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볕뉘 Apr 02. 2023

만학, 그 대담한 열정으로

배움에 관하여

Follow your fearless heart



40이 다가오는 나이에 만학을 시작했다...... 


그것은 더 이상 거부할 수 없는, 계산되어질 수 없는 끈질긴 내면의 열정이었다.  

 

다소 무기력해진 두뇌를 깨우며, 나의 영원한 사랑 "자연"을 공부하기로 했다. 일을 파트타임으로 줄이고, 풀타임으로 Environment Science, 환경 생태 과학부에 등록했다. 


 나이가 들어 뒤늦게 원하는 공부를 선택하는 만학도들에겐, 동기부여는 필요 없다. 하지만 고갈되는 체력은 정신력으로도 어찌할 수 없는 게 사실이다. 


과의 특성상, 틈만 되면 현장 조사를 다니고 관련 리포트를 써내야 하다 보니, 늘 시간이 부족했다. 한국의 대학과는 달리, 수업시간에 교수들에게 배우는 내용보다, 스스로 알아서 세계적인 학술지들을 찾아가며, 과제를 해야 하는 부분이 상당히 크다.  전에 미국에서 공부하고 온 친구가 한 말이 실감 났다. “미국에선 교수님들이 100을 알려주시고 학생들이 80을 한다면, 호주에선 교수님께 배우는 내용이 80이고, 학생들이 해내야 하는 게 100이다.” 주어지는 과제량도 엄청나고, 참조하는 책들에 대한 표절 관리도 아주 엄격해서, 대충 읽고 쓰는 일은 불가능하다. 


4시간짜리 한 과목 시험을 한번 치르고 나오면, 척추의 디스크들이 다 튀어나올 것을 것만 같다.... 

 

열심히 공부한 덕에, 마지막 학년에는 호주 외교부에서 주관하는 장학금 프로그램에 선발이 되어, 피지로 졸업연구 프로젝트를 위해 떠날 수가 있었다. 그곳에서 조류 탐사반, 생태 탐사반, 지리 탐사반들과 함께, 너무도 외진, 그러나 숨 막히게 아름다운 Abaca Village라는 마을에서, 현지인들과 함께 거주하며 연구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그렇게 불혹이 가까워 오는 나이에, 회사와 학교, 도서관을 정신없이 오가며, 디스크 탈추증과 매일매일 싸우며, 후회 없이 나의 만학을 마쳤다. 나는 나의 선택에 대한 책임을 다했고, 그것은  다시 한번 스스로에 대한 검증의 기회가  될 수 있었다. 

 

배움이란, 세상이 집착하는 얕은 성취의 도구가 아닌, 우리 내면의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순수한 갈증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그래서 진정으로 배우는 사람들에겐, 세상이 정한 시간표이나 나침반 아닌, 자신이 정한 시간표와 나침반으로 배움을 이루어 나가게 된다.

 

그래서  나는 배움에는 때가 있다는 누군가의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 누군가는 진정한 내면의 열정을 알아내는데 긴 시간이 걸리며 (특별히 한국의 전형적인 교육시스템 속에선), 또 누군가는 형편상 배움을 우선순위에 두지 못하는 이들도 있다. 따라서 나에게 필요한 그 배움의 때는 내가 선택하면 되는 것이다. 다소 늦어도 괜찮다. 그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라면.

 

어머니와 아들 화가로 유명한 김두엽, 이현영 모자 작가. 어머니 김두엽 작가님은 83세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붓대신 손가락으로 그리는 그녀의 그림은, 그저 한번 보면 가슴이 뭉클해 질정도로 너무도 순수하다. 피카소와 모네의 그림보다 더 위대하며, 진정 예술이 무엇인지를 겸허하게 깨닫게 해 주시는 분이다. 

 

우리가 잘 아는 Vincent van Gogh의 최고의 작품들은, 그가 세상을 떠나기 마지막 2년 동안 만들어졌으며, Harland David Sanders는 62세의 나이에 KFC 프랜차이즈를 시작했고, Gladys Burrill는 92세의 나이에 세계 마라톤을 완주했으며, Laura Ingalls Wilder는 48세에 글을 쓰기 시작해, 65세나 되어서야 그의 작품은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Intellectual growth should commence at birth and cease only at death.”
지적인 성장은 출생과 동시에 시작되어야 하며, 사망 시에만 멈추어야 한다.

                                                                                                                                  - Albert Einstein – 

 

배움은, 우리의 숨이 살아있는 한, 삶의 여정 속에서 계속 이어져야 한다. 또한 그 배움은 지식이 아닌 지혜로 연결되어야 한다. 지식은 우리를 전문가로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지혜는 인간을 위대하게 만든다. 

 

나는 오늘도 전인격적인 배움을 이어가고 있는가 

작가의 이전글 The man in the arena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