛을 들이받으며 하염없이 시골길을 헤매니 목이 칼칼해졌다. 똥물의 길도, 극한 더위도, 시끄러운 사기꾼과 지나친 관심에도 날카로워지지 않은 신경이 함께 바짝 올라섰다. 이대론 안 되겠다. 이러다 나는 뾰족한 고슴도치가 되고 말 거야. 지금의 난잡한 흐름에서 변하지 않는 묵직한 목적지의 깃발을 향해 나아가기 위해선 잠시 진정을 해야겠다. 이곳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음과 체력적인 지침 앞에 패함을 인정하고 흐리멍텅한 눈빛과 손짓으로 눈앞에 있는 툭툭이를 불러 고향으로 돌아가듯 자연스레 '원빈사파리'를 읊조렸다.


살기가 넘치는 햇빛도 지쳐 저물어 어둑해진 밤, 터벅터벅 호스텔의 로비로 들어섰다.


뭐야, 너네 왜 다시 돌아온 거야?!

자이살메르에 머문 내내 가장 많은 도움을 주었던 아마드가 한껏 걱정하는 제스처를 취하며 우리를 맞이해 주었다. 이곳이 우리에게 무언의 안정감이 있었나 보다. 오자마자 마음이 풀어지며 속상함이 서린 우리의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일단 짐을 내려놓고 물 좀 마시며 앉아있어.
우리가 그래도 최대한 정보가 있으면 도와줄게.

호스텔 로비에서 각각 자리에 퍼져있던 이들은 우리가 앉아 있는 소파로 모여들었다. 우리에게 무언의 도움을 반드시 줄 수 있을 것만 같은, 은인일 것임을 확신이 든다. 한 직원은 버스 노선을 알아보고, 다른 한 직원은 자신이 잘 아는 택시 기사와 연락을 하고, 또 다른 이는 사장인 원빈에게 연락을 걸었다. 그 사이에서 우리도 제시간에 도착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을 진땀을 빼며 이리저리 탐색해 보았다.


A: 비용이 저렴한 버스를 타려면 반드시 우다이푸르 혹은 자이푸르를 들려야 해. 그러려면 30시간은 걸려 괜찮겠어?
B: 아니면 택시를 중간에 경유해서 가는 방법도 있어. 하지만 이 방법은 25만 원의 비용이 들어.


후하, 이제 확실한 정처 없는 방황이 아닌, 선택만이 남은 것 같다. 둘 중에 하나만 고르면 이제 나아가기만 하면 된다. A의 방법은 연착을 감안할 수 없는 인도에서 굉장히 위험적인 방법이었고 B의 방법은 금액적으로 너무 부담이 되었다. 토론의 장에서 입술을 뜯으며 머리를 뜯고 있을 때였다.


친구들~ 무슨 일이야?

너무나 익숙한 한국어의 어조로 원빈이 등장하였다. 원빈을 고작 3일 보았지만, 첫 만남부터 지금까지 늘 방법을 아는 듯 여유가 있는 제스처가 참 사람에게 안정감을 준다.


EIL0Z8BX0AIl80s.jpg 으아악!! 귀인이 될 자 등장
내일모레 아침 비행기라고?
우다이푸르 말고 자이푸르를 들리면 되겠네. 음, 버스표 좀 보자. 지금 당장 출발하면 무조건 내일 저녁에 도착하네. 너무 걱정할 필요 없어.

이상하다. 분명 아까 까지는 시간계산이 맞아떨어지지가 않았는데 바로 15분 뒤에 오는 버스로 계산하니 저녁 직전에 뉴델리에 떨어지는 것이다.


public 할렐루약!!!!!!!!!

우리는 돈도 시간도 모든 리스크가 가장 적은 방법을 알자마자 고민도 없어 만원도 안 되는 버스 티켓을 예약하고 바로 배낭을 메었다. 버스 정류장이 코앞이었기 때문에 탑승 시간도 문제가 없다.


아니, 우리가 데려다줄게

이미 기차를 한 번 놓친 경력으로 우리를 믿을 수 없는 직원들은 지프차에 태웠다. 도와준 것도 미안해 죽겠는데 픽업까지 해주니 너무 고마워 미칠 지경이다. 뻥 뚫려있는 지프차에서 낼 수 있는 최고 속력으로 우리를 버스 정류장까지 폭주하듯 데려다주었다. 그리고 나는 버스 정류장에 들어서기 직전 속력에 머리카락이 앞까지 쏟아진 작은 틈 사이로 12일의 여정 중 첫 교회 십자가를 보았고, 뒤덮은 어둠 속에서 홀로 뿜어내는 붉은빛을 보며 이 모든 상황에 대한 감사함이 쏟아졌다.


IMG_4914.HEIC 사막에도 타고 갔던 지프차

기차를 놓친 건 분명 우리의 실수였는데, 기차역 앞에서부터 호스텔까지 지나온 모든 현지인들은 우리의 절규함에 '관심'을 보여주었다. 한마디의 외침에 이들이 지닌 '오지랖'을 선하게 펼치었다. 코너를 돌아 길 한복판에 버스 한 대와 그 주변에 탑승객들을 보며 드디어 꽉 막히었던 안도의 숨을 뻥- 크게 내쉬었다.

(인도 버스는 정류장이 따로 없고 외딴 길에 있어 내가 탈 street을 꼭 기억해야 한다.)


파를 태워준 알리는 끝까지 우리를 위해 버스 기사님을 찾아 탑승자 명단을 확인해 주었고, 자리에 앉는 걸 확인하고 나서야 함께 가슴을 쓸어내리었다.


정말로 너무나 고마워. 너희들이 도움을 우리는 절대 잊을 수가 없을 거야.
정말 너희가 잘되었으면 좋겠어. 다시 한번 더 너무나 너무나 고마워!!
너희가 문제없어 다행이야. 그렇다면 리뷰 꼭. 알지?(윙크)


감동의 끝에 리뷰에 웃음이 피식-. 역시 끝까지 홍보를 하는 뼛속까지 인도인들이다. (인도인들은 매번 식당, 숙소를 갈 때마다 '좋았으면 리뷰 써줘'를 입에 달았다. 필자의 본업이 프리랜서로서 홍보에 대한 열정을 본받고 싶었다.)


오지랖의 환대. 사랑이라고 전혀 보이지 않는 겉적인 오지랖 속 따뜻한 관심의 사랑으로 충만해지었다. 여행을 하며 유난히 친절한 국가, 유난히 젠틀한 국가, 유난히 매너가 좋은 국가. 다양한 형태의 환대를 보았지만, '도움'에 있어서 이렇게 수많은 사람들이 적극적인 텐션으로 한마음한뜻 도와준 적이 있었는가.


침대가 있는 2층 버스 중 가장 어둡고 비좁은 좌석에 구겨앉은 우리는 저 멀리 은은하게 비치는 십자가의 빛을 바라보며 마음속으로 읊는다. 인디안 타임이라고 이 국가 전체를 지각쟁이로 본시선에 오만함을, 이들의 지나친 시선과 오지랖이 환대가 절대 될 수 없다고 내리 지었던 편견을 인정하며. 지독하게도 고집부렸던 오만과 편견을 깨부수며 이들의 환대를 한 아름 느껴볼 수 있도록 여행의 끝에서 기차를 놓친 우리의 현명한 실수에게 고마움을 건넨다.


IMG_4919.HEIC 천장과 바로 맞닿는 1층 구성탱이 좌석..,.. 그래도 난 정~~~말 행보케효....,,,
IMG_8711.jpg 여행이 끝나고도 연락 온 원빈의 메시지. 역시 인도답게 리뷰 권유로 마무리~ 빛진게 많아 늦었지만 블로그 포스팅 완입니다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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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인도를 향한 오만과 편견


위생, 호객행위, 사기, 지각... 우리가 미디어에서 흔하게 봤던 인도의 첫인상은 위 에피소드들처럼 100% 사실이었다. 오만도 편견도 없었다. 본 것과 똑같이 음식의 위에 파리가 드나는 것 기본이었고, 여행하며 단 한 번도 탈이 난 적이 없는 이가 25시간 인도 기차에서 산 도시락 먹고 처음으로 배탈이 났고, 비 오는 날 똥물에 흡쓸었으며, 간식을 살 때 사기와 툭툭이 탈 때는 매 순간 흥정의 연속이었다. 예상보다 더한 오만함 속에서 느끼는 기겁과 충격. 그리고 예상한 확인 속에서 오는 덤덤함과 순수 재미. 이것만으로도 '인도는 역시~'를 외쳤고, 기겁과 순수 재미 그 사이에서 옴싹달싹함과 도파민을 들락날락 오가며 그간 생각한 인도에 대한 편견은 사실로 판명을 내리고 싶었다.


볼거리, 즐길거리, 화낼거리 천지인 이곳을 짧디 짧은 12일 만에 끝을 맺으려고 하는 마지막 뉴델리의 밤, 하루하루 버라이어티 했던 일상을 회고한다. 그래그래, 정상적인 날들이 없었구나. 형형색색의 가루가 섞여 내리는 인도 홀리축제와 같이 강렬함의 채도와 다양성의 혼합된 색이 그리어진 하루를 붙여서 연결하니 불현듯 뱉어지는 감정이 내 눈앞을 거슬리게 한다. 그것은 바로 여행 전부터 지니고 있었던 이곳을 향한 <오만과 편견>이었다.


오지랖. 세 글자의 단어의 조합임에도 글자의 불편의 힘이 느껴진다. '오'의 'ㅗ'는 하늘 위로 뚫어버릴 것 같고 '랖'의 'ㅍ'는 양으로 쭉 뻗어 이 단어를 헝클어 놓을 것만 같은, 보기만 해도 삼켜지지 않는 이상한 어감이 든다.


인도인의 오지랖은 우리가 익히 알듯 이렇게 나를 대해주었다.

기차역에 발만 닿으면 수천 명이 모여진 거대한 기차 플랫폼에서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모두가 나와 동행자를 빤히 쳐다보며 대놓고 카메라로 사진과 영상을 찍는 것은 일상이었으며, 갑자기 불쑥 튀어나와서 사진을 같이 찍어달라는 일도 매일같이 몇 번씩 질리도록 일어났다.


그리고 인도인의 오지랖은 우리가 익히 알지 못했던 모습으로 새롭게 나를 대해주었다.

기차역 에피소드처럼, 오만함에 질식하여 스스로 덫에 걸린 우리에게 군인서부터 호스텔 직원까지 발 벗고 나서 주었으며, 이외에도 바라나시에서는 기차예매 로그인 불가 이슈로 여행자 사이에서 유명한 '나빈이네'의 나빈 도움으로 예매를 대신 도움받았으며(인도 철도청 회원가입은 복불복으로 매우 험난하기로 유명하다.), 그 과정에서 호스텔 직원이 현지인만 가능한 계좌송금을 대신 너무나 흔쾌히 도와주었다.(계좌 거래는 현지 통장이 있을 시에만 거래되었으며, 대부분의 경우 가지고 있는 돈이 넉넉지 않아 현금으로 돈을 줘도 대신 송금해 주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정(情)'이라고 가면으로 싸매어진 본국에서부터의 오지랖에 지쳐 '징글징글하다-'라고 생각했던 이 단어의 존재가 인도에서 최극치로 펼쳐지다니. 머리가 질끈 아프면서도, 이러한 거대한 문제 그리고 작은 일상 앞에서도 지금껏 여행하면서 가장 적극적으로 도움을 받은 이유가 되어주었다. 사기와 흥정 그리고 엉망진창의 시간 규칙과 질서가 판치는 이곳에서 반대로 딴딴하게 고집의 끈이 묶인 고정된 시선에 벗어나 도움을 제일 적극적으로 받았던 이질적인 사실에 대한 인정과 새로움에 대한 받아들임이 부드럽게 섞이게 되었다.


오지랖이 이곳의 여정에서 내게 환대가 되어주었구나.

이 세상에서 오지랖이라는 단어가 세상에서 제일 싫었던 나에게, 이 단어 형체만 보아도 너무나 날렵해서 폭력적으로 느껴지던 나에게, 인도의 오지랖은 의미를 바꾸어 주었다. 인도를 웃기게만 보았던 나의 오만함과 단어의 뜻을 규정짓는 나의 편견을 완전히 허물어주며 그대들의 수많은 오지랖 덕분에 지금 이곳, 뉴델리로 다시 돌아왔으며 수많의 감정이란 무지개의 색채를 그리고 갔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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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원빈사파리에서의 사막투어 모음

자이살메르를 왔다면 숙박도 사막투어도 <원빈사파리>로 ~~~~!~~~~!

(특히 사막투어에서는 한국인에게 좋은 차별 해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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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에도 사막이 있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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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과 간식 매우 합격
IMG_4634.HEIC 사막에서 맨몸으로 자긔~ 노숙 체험도 가능 하지여~~~~
IMG_4623 복사.jpg 절거웠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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